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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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미묘한 심리 그중에서도 특히 사춘기 소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표현하는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아침이 온다`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낳을 수 없어 아이를 입양해야 했던 엄마와 아이를 가졌어도 키울 수 없었던 낳은 엄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낳은 엄마가 역시 어린 소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입양에 관한 이야기이자 모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일단 기른 엄마인 사토코는 아이를 낳기 위해 체외수정까지 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너무 힘든 과정에 지쳐버려 모든 걸 포기할 즈음 우연히 방송을 보고  `특별 양자 결연`이란 걸 알게 된 후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한 케이스이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부부에게 아이를 찾기 위한 게 아닌 아이의 복지를 위해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게 특별 양자 결연의 목적이라는 다소 의외의 말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처음의 고민과 달리 아이를 보자마자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이름을 아침이라는 뜻의 아사 토라 지은 후 정성을 다해 양육할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입양한 걸 숨기지 않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부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아사토를 돌려달라는 친모의 전화가 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그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여자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병들어 있고 어딘가 불안정해 보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들 부부가 알고 있는 친모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한편 부부 모두 교사를 하고 있는 평범한 가정의 중학생 소녀 히카리는 꽉 막히고 고지식한 사고를 가지고 자식들에게조차 그런 사고를 강요하는 부모에게 넌더리가 난 상태이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그런 부모를 혐오하고 경멸해마지않는 조금은 조숙하고 남다른 소녀이기도 하지만 첫사랑의 남학생에게 순수하게 빠져드는 영락없는 철부지 소녀이기도 하다.
부모 몰래 남학생과 사귀고 언니보다 빨리 성 경험을 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그래서 이 조숙하지만 순진한 소녀가 임신을 하고 난 뒤 겪게 되는 모습은 그런 순수한 소녀의 첫사랑과 달리 지독히 현실적이고 진흙탕처럼 추하게 느껴진다.
부모의 외면, 학교의 모르쇠, 믿었던 첫사랑의 배신 그리고 친척이 보내는 경멸의 시선은 어린 히카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했고 아이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 갓 14살인 중학생 딸아이의 임신은 솔직히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히카리 부모가 내린 결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순간도 히카리를 이해하거나 포용하려는 노력은 없고 아이보다 자신들의 체면을 더 생각하는 모습이라든가 아이 혼자 출산하러 멀리 보내는 건 자신들의 눈앞에서 문제를 치워버리는 모습처럼 느껴져 히카리가 느끼는 배신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한 건 비록 어린 소녀의 몸이지만 그녀 역시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모성을 가진 엄마라는 사실이었다.
그녀 역시 엄마였다는 걸 이해하면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건네준 후 히카리가 느낀 죄책감이 이해가 되고 그 이후 그녀의 방황과 일탈에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래 너도 힘들었겠구나 하는 이해와 함께...
이렇게 각자의 사연으로 나름대로 힘들었던 두 엄마에게 어둠을 물리치고 밝은 빛으로 다가와 희망의 아침이 된 존재인 아사토
모성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아침이 온다`는 어쩌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어둠을 물리치는 아침 같은 존재라는 걸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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