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나가 있던 자리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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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은 사람은 많지만 그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은 제각각이다.

끝내 그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생각보다 너무 빨리 훌훌 털어버려 놀라게 한 사람도 있고 좀 오래 걸렸지만 슬픔을 묻어두고 새로이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은 각자가 감당해야할 몫이지만 옆에서 누군가가 그 슬픔을 나눠준다면 좀 더 빨리 그 슬픔에서 벗어나지않을까?

이 책 `해나가 있던 자리`는 여행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오소희님의 첫소설이자 가장 가까운 가족을 잃은 사람의 이이기이다.담담하게 쓰여진 글에다 중간중간 아름답고 아련한 수채화가 곁들여진 따뜻한 글인데 작년에 나라의 큰 슬픔이 있었던지라 이 책의 내용과 그림이 더 와닿기도 했다.


 


갑작스런 아이의 죽음으로 방황하는 해나

무작정 아이의 장난감이 든 가방을 들고 여행을 떠난다.

적도근처의 나라에서 여기저기 떠돌던 그녀에게 구두닦이 소년 안젤로가 다가와 블루라군을 소개해주고 그녀 해나는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지만 무작정 블루라군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런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절했고 해나는 마침내 그린 레프트에 도착한다.


가상의 공간이라는 소개글이 없었다면 실제로 있는곳인줄 알았던 그린레프트의 묘사가 너무나 따뜻하고 매력적이었다.

녹색이 우거지고 열대꽃들이 활짝 피어있고 푸른 바다에서 낚시를 하며 생업을 잇는 사람들

우리같은 사람들의 눈에는 한없이 가난하고 초라한듯한 삶이지만 여유롭고 오늘을 즐기며 살고 벌어지는 모든일들을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부럽게 느껴지도록 한다.

그런 삶의 태도를 지닌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면서 해나가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되고 인정하게 되면서 마침내 조금씩 상처에서 벗어나 삶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과정이 참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져있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사랑인 마디와의 로맨스에 격려를 보내게 된다.

너무 큰 상실도 인간을 좌절 시킬수 있지만 너무 큰 목표도 인간을 좌절시킨다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늘 더 큰 목표를 가지고 더 큰 꿈을 이루기위해 하루하루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가는 걸까?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소유하며 나머진 삶을 여유롭게 하는일, 즐겁게 하는일을 한다면 그곳 그린레프트에 사는 마디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삶이 부러워진다.

상처받은 해나 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위안이 되는 글이 많아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힐링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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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1 - 광해군의 누이, 정명공주 이야기
유광남 지음, 김이영 원작 / 미래플러스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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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사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소설은 이미 그 결과를 익히 알고 있기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소설로까지 나올정도의 역사란 대부분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거나 파란만장한 굴곡된 이야기이기때문에 읽으면서 마음이 편치않기 때문이다.

역사소설로 유명한 책들 대부분이 한명의 군주에게 사랑받기 위한 처첩간 궁중에서의 암투 중심이거나 500년 역사속에서 드라마틱하면서도 개인적으론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몇몇 왕 중심으로 한정되어있기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 `화정`역시 배경은 그동안 자주 소설의 소재가 되었던 왕인 광해군때의 이이기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것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왕인 광해가 주인공이 아닌 광해의 누이이자 유일한 공주였던 정명 공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동생인 영창대군이 어린나이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것과 광해와의 악연이 워낙 유명했던 탓에 그 비극의 언저리에 같이 있었던 정명공주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자주 다루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거니와 그녀가 바로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정조인 이산의 어미였던 혜경궁 홍씨의 윗대가 된다는것도 이번에 새삼 알게 되었다.


 


임진왜란이라는 뜻하지않은 전란으로 세자가 된 광해

적출출신도 장자도 아닌 그가 세자가 된 건 왕이 궁궐을 버리고 피신해 있는 동안 이를 대신하고 여차하면 대신 죽어줄수도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다는걸 알고는 있었지만 늘 자신에게 찬 시선을 보내는 아비가 자신보다 9살이나 어린 왕비에게서 태어난 공주인 정명에게는 자비롭고 사랑이 넘치는 시선을 보내는 걸 부러워 할지언정 원망하지는 않았다.

