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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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군가가 늘 나를 지켜보고 있다.

항상 감시당하고 내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면서...조금씩 조금씩 나에게 자신이 나를 지켜보고 있음을 알려온다.

언제부턴가 스토커라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가 등장했지만 스토킹을 당하는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 피를 말리는 고통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상해를 입히거나 목숨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지않는다는 이유로 그 죄의 댓가가 너무 가벼운것에 대한 시사고발프로를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스토킹을 당해본적이 없기에 그들이 당하는 심정 고통이 얼마나 대단하고 그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수 없다는걸 그들의 고백을 듣고서야..아....그 사람들의 고통이 참으로 엄청 나겠구나 하고 깨달은 적이 있는데 어느새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고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이 책 `그림자`는 그런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를 그린 이야기이자 그녀가 느끼는 심적 고통과 그 압박의 강도를 차츰 차츰 늘려서 읽는 사람도 당하는 그녀처럼 점차로 숨이 막혀 질식할것 같은 느낌을 갖게한 책이다

왜 그녀 카린 지에벨이 프랑스 심리 스릴러의 아이콘이라고 하는지 읽어보면 공감할수 밖에 없다.

 

광고회사에서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인 클로에는 어느날 파티가 끝난후 집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후드티를 입은 낯선 그림자를 만난후 모든 일상이 악몽으로 변하고 만다.

검은 후드티를 입고 얼굴을 가린 그는 단지 그녀를 따라와 말도 없이 위협적인 모습으로 겁을 주고 사라졌을뿐인데 그 이후로 그녀의 생활속으로 은밀하게 숨어들어와 느닷없이 모습을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본 적이 없다.

누군가가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온 흔적이 있고 산 적이 없는 물건으로 냉장고를 채우고 악세사리가 사라졌다 나타나고 분명 문을 잠갔는데 문이 열려있는등...얼핏보면 아주 사소한 작은 문제들을 만들어 클로에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거나 심지어 믿으려고 하지를 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신경정신과적 치료를 권하는 상태가 된다.

게다가 그녀가 다니는 광고회사에서 부사장직에 있는 그녀는 곧 회장선출을 앞둔 중요한 때인데 언제부턴가 신경이 날카로어져서 잠을 못 이루고 안정제 없이는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되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경찰조차도..

이런 클로에에게 유일하게 그녀의 말을 믿고 다가온 사람이 바로 강력계 형사 고메즈

그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걸 기억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증인도 없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그가 한 실수로 인해 정직처분을 받은 상태라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태인데...

 

 

분명히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위협하고 스토킹을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이 그가 존재함을 알고 있다면 그런 상황을 이겨내기란 참으로 어렵지않을까?

책속 주인공인 클레어가 지금 처한 상황이 그러하다.

더군다나 그녀에게는 불리하게도 오로지 자신이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는것에만 모든 관심을 가지고 주변사람을  잠재적인 적으로 인식하는 그녀의 성향때문에 힘든일이 생겼을때 의논은 커녕 힘이 되어줄 사람 하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고립된 상태이기에 그녀가 느끼는 공포와 좌절감은 더욱 클수밖에 없고 혼자서만 외롭게 투쟁하던 그녀가 조금씩 불안과 공포로 잠식되어 가는 과정을 참으로 숨막히게 그려내고 있다.

보통은 주인공을 호감적으로 그려내기 마련인데 이 책의 주인공인 클로에라는 캐릭터는 호감이 가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너무나 제멋대로고 신경질적인데다 출세지향적인 자기애로 똘똘뭉친 사람이기에 처음 그녀가 당하는 장면에선 동정심이나 연민이 생기긴 어려웠지만 그녀가 그렇게 될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사연이 밝혀지고 난 후 당당하고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던 커리어우먼인 그녀가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그 공포감에 지지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다 결국엔 허물어져 가는 과정을 보면 읽는 사람도 그 감정이 전이되어 그림자의 존재에 분노하게 되고 어느새 그녀의 편이 되어 그림자의 존재가 모두에게 드러나길 기대하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고메즈라는 인물 역시 강력계형사로선 최고지만 곧 죽음을 앞에둔 아내를 보면서 매일매일 절망하고 아파하는 상처투성이의 인물이자 밖으로는 가면을 쓴 채 말썽꾸러기 익살꾼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중적인 인물이자 스스로 고립되기를 자처한 인물이다.

이렇게 얼핏보면 비호감인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아무도 믿지않았던 그림자의 존재를 믿어주는 유일한 인물이자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관계가 되지만...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도 믿어주지도 않는데서 오는 절망감은 읽는 내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끝까지 긴장감이 잘 유지될뿐 아니라 통속적이고 뻔한 결말을 맺지않은 점 역시 이 책을 높히 평가하게 하는 부분이다..

