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결정권은 누구의 것인가

닥터 데스의 유산 ㅣ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생명권에 대한 논쟁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이 나이를 먹어 의사소통이 힘들 경우 혹은 뇌사상태와 같이 스스로 판단할 수 없을 때 과연 누가 그 사람의 생명권 행사의 주체가 될 것인가

더 나아가서 본인의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뇌사상태가 아니지만 생명 연장 외에는 어떤 의학적 조치가 다 소용없는 말기 암 환자 같은 경우 환자가 스스로의 생명권을 포기하고자 할 때 그 권리의 행사는 가능할까

작가는 현재 가장 딜레마일 수밖에 없는 주제 즉 안락사 혹은 존엄사라 칭하는 문제를 들고 나왔다.

어린 아들의 신고가 없었다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을 한 사람의 죽음이 표면에 드러나면서 수상한 의사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경찰

처음엔 아빠의 죽음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아들의 오해로 인한 해프닝이라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증인의 등장으로 아들의 증언은 신빙성을 얻게 된다.

이에 이누카이 형사와 아스카 콤비는 조사를 하게 되고 인터넷에서 한 사이트를 발견하게 된다.

편안하고 고통 없는 죽음을 제공한다는 죽음의 의사는 사이트에서도 분명하게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이 있음을 드러내놓고 있듯이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와 비슷한 죽음이 분명 또 있을 것이란 생각에 조사를 하게 되고 의심스러운 사례를 몇 건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죽음의 의사는 이런 모든 경우의 수를 이미 알고 있었던 듯이 여러 나라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릴 뿐만 아니라 경찰이 수사하는 중에도 보란 듯이 똑같은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죽음의 의사의 신분은커녕 얼굴이나 이름 그 무엇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최후의 방법으로 역시 지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딸까지 덫으로 사용하지만 이조차도 보란 듯이 빠져나가버린다.

게다가 이누카이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사랑하는 가족을 죽음의 의사를 통해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한 짓에 그 어떤 죄책감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음에 죽음의 의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경찰의 조사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었고 역시 난치병을 앓고 있는 딸을 가진 이누카이 역시 그런 유가족의 태도에 일부분 호응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현대의학으로 나을 수 없는 병을 단지 의료법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면 과연 그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일까?

병원 역시 뻔히 나을 수 없고 환자의 고통이 극심하다는 걸 알면서도 연명치료를 계속하는 건 누구 하나 죽음에 책임을 지기 싫을 뿐 아니라 연명치료에 막대한 돈이 걸려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란 걸 닥터 데스는 정면으로 내세워 자신의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삼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옳은 것인가?

누군가는 분명 생명의 존엄성을 따지고 들면서 안락사나 존엄사에 반대를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생명은 나라나 헌법이 정한 게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 하며 찬성할 수 있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언젠가 반드시 모두의 합의가 필요한 문제를 문제적 작가 시치리가 과연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작가 특유의 화법으로 지나치게 무겁지도 그렇다고 그저 가벼운 문제처럼 다루지 않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문제를 제기하고 지금 현실을 반영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닥터 데스의 유산

가독성도 좋았고 적절한 화제성도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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