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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가출 ㅣ 에놀라 홈즈 시리즈 8
낸시 스프링어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평점 :
미스터리 추리소설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인 셜록 홈즈
여러 시리즈가 나오는가 하면 동명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재해석한 드라마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정도로 홈즈는 탐정계의 아이돌급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홈즈에게 재기 발랄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면서도 통찰력과 관찰력이 있고 여기에 행동력까지 갖춘 여동생이 있다면? 그래서 그 여동생 역시 명탐정으로 활약하는 오빠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는 탐정이라면 어떨까 하는 재미난 가정을 해서 나온 시리즈가 바로 이 시리즈 에놀라 홈즈 시리즈이다.
소설 중 주인공이 십 대의 어린 소녀라는 점도 그렇고 당시의 관습과 악습을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하게 활동한다는 점에서 특히 십 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인기는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이다.
이번 우아한 가출은 시리즈의 8번째 이자 2번째 시리즈였던 왼손잡이 숙녀가 재등장했다.
당시에는 터부시하는 왼손잡이로 태어나 많은 억압을 받았고 에놀라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세실리
타고난 왼손잡이를 강제적으로 오른손잡이로 만들려는 이런저런 교육으로 인해 자아가 분열해 이중인격을 가지게 되지만 그런 세실리의 상태에 대해 아버지이자 집안의 독불장군인 유스타스 경은 하나도 관심은 없다.
그저 엄마의 미모를 닮은 세실리를 어떡하든 유력한 집안에 시집보내 자신의 신분 상승에 도움이 될 지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뿐... 그래서 왼손잡이가 될 때 반항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이 되는 세실리를 방안에 가둬버린다.
세실리의 상태를 알게 된 에놀라는 몰래 밧줄과 화살 등을 이용해 집 밖으로 구출해 내고 이를 알게 된 유스타스 경의 추격을 받는다.
게다가 유스타스 경이 옳지 않은 방법으로 집안을 단속하고 가족을 구속한다는 걸 알면서도 여자들이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집안의 모든 일은 가장인 유스타스 경의 의지에 따르는 당시의 사회적 통념에 따라야 한다고 믿는 홈즈는 딸 세실리를 찾는 의뢰를 받아들인다.
이를 보면 타고난 지능과 지식을 갖췄으며 당대의 유명한 탐정인 홈즈조차 시대의 관습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그가 여자가 아닌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들이 겪는 부당한 일에 대해 무관심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실리가 그 집에서 어떤 일을 당했고 이제 다시 그 집으로 끌려가면 또다시 원치 않는 결혼을 해 평생을 구속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아는 에놀라는 멍하니 두 손 놓고 그녀를 보내줄 수 없어 오빠인 홈즈를 설득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이에 에놀라는 유스타스 경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의 증거를 찾아 그 집안으로 몰래 숨어들어간다.
여자가 개인의 재산을 가지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은 당시의 사회상에 맞서서 이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노력하는 에놀라의 좌충우돌 고군분투가 이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완벽하게 일의 마무리를 짓거나 모든 일을 철저한 계획대로 하는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사람들의 통념과 관습에 지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커리어 우먼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어쩌면 이런 대비 즉 19세기를 살면서 21세기의 오늘날의 여자들을 보는 느낌이 이 시리즈가 갖는 매력이 아닐까
십 대의 에놀라가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모두가 안된다고 할 때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에놀라를 보면서 세실리처럼 스스로 변화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말없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서로 억압받는 처지의 여자들이 서로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에놀라를 보는 것 역시 이 시리즈를 읽는 매력 중 하나
너무 무겁지 않고 좌충우돌 사고를 연방으로 저지르는 에놀라의 매력을 즐기고 싶다면... 이 시리즈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