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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참으로 기묘한 책이다.
마치 오래전 환상특급이라는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이랄까?
마치 현실이 현실이 아닌 듯 꿈은 꿈이 아닌 듯 뒤죽박죽 섞여있는듯 경계가 모호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또 묘하게 납득이 된다.
밤은 이렇게 모든 것과 연결된다. 그리고 세계는 늘
밤이다.
오래전같이 영어학원을 다녔던 친구들이 10년 만에 연락이 닿아 모처럼 모여서 그때와 같은 밤 축제 여행 간
날 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다 같이 한 사람의 동판 화가가 그린 야행이라는 작품과 서로 인연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친구들.
사실 이들은 10년 전에도 같이 밤 축제 여행을 갔다 온 적이 있었는데 갈 때는 6명이었다가 올 때는
5명이 된 상태이고 그때 사라진 친구는 지금까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모처럼 모여 이야기를 하면서 책은
시작되는데 그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기이하다.
각자가 야행이라는 제목의 동판화 속 장소에서 기이한 일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의 결말도 어딘지 이상하게 매듭지어 끝이 아닌 끝을 맺는다.
그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하나같이
이상하고 어딘지 외딴곳 같은 곳에서 우연히 집을 보는데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그 폐가들은 그림 속에 나오는 집이자 사람이 살지 않는
듯한 집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그 집에서 낯설지만 어딘지 익숙한 그림자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낯선 곳에
떨어진듯한 기이한 체험들을 할 뿐 아니라 기이한 실종을 경험한다.
이렇게 모두가 동판 속에 그려진 그림 속의 집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기이한 경험을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낯선 집안으로 끌려간 듯 사라진듯한 사람은 사라진 게 아니고 그저 잠시의 실종
상태를
겪은듯하나 왠지 그 사람은 실종 전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나지만 어딘가 달라진 듯 변한 사람들... 그들은 과연 그 사람이 맞는 걸까?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한순간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닌 듯한 상태의 모습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에는 반드시 그림 즉 야행
속에 나오는 집과 얼굴 없는 여자의 모습과 만났다는 접점이 있다.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본 그녀는
누구일까?
어느 한순간 마치 이 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리고 나도 모르는 새 그 속에
살던 나와 지금의 내가 서로 바뀌게 된 건 아닌지...
이 모든 수수께끼 속에 등장하는 게 바로
야행이라는 동판화이고 그 동판화 속에 등장하는 얼굴 없는
여인이 모든 수수께끼의 답이자 열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진짜 나인가 아니면 내가 본 그림 속에 나오는 그 모습이 진짜
나인가?
뫼비우스의 띠같이 현실과 환상이 교묘하게 공존하고 내가 보는 모습이 진짜인지 아니면 바뀐 누군가의
모습인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왠지 섬뜩해지고 서늘해지는 이야기다.
뒤로 갈수록 진짜와 환상이 어우러져
읽으면서도 헷갈리기 시작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또 납득이
된다.
그렇게 사라진 사람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곳 어딘가에서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어느 순간 서로 얽힐
수도 있다는... 묘하게 설득이 되는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작가의 작품은 늘 이렇게 범상치가 않다.
그를 일컬어 왜
교토의 천재,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재능이라 칭송하는지 알 것 같달까...
기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와 책 제목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