세자로 16년간 그저 참고만 있던 그에게 자비라고는 없는 잔인한 아비인 선조는 끝내 외면하고 갓 3살이 된 영창에게 보위를 넘겨주려고 하고 은밀하게 이를 지지하던 서인들과 뜻을 같이하던 일촉측발의 위기에 광해를 따르던 개시와 이이첨의 계략으로 무사히 왕위를 물려받게 되는 광해

왕이 되었기에 형제간 피를 부르는 싸움을 피하고자 하나 권력이란 이런 모든것들을 무위로 돌리게 하는 힘이 있고 그저 귀엽고 이쁘다고만 여긴 동생 정명공주를 앞세운 서인들과 대비의 움직임은 결국 정국에 피를 부를 조짐을 보이는데...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소설로 혹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건 위험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시선을 끌기엔 소재가 다소 식상하기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뭔가가 필요한데 아마도 이 `화정ㅇ에선 이 땅 불을 지배하는 자,오직 순혈의 그만이 진정한 세상의 주인이 되리라! 라는 예언의 등장과 정명공주가 예언의 주인공이라 것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다른 오라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자 자신들 남매에게 가장 강력한 적이라는 점

게다가 태생적 컴플렉스와 한계를 가진 오라비에 비해 순혈이자 유일무이한 적출이라는 점은 외려 그녀에겐 생사의 위기를 가져오는 위협이 되는 상황을 어덯게 표현할지... 그 과정에서 밝고 사랑스러워 모두에게 웃음을 주고 배다른 오라비이자 정적인 광해 마저도 사랑해마지않던 사랑스런 공주 정명이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비극과 변화를 겪으면서 어떻게 변해갈지가 소설의 성공 포인트가 될것 같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사람들과 권력이란 얼마나 비정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 군왕의 고뇌와 철저한 외로움을 깨닫게 된 광해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다.

역사소설 특히 왕위를 둘러싼 암투를 보면서 늘 느끼는것은 권력이란 참으로 비정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조차 정적의 시선으로 봐야만 하고 아무도 완전하게 믿을수 없는 군왕의 자리가 새삼 무겁고도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광해의 몰락의 과정과 이런 과정속에 정명과 그녀의 사람들은 어떤 역활을 맡게 될지...그리고 그녀의 사랑이야기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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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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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나이가 있는 세대라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앵커 백지연님이 소설을 쓰셨다는건 좀 의외였다.

탁월한 진행능력과 명쾌한 인터뷰로 유명하셨던 분이기에 책을 내셨다면 왠지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실용서같은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이것 역시 일종의 고정관념의 일종일것 같지만 어쨋든 소설과 저자는 그다지 어울리지않는다고 생각했고 본인 역시 그런 마음이 있으셨는가보다. 10권의 책을 내셨는데 이 책이 첫 소설이라는걸 보면...

책속의 주인공들은 고교동창생이자 고교를 졸업한지 27년후 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서로를 보게 된다는 설정인데 소설속 주인공들의 나이가 저자의 나이와 비슷한걸 보면 책 속 내용과 상관없이 그 나이대의 사람만이 알수 있는 삶의 통찰과 나름의 여유가 느껴져 왠지모를 편암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혼을 하지않은 독신인 인터뷰어 민수는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꿈을 꾸던날 졸업후 27년간 연락하지않았던 고교동창이자 재벌집 사모님이 된 친구 수경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고 그녀를 통해 친하게 지냈던 6명의 여고동창중 하나였던 하정이가 죽었으며 그 죽음이 자연사가 아님을 알게 된다.

사소한 일로 인해 멀어졌던 친구들 소식을 그녀를 통해 듣게 되고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단 생각이 든 민수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하나둘씩 만나게 되고 그 시절 같이 어울려 다니던 추억과 그 때의 고민들을 얘기하면서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의 차이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한때는 같은 곳에서 같은 웃음을 공유하던 그 아이들의 지금의 변화는 어디에서 온건지 궁금해지는데...


인생은 참으로 공정하지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때가 있는데 비숫한 성적과 비슷한 환경에서 그만그만하게 자라던 친구들이 수십년만에 만나보니 그 차이가 하늘과 땅차이로 벌어져있을때가 있다.

그것이 꼭 경제적 여유나 돈 혹은 지위같은것만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나 삶의 여유같은것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일때가 있는데 늘 그런건 어디에서 차이가 나는걸까 나 역시 궁금했었다.

아마도 저자 역시 그런 궁금증에서 시작했지않았나 싶다.

비슷한 성적을 가지고 서로 비슷한 부분이 있어 늘 어울려다녔던 여고동창들 출발점이 비슷하던 그 아이들은 게중에는 다른 사람들은 꿈도 못꿜 재벌집 사모님이 된 아이도 있었고 외국계 회사에서 잘나가는 장이 된 경우도 있었으며 프랑스에서 남편을 만나 행복한 주부의 삶을 사는 이도 있었고 학교때부터 자상하고 부드러운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다 잘나가는 남편을 만나 계속 별다른 굴곡없이 살아가는 이도 있었지만 모두가 행복한건 아닐뿐더러 처음 출발할 당시와 달리 인생의 전반이 뒤집히거나 전복될 위기에 처한 친구가 있는걸 보면서 화자인 민수는 그 차이를 궁금해하며 친구들과의 대화를 인터뷰처럼 풀어나가는 형식을 취하고있는데 마치 친구들간의 수다나 고민상담같은 느낌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이 넘어갔다.

