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레이디가가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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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서로 읽어도 상관없지만 읽는 순서에 따라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고 비극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을 차지하고라도 파트에 따라 거꾸로 인쇄되기도 하는 등 상당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소설이 나왔다.

책은 첫 장부터 순서대로 읽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린 책은 작가가 미치오 슈스케라는 걸 알게 되면서 호감도는 더 높아졌다.

책을 잡고 일단 평소와 달리 처음부터가 아닌 소개 글에 쓰인 한 페이지의 분량의 글을 읽고 궁금증이 생기는 에피소드부터 먼저 읽기도 했다.

나 같은 경우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살인사건이 나오지 않아서 범죄물을 좋아하는 취향대로 맨 마지막에 소개된 에피소드인 잠들지 않는 형사와 개를 먼저 픽 해서 읽게 되었다.

집안에서 부부가 살해되었고 같이 기르던 개가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 중 한 사람은 이웃집 아들로 피해자 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소동을 피운 전력이 있는 은둔형 외톨이... 게다가 공교롭게도 그의 팔에는 어디서 얻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상처가 있었다.

이에 경찰은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사라진 개를 찾기 위해 펫 탐정을 고용하면서 사건은 실마리가 풀리지만 이 에피소드에서는 범인을 검거하는 게 중요한 점이 아니었다.

마지막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펫 탐정의 이야기는 또 다른 에피소드인 떨어지지 않는 마구와 새와도 연결되며 그 속에 등장하는 교사는 또 다른 에피소드인 웃지 않는 소녀의 죽음 편의 주인공이자 화자로 등장한다.

늘 형과 비교되던 동생에게 어느 날 문득 찾아든 새 한 마리... 그 새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예사롭지 않았고 동생은 그 새의 주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을 하며 주인을 찾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 펫 탐정과의 연결점이 생긴다.

모든 이야기가 서로 다른 듯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보면 연작소설과도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다.

아니 어쩌면 연작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보이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좀 더 색다른 시도를 한다.

예를 들면 거꾸로 인쇄된 내용이라든지 혹은 결말이 난 듯한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그 결말의 이후 사정을 알 수 있게 하고 알고 있던 내용이 뒤바뀔만한 반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읽는 순서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섯 편의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맨 먼저 읽었던 마지막 에피소드와 네 번째 에피소드 날지 못하는 수벌의 거짓말이었지만 다른 에피소드 역시 재미 면에서도 그렇고 다른 어떤 작품과 서로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을지를 궁금해하며 읽는 재미를 준다.

그러다 문득 작가는 요즘 좀처럼 문자로 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좀 더 재밌고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런 시도를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런 시도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작가의 이런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지 않았을까

순서에 상관없이 마음 내키는 데로 선택해서 읽어도 되고... 그러다 다른 에피소드에서 먼저 읽은 에피소드와의 연결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고...

시작도 끝도 없지만 읽는 순서에 따라 그 감상이 달라진다는 유동적인 면이 요즘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부차적인 부분은 차지하고서 작품으로만 승부를 봐도 되는 작가이긴 하지만...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읽는다는 색다른 재미도 있었지만 역시 언제 봐도 믿을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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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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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히가시노 게이고란 작가는 언제 읽어도 어떤 책을 읽어도 기본 이상은 해준다.

단지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을 느끼게 하지만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을 지나치게 가볍지 않으면서 주제의 핵심을 비켜나지 않는 적정한 선에 맞추고 소설적 재미까지 더하는 데 있어 히가시노 게이고만 한 작가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이러한 점이 그를 부동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를 지키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그의 소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오로지 범죄 사건을 풀어가는 것에 중점을 둔 작품과 또 다른 하나는 범죄 사건이 발생하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둔 작품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책 희망의 끈은 두 번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듯하다

이번에는 가족이란 뭘까 하는 가족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카페 여주인이 누군가에 의해 등에 칼이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평소 누구에게 원한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진술을 하지만 형사는 오래전 이혼한 그녀가 얼마 전 전 남편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의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단지 형사의 감으로 그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또 다른 용의자 중 한 사람은 카페의 단골이자 그녀와 뭔가 관계가 있는 듯 보이는 남자... 그 역시도 범인은 아닌듯하지만 결정적으로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하다.

잘못하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한 비밀은 뭘까

쉽게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보다 그들이 지키려는 비밀에 뭔가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작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용의자였던 두 사람의 흔적을 집요하게 쫓아 끝내 그 비밀을 찾은 사람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대표작인 가가 형사의 사촌 마쓰미야 형사였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가족이란 무엇일까? 반드시 피를 나눈 사람만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언제나 이런 문제에선 낳은 정과 키운 정에 관한 딜레마... 과연 누가 진짜 부모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고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답은 갈릴 수밖에 없다.

아마도 작가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한 게 아닐까 싶다.