사방에서 클로에를 조여오는듯한 불안과 공포를 그녀가 어떻게 느끼는지, 강력하고 자존심 강하던 그녀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어찌나 맛깔나게 표현했는지...내가 그녀가 된 듯 숨이 막혀왔다

한번 손에 쥐면 정말 끝까지 놓을수 없을 정도였기에 그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 역시 높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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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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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란 사람은 원래 모든 장르에서 단편을 그다지 좋아하지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에서의 단편은 잘하면 겨우 본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단편에 대한 평가가 짠 편에 속한다.왜냐하면 장르의 특성상 반전이나 놀랄만한 트릭이 반드시 필요한데 짧은 글속에 그러한 요소를 담기가 왠만해서 쉽지도 않고 그 요소를 잘 살리는것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열대야`가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에 빛나고 데뷔후 온갖 상을 석권한 소네 케이스케의 작품이란 소리에 굉장히 흥미를 가졌다가 단편집이라는 소릴듣고 그 흥미가 약간 반감되엇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과 달리 이 책 `열대야는 엄청난 몰입감을 가지게 했다.

쥐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갈수밖에 없게 한 작품이기에 이제껏 호러라는 장르에 별관심이 없어 그저 이 작가의 이름만 들었을뿐 그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적었던 나에게 그의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단박에 올라가게 했다.

짧은 분량의 단 3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열대야...두말이 필요없다.그저 읽어보라고 칭할수밖에...

 

 

찌는듯이 더운 한여름 밤

한적한 산장에서 다섯명의 남녀가 모여있다.

네명의 남자와 한명의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하지만 그들 사이의 분위기는 온화하지않을뿐 아니라 긴장감이 흐른다.

빡빡 깍은 머리의 엄청난 덩치의 남자와 왼손 새끼손가락이 없는 40대의 남자는 돈을 빌린후 갚지못하고 있는 부부를 위협하고 있고 그런 부부와 친구인 남자는 우연찮게 이 소동에 합류한 상태..돈을 구하러 간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여자와 친구 그리고 사채업자간에는 말할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과연 이 날밤 사람을 못견디게 한 열대야는 무사히 지나갔을까?

일본이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미래 어느시점..그 가난의 원인으로 지목된 노인층

그런 노인층을 몰아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사회전반에 노인층을 향한 증오가 커지는 가운데 일자리조차 없는 젊은이들은 하루하루 살아가기조차 힘들고 그런 그들의 불만과 원한은 결국 힘없는 노인들에게로 향하게 된다.

과연 악순환은 끊을 수있을까?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수 없지만 죽었다 살아난 일명 소생자가 하나둘씩 생겨난다.

처음엔 살아있는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던 소생자들...점차 식인에의 유혹이 강해지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울 즈음에 마침내 폭동이 벌어지고 살아있는 시체들의 환락같은 파티가 벌어지고 난 후 보든것이 달라진다.

 

세편의 단편은 각자 특징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열대야에서는 짧은 하룻밤사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맞물려 겉잡을수 없는 방향으로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상황을 블랙유머처럼 그려냈다면...결국에 에서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초고령화사회의 문제점..즉 젊은 몇사람이 노인 한사람을 부양해야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그려내고 있다.

이제는 장수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앞으로 닦쳐올 미래사회가 더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단편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불안을 끄집어 내고 극대화해놓았다..

노인층의 증가로 복지비및 의료비의 증가는 곧 젊은 층의 세수부담이 되고 결국엔 서로에게 증오의 칼날을 들이밀수도 있는 상황을 참으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어 생각할수록 오싹하다.

마지막변명은 그의 장기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한두명씩 살아돌아온 자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과 그들을 통제하지못하는 정부의 모습..그리고 그런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들을 묘사했는데...흔히 알고 있던 좀비의 모습이 아닌 우리가 친숙하게 생각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던 우리 이웃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내서 인지 무섭다기보다는 흥미로웠다.그리고 뜻밖의 상황까지...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한번 손에 쥐면 놓을수 없는 묘한 매력을 지닌 책이었고 이런 단편이라면 얼마든지 사랑할수 밖에 없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내 개인적인 취향에는 열대야가 가장 맞지만 그렇다고 다른 단편이 부족하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상황상황이 묘하게 맞물려있는데다 반전이 있을수 없을것 같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반전...그 반전 또한 억지스럽지않고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결국 그가 쓴 장편은 어떨지..한호흡으로 긴이야기를 끌고 갈땐 어떤지 나로 하여금 그의 장편에 대해 몹시 궁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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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완전범죄를 꿈꾸는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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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이 나오면서도 잔인하거나 무섭지않은 추리소설

이런 소설을 코지미스터리라고 칭하고 대체로 일본쪽에서 이런 류의 가볍고 유쾌하기까지한 미스터리가 인기라고 알고 있다.