그리고 그녀가 내린 결론

친구들의 변화된 삶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게 부모의 결혼이나 가치관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의 역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가 자신의 삶을 굳건하게 자신의 두발로 설수 있도록 믿어주고 보듬어주고 안정되도록 해주는것... 그런 역활을 충분히 해주고 그런 아버지의 사랑과 믿음을 듬뿍 받았던 파파걸 문희의 안정되고 여유로운 삶과 너무나 대비되는 가부장적이고도 권위적인 아버지를 가졌던 수경과 하정이의 삶을 통한 대비는 극명하기 그지없다.

물론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의 소재는 분명히 자신에게 있고 기성세대의 아버지상은 문희의 아버지보다 민수나 미연의 아버지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자식을 믿어주고 지켜봐주고 굳건하게 바라봐주며 마치 한그루의 나무를 심고 키우는 심정을 가진 문희의 아버지를 보면서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다시 한번 부모의 역활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40대 중반 그녀들의 삶이 다 끝난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릴지 모르겟지만 자기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누구인지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만이 인생의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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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
유하 원작, 이언 각색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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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후 전국민이 잘살아보겠다는 의지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던 그 시기 1970년대

국민들의 의지와 정치권력자들의 뜻이 한데뭉쳐 이룬 성과가 바로 강남개발이고 그 개발로 우리같은 일반국민들은 꿈도 꾸지못할 어머어마한 돈이 몰리고몰려 자고나면 벼락부자가 탄생했던 그 시기를 소재로 한 게 바로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강남 1970이 아닐까 싶다.

그때 운좋게도 부동산투자로 돈을 좀 벌어 본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이 아니면 큰 돈 벌수 없다는 부동산불패신화를 만든 사람이 아닐까?

그야말로 미친 광풍처럼 땅투기며 부동산투기에 미쳤던 그 시기를 특유의 잔인하면서도 비정하고 돈과 권력앞에 한없이 나약한 인간들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유하감독이 그야말로 비장감있게 잘 표현했다.


 


넝마주의 청년 김종대와 백용기는 고아이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혹독한 가난을 실감하고 있지만 가난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우연히 전당대회를 습격하는 무리에 끼게 된 두사람은 난장판이 된 그곳에서 서로 생사가 불분명한 가운데 헤어지게 되고 종대는 건달인 강길수의 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곳에서 복부인인 민마담을 만나게 되고 부동산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민마담과 그녀의 뒤를 봐주는 정치인은 강남개발정보를 얻게되고 종대를 앞세워 땅을 매집하지만 또다른 세력이자 정치인인 박의원과 그밑에서 상가운영권을 얻기위해 땅을 매집하던 양기택 패거리와 부딪히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게 된다.

한편 죽은줄만 알았던 용기가 양기택파에서 제법 놓은 위치에 있다는걸 알게 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가운데 양기택파와 종대가 드디어는 물러설수 없는 한판승부를 하게 되는데...


가진것없는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머리와 재빠른 판단력과 이에 따르는 실행력 그리고 두둑한 배짱과 리더쉽 여기에 우두머리로서 때로는 잔인한 선택을 할수도 있는 비정함이 필요하다면 두 청년 종대와 용기는 성공하기 힘든 타입이 아닐까싶다.

뛰어난 머리와 재빠른 판단력 그리고 친형제같은 종대를 칠 수 있을 정도의 비열함은 갖췄지만 한치의 망설임없이 실행할수 있는 실행력과 배짱이 부족하고 결정적으로 그를 따르는 무리가 없는 백용기와 따르는 사람이 많고 리더쉽도 있으며 판단력과 용기는 있지만 결정적으로 쳐내야할 사람을 재빠르게 쳐내지 못해 망설이는... 비열함이 부족한 이종대

이렇게 두 사람은 전혀 다른듯 보이지만 실패할수 밖에 없는 태생적 실패자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자신들의 땅 한평을 갖고자 죽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안스럽게 다가오고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는것 같다.

돈과 권력앞엔 피도 눈물도 의리도 없이 그저 인간이 아닌 동물적 욕망으로 꿈틀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잔인할정도로 현실감있게 그려져있다.과연 누가 그 거대한 돈이라는 권력이라는 욕망앞에서 초연할수 있을까?

