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창 탐정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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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워 수많은 시리즈를 내고 늘 색다른 소재로 작품을 내는 나카야마 시치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버금가게 많은 책을 내는 작가이자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내놓은 작품마다 개성이 강하고 주인공 캐릭터 역시 반드시 선한 쪽에 서는 게 아니라 악당이 주인공이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선악을 넘어 경계가 없다.

아니 어쩌면 작가는 기존의 작가들과 다른 성질의 캐릭터... 이를테면 비웃는 숙녀 시리즈의 주인공이나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와 같이 다른 작품 속에서라면 주인공이기보다 빌런으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평범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아예 보란 듯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유유히 빠져나가는 통념을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에 독자로 하여금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 인면창 탐정 역시 사람도 동물도 심지어 심령적인 그 무엇도 아닌 창... 그야말로 오래된 상처를 의인화했다.

게다가 이 창은 숙주의 몸에 기생하면서도 당당하다 못해 거리낌 없이 욕을 하거나 모멸감을 주는 말로 찍어누르기 예사고 당하는 입장인 사람은 또 그대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분명한 상하관계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상처가 보통이 아니다.

우선 겉으로 봐도 여느 흉터와 달리 마치 사람의 모습을 한 인면창이라는 점도 그렇고 한순간에 상대방의 의중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과 직관력은 물론 전체적인 그림을 볼 줄 아는 넓은 혜안마저 지니고 있으니 이에 반해 평범함에 머물러 있는 숙주인 인간이 인면창을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일단 인간이자 숙주인 미쓰기 롯페이는 상속 감정사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지방의 토호이자 부호인 혼조 집안의 상속 감정 일이 들어왔고 이에 사쿠마 마을로 향한다.

그곳은 폐쇄된 지역이라 여전히 남존여비 사상이 뚜렷했고 가부장적이며 오랜 관습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그 혼조가를 이끌던 총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내 혼조가를 비롯해 그룹 전체에 혼란을 가져왔고 이제 얼마 되지 않는 유산상속문제로 집안이 시끄러워질 찰나 미쓰기가 버려지다시피한 산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광물을 발견하면서 갑자기 전체 판도가 달라졌다.엄청난 돈이 걸린 일이 된 것이다.

하지만 놀라워한 것도 잠시 서로 소원한 걸 넘어 서로 경원시했던 형제들이 하나둘씩 처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유산상속을 둘러싼 살인사건이라는 다소 평범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맛깔나고 재밌게 표현한 것만 봐도 작가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이 두 콤비가 티키타카 하는 걸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사건의 핵심을 찌르고 있고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가 가볍거나 경박하진 않다.

유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욕심과 집안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저질러지는 온갖 악행들은 혼탁하기 그지없다.

그런 탁하고 음침하기 그지없는 본질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이 영리한 작가는 오히려 인면창과 미쓰기의 가벼운 대화로 그런 무거움마저 상쇄시켜 가독성을 높였고 독자로 하여금 너무 부담을 가지지 않고 읽을 수 있게 했다.

결정적으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인면창의 본질을 보여주면서 이 미쓰기라는 인물에 대한 평도 달라지게 한 것 역시 작가의 의도라고 본다면 역시 이 콤비는 앞으로도 활동을 계속할 거라는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다음 편이 얼른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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