얼마나 인기인가하면 이런 가벼운 일상 미스터리위주의 일드가 제접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것만 봐도 알수 있다.

이런 코지 미스터리의 대표주자라 할수 있는 사람이 이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가 아닐까 한다.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비롯하여 `밀실시리즈,``여기에 시체를 버리지마세요`등등 제목에서부터 벌써 그가 지향하는 미스터리장르의 특징을 알수 있는  재치있고 코믹한 제목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도쿠야가 이번엔 어리숙한 경찰에 가정부라는 직업을 가진 마법사 소녀를 등장시켰다.

사건 곳곳에 등장하는 엉뚱하고 쿨한 매력의 마법사소녀 마리와 그녀가 가지고 다니는 빗자루는 전형적인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엉뚱하고 기발한 그녀만의 방법으로 범인을 지목하는등...모든 사건에 그녀의 활약이 빛나고 있는 가벼운 단편집이다.

여기엔 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살인사건이 벌어진곳의 모든것이 거꾸로 되어있는 방..과연 모든걸 거꾸로 뒤집은 범인의 목적은 뭘지..왜 번거롭게 모든것을 뒤집에 놓았는지 그 범인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그리고 살인이 벌어진 장소에서 발견된 단추

단추가 왜 살인사건이 벌어진 저택의 차고에서 발견되는지를 밝힌 잃어버린 단추

또 연이어 벌어진 자살처럼 꾸민 살인사건 그리고 그들의 곁에 있던 죽은자의 유서와 서명의 비밀...야구의 대타자 알리바이 깨기

 

이 4건의 살인사건은 일단 패턴이 비슷하다.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현장을 직접 보여주고 그가 왜 살인을 계획하고 저지르게 됐는지...그리고 그의 일련의 살인사건의 과정을 다 보여준다.아주 친절하게..기존의 미스터리 작품은 대체로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범인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혹은 범인을 먼저 보여주고 그 범인의 흔적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을 주로 보여주는데..여기에선 아예 그 룰을 깨고있다.

어리숙하고 약간 마조히스트적인 성향의 형사 오야마다 소스케와 그런 그의 일방적인 구애의 눈총을 받고 있으며 늘 엉뚱한 범인을 지목하고 미혼 남성이면 피의자든 용의자든 상관없이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올드미스  일명 동백아가씨라 불리는 쓰바키경위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늘 사건의 현장에 가정부로 있는 마법사소녀 마리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마리 그녀는 범인이 누구인지 첫눈에 알아보고 그 범인을 지목해서 소스케의 수사에 도움을 주지만 결정적인 증거나 왜 그가 범인인지를 밝혀주지는 못한다.

결국 우리 모두는 범인이 누구인지 그가 어떤 방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는지 모든걸 알면서 엉뚱하고 어리숙하며 약간 변태적인 성향의 소스케가 마법사소녀 마리의 단도직입적인 범인 지목을 뒷받침하는..범인의 알리바이를 뒤집는 과정을 지켜본다.

매번 처음엔 실수를 하고 범인의 날카로운 지적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마법사가 가르쳐준 범인을 잡는데 성공하는 소스케와 마리의 콤비

처음엔 약간 유쾌하고 흥미로웟지만 4편 모두 같은 패턴을 하고 있어 솔직히 흥미가 반감되기도 하고 마법사..것도 진짜 마법사의 등장은 역시 코믹하고 유쾌한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모르겠지만 일반독자가 흥미를 가지기엔 좀 무리가 있는 설정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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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자 - 속삭이는 자 두 번째 이야기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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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기존의 범죄 유형과는 아주 다르고 무서운 범죄자의 유형이 탄생해서 그 책을 읽은자로 하여금 섬뜩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줬던 작품 `속삭이는 자`

이 책은 타인의 내면 깊숙히 어쩌면 그 본인도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던 내면의 악의를 불러 일으켜 자신도 모르는 새 악을 행하게 만들었던 전재미문의 범죄자를 그린 작품이자 우리에겐 너무나 낯선 이탈리아의 범죄스릴러 작품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었다.

자신 스스로는 피를 묻히지않고 작은 속삭임만으로 그가 원하던 악을 행하던 그의 모습은 충분히 쇼킹하고 왠지 스멀스멀한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속삭이는 자`의 후속편이 바로 이 작품 `이름없는 자`다.