부자가 되고싶다는 욕망은 크지만 젊기에 그만큼 실수도 많고 결정적으로 교활함과 비열함이 부족하여 토끼사냥후의 사냥개 신세가 될수 밖에 없는 두 청년의 이야기가 그들을 앞세워 손을 더럽히지않고 엄청난 부를 손에 쥐고 비열하게 웃음짓는 권력자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어 씁쓸하게 와닿는다.

배경이 1970년대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것에 왠지 절망감이 들기도 하고 우울해진다.

영화와 다른 결말은 또 그나름으로 매력이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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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록 -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조완선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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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몇년을 기준으로 매번 반복되며 사람들을 현혹하는 단어가 있다.

종말..휴거...단어는 달라도 그 뜻은 모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뒤집어지고 몇몇 선택받은 사람만이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맞는다는 건데 이런 일련의 소동중 가장 크고 인상적이었던게 1999년 휴거 소동이 아니었나 한다.

이때의 소동은 우리나라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건데 그 예언의 뒤에는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라는 강력한 뒷받침이 있었고 20세기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인 21세기를 맞는 시점이라 밀레니엄버그에 대한 공포도 맞물려서 모두가 숨죽이며 그 결과를 기다리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아마 9시 뉴스에도 나왔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난리를 피우면서 2000년 1월 1일을 멀쩡이 맞았을때의 그 허탈감이란...

그 이후에도 몇몇 사이비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종말 예언은 계속되고 있는걸 보면 사람들 마음속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 있는것 같다.

아마도 현실세계에 만족하지못한 사람이 있는 이상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소망은 사라지지않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비취록`은 그런 사람들의 열망을 뒷받침해주는 예언서를 둘러싼 미스터리 소설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세상이 곧 오리라는 예언서가 있으니 둘의 조합은 아마도 천하무적의 궁합일듯...

저자는 주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팩션을 주로 쓰는 것 같은데...나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해봤는데..상당히 흥미로웠다.

 

 

 

대학교수인 강명준은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죄로 교수직을 박탈당한 위기에 처해있는 와중에 누군가 그에게 고서감정을 요청해온다.`비취록`이라고 쓰여진 그 책을 본 순간 심상치않은 책임을 느끼지만 그 책의 감정을 부탁했던 최용만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그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고미술품 중간상인 역시 살해당한 채 그 책은 깜쪽같이 사라진다. 이 모든 살인사건의 배후는 계룡산에 있는 수상한 절인 쌍백사를 향하고 자신의 교수직박탈을 취소하기위해서 반드시 그 예언서가 필요한 명준은 사건 깊숙히 개입하게 되지만 사건을 캐면 캘수록 새롭게 드러나는 살인사건에다 쌍백사 승려들의 불자같지않은 행동은 혼란스러운데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홍경래의 난 이후 10년뒤에 쓰여졌다는 의문의 예언서 `비취록`이 존재하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미래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그러한 점을 노리고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예언이라는 것이고 그 시대가 어수선하면 할수록 예언서의 존재는 그 가치를 발하는 법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예언서인 비취록의 등장 배경 역시 이러하다.

조선 후기 혼란스러움을 틈타 신분고하없는 평등 세상을 꿈꾸며 들불같이 일어났던 민초들의 반란인 홍경래의 난이 실패한 후 10년 뒤에 쓰여졌다는 배경도 그러하고 특히 우리의 치욕스런 과거인 일제시대의 종말을 예언하며 일본 패망을 말했다던 지금은 잊혀진 민족종교인 보천교가 등장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민족종교의 결합으로 예언서의 존재가치를 높히고 있다.

그리고 그 예언서를 손에 쥐고자하는 사람들의 욕심과 열망이 이 책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데...누군가에겐 이 책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고 누군가에겐 팔자를 뒤바꿔줄 재산이 되며 또 누군가에게 위태로운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해줄 발판같은 존재기에 서로 목숨을 걸고 쟁취하고자 하는 도구로서 예언서는 존재하고 있다.

한권의 책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과 현재에서의 살인사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아직도 청산되지못한 친일의 역사가 뒤섞여 매력적인 스토리가 되었고 읽다보니 마지막엔 나도 모르게 형암의 위업이 달성되었다면 그 뒷이야기는 어떻게 풀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그래서 그 결말이 마음에 들지않는다.

책속에서 형암이라는 사람의 입을 빌려 현재의 정치가 나아갈 길을 잃고 헤메고 있으며 지도자의 길에 대한 입바른 소리를 하고 있는데...조금은 후련한 감도 없지않다.

미스터리로서는 좀 약한듯 하지만 민족종교의 역사나 예언서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한듯한 점은 높히 살만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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