저녁매미 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7
하무로 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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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무사의 길이란 무엇일까?
주군을 위해 죽고 사는 것만이 진정한 무사인 걸까?
무사이면서 작은 실수로 친우를 다치게 하고 그 징계의 의미로 할복이 예정되어 있지만 군 부교일 적에 올바른 행정과 처사로 농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던 도다 슈코쿠공을 감시하는 역을 맡게 된 쇼자부로
가로의 명이었기에 거절할 수도 없어 감시자와 감시받는 사람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처음부터 도다의 인품에 깊은 호의를 가졌던 쇼자부로는 자신의 역할이 괴롭기만 하고 그런
쇼자부로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는 도다와 그 식구들의 배려에 더욱 맘이 쓰인다.
할복이 예정된 도다가 혹시 도주할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곳에 와있는 걸로 알고 있는 쇼자부로의 진짜 임무는 사실 전대 가문의 가보를 편찬하는 소임을 맡고 있는 도다 옆에서 그가 기록하는 것 중 특히 자신이 할복을 하게 된 사건의 기록을 어떻게 하는지를 눈여겨보다 가주에게 은밀히 알려야 하는 것인데 자신이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도다가 감히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측실과 밀통이라는 건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직접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그날 사건의 진실은 도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누군가를 대신해 명분이 될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결론이 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의 구명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도다
오히려 마을에 흉년이 들어 농민들 사이에 동요가 심하고 이런 농민들의 처지를 이용해 헐값으로 땅을 빼앗는 외지인까지 등장해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마을 분위기에 더 신경을 쓴다.
무사로서 자신의 일에만 정진하던 쇼자부로 역시 이곳 마을에 살면서 농민들의 처지를 보고 들으면서 마을 사람들을 돕고 그들을 위해 일해야 할 관리와 무사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전횡을 일삼는 걸 보고 자신이 걸어갈 길이라고 믿었던 무사의 길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농민들의 눈에 비친 무사는 주군과 주군이 이끄는 마을 번들을 위해 그곳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이미지가 아닌 그저 칼을 차고 다니면서 곡식을 축내며 거드름만 피우는 게으르고 못된 족속일 뿐이라는 사실에 절망하게 된다.
그래서 이 모든 혼란과 뒤숭숭한 분위기에도 굳게 자신을 길을 걷는 도다 같은 무사가 쓸데없는 정쟁에 희생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쇼자부로는 그를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도다는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
주군이 믿어주지 않는 무사란 이미 무사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생각하는 도다이기에 자신의 구명을 위한 변명에는 뜻이 없었던 것이고 자신이 진정으로 믿고 따랐던 유일한 주군이었기에 그가 끝끝내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것에 이미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였다는 걸 깨닫게 된 쇼자부로는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 살아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내려놓을 수 없다.
이런 때 세금 때문에 농민들의 동요가 커지고 결국 마을관리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용했던 마을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감시하는 역할로 왔다가 서서히 감시대상인 도다의 인품에 반하고 그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곧은 의지를 보면서 진정한 무사로서 거듭나는 쇼자부로
가로의 원대로 그가 가진 걸 주고 가보의 내용을 조금만 바꾸기만 해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흔들림 없이 모든 것을 진실대로 아는 대로 쓰고자 하는 도다는 어떤 위협과 불의 앞에도 당당하고 그런 그의 태도를 보고 자란 아들 역시 어린 소년이지만 이미 무사였다.
목숨을 바쳐 진정한 무사란 무엇인지...무사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모두에게 보여준 도다의 가르침은 슬프지만 멋있기도 하다.
도다가 쓰던 저녁매미 일기처럼 하루를 살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무사의 길이 아닐지...
전체적으로 고즈넉하고 마치 정물화같이 잔잔한듯하지만 그 속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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