중간에 바티칸에 소속된 신부가 악을 쫏았던 작품 `영혼의 심판`도 물론 재밌게 읽엇지만....역시 도나토 카리시의 대표작이라 할수 있는 속삭이는 자와 연속된 이야기인 이름없는 자에 대해 더욱 기대가 클수 밖에 없었고 그 기대는 역시 찬사를 보내게 한다.

 

 

속삭이는 자로부터 받은 심적 타격으로 인해 더 이상 강력반에 소속되지않고 아무도 지원하지않는...사라진 사람들을 찾는 이른바 `림보`로 옮긴 밀라 바스케스

그녀는 범죄자를 추적하는것이 아닌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을 찾는 어쩌면 범죄의 위험과는 좀 멀어져있는 지금의 상태가 만족스러웠다.그 사라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 살인을 저지르고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서 마치 지구상에는 없는듯 흔적조차 남기지않았던 사람들이 20년만에 혹은 10여년만에 귀환해서 보란듯이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 살인을 쫏다보면 마치 그들을 따라와 주기를 바란듯이 하나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을 쫏아가면 새로운 희생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이 바로 밀라

밀라는 더 이상 이런 사건에 빠져들기 싫지만 어둠에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그녀의 본성을 거슬르기 힘들고 마침내 그들이 보여주는 흔적인  마법사 혹은 어둠의 주인이라 불리우는 카이루스라는 자를 찾기에 이르는데...

 

남에게 잊혀지고 마치 세상에 없는듯이 사는게 가능할까?

얼핏 생각해보면 현대인에게 필수품인 신용카드와 휴대 전화 그리고 곳곳에 설치된 CCTY라는 것들때문에 불가능할것 같다고생각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런것들이 도시의 어둠 속으로 숨는데 도움이 되기도 할것 같다.

오늘 아침을 같이 먹었던 혹은 옆자리에 몇년간 같이 일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홀연히 연기처럼 사라진 이야기를 간간히 듣는다.

그들은 성인이기에 스스로 자취를 감출려고 한 사람들이면 범죄에 노출되거나 피해를 입은것이라는 증거가 나오지않는 이상 찾질않는다고 한다.마치 책속에 나오던 림보의 실종자들처럼...

그렇다면 그들이 범죄에 피해를 입은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면 그들 스스로 나타나기 전에는 찾을수 없다는 이야기와 같은데...가짜신분증을 사고 팔수도 있는 세상이기에 넘치는 개인정보로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본적 없는 나로선 그 상상만으로도 섬뜩하다.

여기에 나오는 카이루스 역시 사람들의 이런 약함을 파고들어간다.얼핏보면 속삭이는 자와 조금 다른듯 보이지만 비슷한 형태의 악을 실행하고 있다.

세상에 혼자인듯 상처받고 아무도 돌아봐주지않아 몹시 외로운 사람들에게 마치 도움의 손길을 주는듯이 접근해 새로운 인생을 살수 있다고 속살거리며 접근해서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그 희망을 준 댓가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카이루스의 모습은 마치 악마의 모습과도 닮아있다.도움의 손길을 가장한 악마의 얼굴

더더욱 무서운건 카이루스라 칭하는 자는 역시 자신의 손에 피한방울 묻히지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다는 점이다.

아무도 자신을 돌아봐주지않고 간절히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때 내밀어진 손은 그들에겐 결국 썩은 동앗줄보다 못한 줄이었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갈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들 스스로 자신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결과라 할수도 있다.

그래서 그가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사람의 의지를 조정할수 있는 힘을 가진 그이기에...

그는 그들에게 스스로 새로운 삶을 살것인지 말것인지 결정권을 넘겨주고 그 결정에 군소리 없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다른 주인공인 베리쉬는 `악의 논리`라는 것으로 이런 모순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선의를 행하기 위해 저질러진 악은 과연 악인가 선인가?하는 누구도 선뜻 대답하기 힘든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불쌍하기 그지없는 주인공 밀라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딸 앨리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녀에게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이 이야기의 끝은 더욱 더 무섭고 오싹한 절대악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녀와 속삭이는 자와의 악연의 끝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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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에피소드 S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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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설이 되었다는 청춘 호러 어나더

왠지 아주 오래전 우리를 놀랍고 두렵게 하던...학교괴담의 최고봉 여고괴담이 생각나게 한다.

