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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누군가가 늘 나를 지켜보고 있다.
항상 감시당하고 내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면서...조금씩 조금씩 나에게 자신이 나를 지켜보고 있음을 알려온다.
언제부턴가 스토커라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자가 등장했지만 스토킹을 당하는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까지 피를 말리는 고통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상해를 입히거나 목숨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지않는다는 이유로 그 죄의 댓가가 너무 가벼운것에 대한 시사고발프로를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스토킹을 당해본적이 없기에 그들이 당하는 심정 고통이 얼마나 대단하고 그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수 없다는걸 그들의 고백을 듣고서야..아....그 사람들의 고통이 참으로 엄청 나겠구나 하고 깨달은 적이 있는데 어느새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고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이 책 `그림자`는 그런 스토킹을 당하는 피해자를 그린 이야기이자 그녀가 느끼는 심적 고통과 그 압박의 강도를 차츰 차츰 늘려서 읽는 사람도 당하는 그녀처럼 점차로 숨이 막혀 질식할것 같은 느낌을 갖게한 책이다
왜 그녀 카린 지에벨이 프랑스 심리 스릴러의 아이콘이라고 하는지 읽어보면 공감할수 밖에 없다.

광고회사에서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인 클로에는 어느날 파티가 끝난후 집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후드티를 입은 낯선 그림자를 만난후 모든 일상이 악몽으로 변하고 만다.
검은 후드티를 입고 얼굴을 가린 그는 단지 그녀를 따라와 말도 없이 위협적인 모습으로 겁을 주고 사라졌을뿐인데 그 이후로 그녀의 생활속으로 은밀하게 숨어들어와 느닷없이 모습을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본 적이 없다.
누군가가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온 흔적이 있고 산 적이 없는 물건으로 냉장고를 채우고 악세사리가 사라졌다 나타나고 분명 문을 잠갔는데 문이 열려있는등...얼핏보면 아주 사소한 작은 문제들을 만들어 클로에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거나 심지어 믿으려고 하지를 않고 오히려 그녀에게 신경정신과적 치료를 권하는 상태가 된다.
게다가 그녀가 다니는 광고회사에서 부사장직에 있는 그녀는 곧 회장선출을 앞둔 중요한 때인데 언제부턴가 신경이 날카로어져서 잠을 못 이루고 안정제 없이는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되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경찰조차도..
이런 클로에에게 유일하게 그녀의 말을 믿고 다가온 사람이 바로 강력계 형사 고메즈
그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걸 기억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증인도 없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그가 한 실수로 인해 정직처분을 받은 상태라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태인데...

분명히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위협하고 스토킹을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이 그가 존재함을 알고 있다면 그런 상황을 이겨내기란 참으로 어렵지않을까?
책속 주인공인 클레어가 지금 처한 상황이 그러하다.
더군다나 그녀에게는 불리하게도 오로지 자신이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는것에만 모든 관심을 가지고 주변사람을 잠재적인 적으로 인식하는 그녀의 성향때문에 힘든일이 생겼을때 의논은 커녕 힘이 되어줄 사람 하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고립된 상태이기에 그녀가 느끼는 공포와 좌절감은 더욱 클수밖에 없고 혼자서만 외롭게 투쟁하던 그녀가 조금씩 불안과 공포로 잠식되어 가는 과정을 참으로 숨막히게 그려내고 있다.
보통은 주인공을 호감적으로 그려내기 마련인데 이 책의 주인공인 클로에라는 캐릭터는 호감이 가는 캐릭터라기 보다는 너무나 제멋대로고 신경질적인데다 출세지향적인 자기애로 똘똘뭉친 사람이기에 처음 그녀가 당하는 장면에선 동정심이나 연민이 생기긴 어려웠지만 그녀가 그렇게 될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사연이 밝혀지고 난 후 당당하고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던 커리어우먼인 그녀가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그 공포감에 지지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다 결국엔 허물어져 가는 과정을 보면 읽는 사람도 그 감정이 전이되어 그림자의 존재에 분노하게 되고 어느새 그녀의 편이 되어 그림자의 존재가 모두에게 드러나길 기대하게 된다.
또 다른 주인공인 고메즈라는 인물 역시 강력계형사로선 최고지만 곧 죽음을 앞에둔 아내를 보면서 매일매일 절망하고 아파하는 상처투성이의 인물이자 밖으로는 가면을 쓴 채 말썽꾸러기 익살꾼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중적인 인물이자 스스로 고립되기를 자처한 인물이다.
이렇게 얼핏보면 비호감인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아무도 믿지않았던 그림자의 존재를 믿어주는 유일한 인물이자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관계가 되지만...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도 믿어주지도 않는데서 오는 절망감은 읽는 내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끝까지 긴장감이 잘 유지될뿐 아니라 통속적이고 뻔한 결말을 맺지않은 점 역시 이 책을 높히 평가하게 하는 부분이다..
사방에서 클로에를 조여오는듯한 불안과 공포를 그녀가 어떻게 느끼는지, 강력하고 자존심 강하던 그녀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어찌나 맛깔나게 표현했는지...내가 그녀가 된 듯 숨이 막혀왔다
한번 손에 쥐면 정말 끝까지 놓을수 없을 정도였기에 그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 역시 높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되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