가슴 아픈 사연으로 복잡하게 얽힌 두 가족의 안타까운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작가다운 방식으로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는 희망의 끈

작가의 작품답게 책을 읽는 순간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할 만큼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었고 비록 살인사건을 벌어졌지만 그 결말은 훈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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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 아닌 잘못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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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잘못을 저지른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작가가 복선의 마술사라 불릴 만큼

문장 속 곳곳에 복선을 깔아놓았지만 그게 워낙 교묘하고 치밀해서 좀처럼 사건의 진실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내용 역시 요즘을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가져와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sns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자신의 일상을 sns에 올리는 게 별다른 일이 아닌 것처럼 될 만큼 우리 가까이에 스며들어온 sns

어릴 적에 일기나 다이어리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 것처럼 요즘은 사진을 찍고 그걸 sns에 올려 주변인들과 공유하거나 혹은 자신만의 기록처럼 남기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런 만큼 누군가는 그런 점을 이용해 이익을 얻거나 혹은 법이 빠른 일상의 변화를 쫓아오지 못한다는 걸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교묘하게 법의 테두리를 빠져나간다.

이 책 내 것이 아닌 잘못에서는 누군가가 sns 상에 나인 것처럼 행세하는 걸로 모자라 살인을 저지르고서 뻔뻔하게 인증샷을 남기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sns의 주인은 그 인증샷을 누군가가 보고 리트윗하고 퍼나르면서 진실 유무와 상관없이 정황만으로 범인이 되어 쫓기는 한 남자를 그리고 있다.

어쩌면 그들이 그를 범인으로 인식한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 것이 살인 현장에서 직접 사진을 찍은 걸로 부족해 스스로 살인을 고백하는 글까지...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완벽한 살인범일 수밖에 없다.

이쯤 되자 누군가가 사진 속 장소를 특정 짓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주 작은 단서로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의 근무처를 찾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수사망을 좁혀가다 마침내 한 사람을 특정 짓게 된다.

그가 바로 다이테이 하우스 다이젠 지사의 영업부장인 야마가타 다이스케였다.

문제는 그가 올린 sns는 분명 그 사람의 일상이 담겨있고 누가 봐도 그의 sns임이 분명한데 다이스케는 자신에게 sns 계정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뿐 아니라 IT 쪽으로는 서툰 사람이라는 것

이런 점만 봐도 분명 그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여러 사람들에 의해 그가 범인으로 지목되었을 때 아무도 그의 편에 서서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는 가족까지도...

게다가 이제까지는 단순하게 sns 상에서만 살인이 존재했지만 실제로 사진 속의 모습처럼 살해당한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경찰마저 그를 범인으로 보고 쫓기 시작했다.

이렇게 세상 모든 사람이 그를 범인으로 알고 어디를 가도 안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다이스케는 영문도 모르고 쫓기고 있을 뿐 아니라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에게 이런 혐의를 씌웠는지 알 수 없는 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며 한순간에 수십 년간 그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허무하도록 쉽게 무너진다.

sns 상에 그 사진이 올라온 지 불과 며칠 만에 모든 것이 달라져버린 다이스케의 모습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론이나 sns 상에 노출된 사람들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엿볼 수 있었다.

작가는 오늘날 모두가 편리하고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그 위험성을 쉽게 간과하는 sns 와 인터넷상에서의 개인정보 노출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을 이용해 누군가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게 얼마나 쉽게 이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거나 혹은 진실 유무나 누군가가 이로 인해 받는 상처 따윈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가볍게 정보를 퍼나르고 댓글을 다는 요즘 사람들의 행태에 대한 경고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시작부터 강한 몰입감과 함께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하는 가독성까지... 재미와 사회비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작가가 복선을 잘 이용한다는 걸 알고 속지 않으리라 결심하며 읽었어도 좀처럼 사건의 진실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내 것이 아닌 잘못...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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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러시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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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인 히가시노 게이고

수많은 책을 출간했지만 소재 역시 다양해서 일반 범죄물에서부터 힐링 소설 그리고 과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과학지식을 토대로 한 소재에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한 작품까지 참으로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작품을 출간했다.

이 작품 화이트 러시는 설산 시리즈라는 명칭이 따로 붙은 작품으로 기존에 나왔던 작품을 재출간한 작품이지만 책에서 다뤄지는 생화학 무기는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에 고통을 줬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겹쳐서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작가의 작품답게 가독성 있고 스피디한 전개에 군데 군데에서 앞으로의 전개를 짐작 가능하게 하는 적당한 밑밥까지... 여러 갈래로 꼬이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전개는 누가 읽어도 오롯이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스키장의 출입 금지 구역에서 나무 밑에다 뭔가를 파묻고는 주변 사진을 찍어대는 의문의 남자

그리고 누군가에게 협박이 담긴 메일을 보낸다.

사실 그가 숨긴 건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탄저균이었고 자신이 근무하던 전 직장에서 훔쳐 와 그걸 빌미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려던 범인은 계획과 달리 협박을 하기도 전에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죽게 되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제 그 탄저균이 숨겨져 있는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지만 빠른 시간 안에 회수를 해야 할 처지가 된 연구소는 다급해졌다.