곁에 늘 있었는데도 아무도 그 애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늘 학교를 맴돌던 그녀의 존재가 드러나던 순간 카메라 앞으로 전진하던 그 괴기스러운 모습이 아주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던 작품

그래서 일까? 청춘 호러라고 하면 늘 그런 여고괴담과도 같은 학교 괴담이 생각나는것은...

일본에서 워낙에 인기여서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하던데 불행히도 일드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청춘 호러물 아니 호러라는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않았기에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나랑은 인연이 없었던 작품이 어나더였다.

그랬던 나였지만 그의 작품을 작년에 몇권 더 읽고서 호감도가 높아졌기에 올해 새롭게 나온 어나더 에피소드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을 구입...뜨거운 여름을 서늘하게 해 줄거란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생각보다 무섭지않고 오히려 미스터리에 가까운 작품이어서 다소 힘이 빠졌다.

무서울거라 잔뜩 기대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터라 무섭다기보다 마치 오래전에 읽은 오츠이치의 데뷔작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를 보는듯한 느낌이 강했다.

사라진 나의 시체 찾기랄까?

안대로 가려진 한쪽눈에 인형의 눈을 하고 있는 미사키 메이

그녀는 올여름 또 한명의 사카키를 만난 이야기를 사카키바라군에게 들려준다.

그녀가 만난 사카키는 부유하듯 떠돌던 유령..자신이 죽은건 아는데 왜 죽었는지..도대체 자신의 시체는 어디에 있는지 몰라 어리둥절한채로 자신이 살던 산장에서 몇달간 그냥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특별히 자신의 죽음이 억울하게 느껴지지도 안타깝다생각하지도 않은채 오래전 살아있었을때의 기억 대부분을 잊어버린채 그저 부유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유일하게 알아보고 자신의 목소릴 들을수 있는 메이의 존재는 그에겐 몇달만에 대화할수 있는 상대를 만난것이기에 그녀 메이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것 대부분을 띄엄띄엄 이야기하지만...기억의 대부분은 사라지거나 생각나지않는것뿐

이제 자신이 이렇게 떠도는 이유가 자신의 시체를 제대로 보내지못한 탓이라 생각한 그는 자신의 사체를 찾아나서는데 도대체 사체는 어디에 숨긴걸까?


어나더라는 작품을 읽지않고서도 이 책을 읽는데 특별히 지장이 있는건 아니지만 읽다보면 어나더를 읽고서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더 작품에 몰입할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책의 화자이자 자신의 주검을 찾아나선 이가 어나너에서의 그 학교 요미야마키타중학교의 3학년3반에서 살아남은 아이였기때문이기도 하고 어나더에서 활약한 오드 아이 메이가 사라졌던 여름 그 일주일간의 공백과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가 사라졌던 그 여름 그녀는 어떤 사건과 관계되고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부터의 출발..

자신이 이미 죽은자이고 그런 자신의 사체를 찾아나선다는 것에서 앞에서도 말했듯이 오츠이치의 작품이 생각난다.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관조적이고 관찰자적 입장에서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에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이다.

여기에서 사카키는 재난에서 홀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는것도 힘들어 하고 마치 홀로 남아 떠도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죽은것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을 내비치지않고 있다.

마치 자신이 죽은것이 당연하다는듯한 태도..여기에서 우리는 그가 어쩌면 자신의 죽음을 바란것이 아닐까 하는듯한 생각을 한게된다.

보통은 자신이 왜 죽었는지..? 혹은 누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범인찾기에 열중하는것이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이라면 사카키는 그런것보다 자신의 사체를 찾고 있다.그것도 열심히가 아니라 그저 찾아야해서 찾는다는듯이 열의없는 모습으로

이런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게 하고 뭔가 있는것이 아닐까 미뤄 짐작하게 한다.

또 이책에는 상당히 많은 말줄임표가 나오고 있는데...작가는 말줄임표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타깝기도 하고 비밀이 있는것 같아 궁금하기도 하고...그리고 뭔가 의심쩍게도 만드는 말줄임표...

죽은자는 단순히 사라지는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서로 연결되고 만나는것이라 생각하던 사카키의 믿음은 왠지 굉장히 철학적으로 들린다.

어쩌면 작가의 생각이나 믿음인지도 모르겠지만...그래서 그가 그리는 살아있지 않은자의 모습은 우리가 모르는 낯선공간 낯선장소에서의 연결을 생각하게 한다.모든 사람은 그게 살아있는 자든 죽은자이든 어디선가 서로 연결되어있는것이 아닐까 하는...문득 오싹한 생각을 하게 한다.

특별히 무섭거나 오싹하고 괴기스러운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은 비추...

하지만 미스터리로서 조금 색다른것을 찾는다면 괜찮은 선택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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