도대체 그게 어디인지 알 수 없고 단지 위치를 알 수 있는 수신기가 테디베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거기다 범인이 숨긴 탄저균은 온도차에 민감해 자칫하면 한마을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인 무기나 다름없지만 협박 받은 연구소의 소장은 경찰에 알리기를 거부하고 부하직원에게 은밀히 그 장소를 찾아 물건을 회수해올 것을 명령하면서 온갖 소동이 벌어지게 된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마음속에 공포심을 자극하는 생화학 무기라는 존재를 탄저균이라 구체화해서 이를 이용해 돈을 뜯으려는 범인과의 한판 승부를 펼치는 화이트 러시는 다루는 소재의 특성상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지만 작가 특유의 힘 빼기로 지나침이 없으면서도 생화학 무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충분히 각인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눈으로 덮인 겨울산을 스피드 있게 즐길 수 있는 스키와 스노보드의 매력을 군데군데 배치해놓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스키장을 살리기 위한 지방 사람들의 노력과 애환까지 섞어 놓아서 이것만으로도 책을 읽는 재미를 찾을 수 있는데 특유의 미스터리까지 넣어서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솔직히 미스터리적인 요소만 본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달랑 눈 덮인 산과 나무만으로 수많은 스키장 중 한 곳을 특정 짓는 과정에서부터 모두가 합심해 그곳을 찾고 문제의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해져 훨씬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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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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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 바로 오승호 고 가쓰히로가 아닐까 싶다.

남들은 일생에 한번 이름을 올리기도 힘들다는 나오키상 후보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렸고 장르문학 관련상을 거의 대부분 수상을 했거나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 만큼 작가의 신작에 대한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가장 많이 사랑받고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출간된 작품 면면을 보면 어느 하나 겹치는 소재가 없을 만큼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식으로 나오는 책마다 색다른 재미를 주는 건 물론이고 밑바탕에 깔린 고발 의식 또한 날카롭다.

이 작품 라이언 블루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 봐선 인정이 넘치고 이웃 간의 정이 넘치는 걸로 보이는 작은 도시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구태의연하고 부정이 판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바로잡아야 할 공무원까지 합세해서 서로의 부정에 눈을 감거나 심지어는 동조된 모습을 보인다.

결국 자신들끼리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팽배해서 더 이상의 발전도 없는걸 떠나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변화의 노력을 보이면 찍어누르기 바쁘다.

파출소 순경인 사와노보리 요지는 겉으로는 아버지의 병환을 이유로 오래전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런 그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히려 같은 파출소 내의 순경들조차 그를 꺼리는 기색이 확연하다.

사실 이곳 시시오이초의 파출소에는 총기를 소지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순경 나가하라 사건으로 한때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던 터라 그와 같은 교장 출신인 요지의 출현이 반가울 리 없다.

게다가 요지는 대놓고 나가하라 사건 당시를 묻고 다녀 동료들로부터 경계를 사던 중 마을의 골칫거리 영감이 집에서 난 화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이 겨우 마무리된 후 이번에는 마을의 폭력조직의 두목이 총으로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조용하던 마을에 위기감이 팽팽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은 두목을 살해하는 데 쓰인 총이 바로 사라진 나가하라의 총기였기 때문

이제 모두가 외면하며 그저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던 나가하라 사건마저 재수사가 불가피해졌을 뿐 아니라 거대한 이권이 달린 문제에 반으로 나눠졌던 마을 주민들 사이의 이해관계마저 도마에 오르게 된다.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의 이면에 개발을 둘러싼 치열한 이권다툼이 숨어있고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되고 나눠져 버린 채 막대한 이익을 위해 서로의 약점을 찌르기 바쁜 사람들

그런 시시오이초를 소수의 유지들이 오랫동안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야합하고 눈감아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왔고 누구도 여기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하지도 않았다.

이런 폐쇄된 마을을 유지는 단숨에 뒤흔들었던 것... 이제 판이 바뀔 시점이다.

오래전 단 한 번의 패배로 모든 의욕을 잃고 삶에 별 기대가 없었던 유지에게 경찰로서의 길을 알려주었던 존재가 바로 나가하라였고 그런 나가하라의 실종을 모른척할 수 없었던 유지는 혼자서 그날의 사건을 되짚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나가하라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실을 알게 되지만 그 결과는 유지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결국 나가하라의 선택을 이해하고 깨달은 순간...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게 된 유지는 가족의 소중함도 그리고 경찰로서의 자신의 위치와 임무 역시 받아들이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도 그렇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아웃사이더로서 관찰자적 시선을 가진 유지의 모습에서 작가의 모습을 떠올린 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작가 특유의 느낌... 즉 어디로 튈지 전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전개와 방향은 단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떼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출간이 예정된 작가의 또다른 작품 폭탄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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