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맨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6
오리하라 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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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가 대표적이라 할수 있고 어느새 도시뿐 아니라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도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만 한번씩 문득 그 아파트를 올려다볼때면 같은 모양,같은 방구조의 집들이 칸칸히 올려져있고 그 곳곳에 사람들이 모두 같은 모습 같은 위치에 누웠다거나 잠들어있다는 상상을 할때면 그 기괴함과 그로데스크함에 오싹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내 머리위에 윗집 사람들이 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다니...마치 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이렇게 대표화된 아파트가 어느새 노후화가 진행된 곳도 있고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허물어뜨리고 새롭게 개발되기도 하지만 그런 여건이 안되어 노후화되고 낙후된채 마치 도시의 슬럼지역처럼 버려진곳도 적지않다는것도 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한때 마구잡이로 지어졌던 그 아파트가 앞으로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도시의 슬럼화를 앞당기는 장소가 되리라는건 불보듯 뻔 한 이치

이제 오리하라 이치는 그런곳이 될게 뻔한 `그랜드 맨션`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때 기가 막힌 그만의 트릭으로 추리소설 매니아들을 매료시켰던 오리하라 이치

한동안 그의 작품이 보이지않아 어느덧 조금은 잊혀진듯한 작가가 되나 싶더니 새롭고도 강렬한 표지와 함께 등장해서 기대감을 높혀준다.

일단 그의 신작이 간만에 나왔다는것에 반갑고 여전히 날카로운 그만의 트릭으로 이제껏 그가 그려왔던 추리소설과 달리 현대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건점함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그의 작품과 달리 이 작품 `그랜드 맨선`은 일단 단편의 형식을 띄고 있는데 내용 내용이 뚝뚝 떨어지는 각각의 단편이 아니라 그랜드 맨션이라는 제한된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작의 형식으로 되어 있어 각각의 이야기를 하는듯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연결된 형태를 띄고있다.

 

오래되고 낙후된 그랜드 맨션의 1관

2관의 판매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분양인 2관과 달리 1관은 임대의 형태인데다 도시에 있다는 편리성에다 임대비용이 저렴하다는 특성때문에 들어오면 좀체 나가지 않아 대부분의 주민이 노인인 경우가 많다.

이런 그랜드맨션에 요즘 자잘한 사건사고가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다.

아파트의 특성상 위아래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다 노인들이 홀로 거주하는곳도 많아 고독사의 문제도 있고 오랫동안 죽어있어도 발견이 늦어 냄새로 인해 그 사체를 찾는경우도 생긴다는 것때문에 공무원으로 퇴임을 한 다카다 에이지는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민생위원이 되어 활약을 하지만 남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을 하는데다 그에게도 오래전부터 사모해오던 여자가 있어 음흠하고 집요한 그는 그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무언가를 하게 된다.

또한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1관의 특성을 이용해서 누군가가 그들에게 전화로 접근... 그들의 가족이거나 오래된 연인인척하고 요즘 말로 하면 보이스 피싱같은 사기사건이 발생하지만 그 범인은 그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웃 중 하나로 좁혀지는데

과연 누가 노인을 상대로 사기를 쳤을까?

 

그랜드맨션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은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총체적 상황과도 같다.

자식이 있어도 혼자 남겨진채 돌봄도 없는 노인들의 고독사문제부터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몰라 그 이웃이 살인범이거나 훙악범일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간다는것에 대한 공포를 다룬 `소리의 정체`같은 내용은 누구라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자 되짚어 보면 섬뜩할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익명성이 보장된듯 하지만 악의를 가지고 접근을 하면 의외로 누구라도 우편함같은걸 이용해서 손쉽게 다른 사람의 정보를 획득해서 피해자가 될수도 있다는 걸 `시간의 목소리`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는데...특히 홀로 살면서 순간적으로 판단하는것이 흐려진 노인을 상대로 사기사건을 일으키고 그들의 노후자금을 빼앗는 악당과도 같은 사람들 이야기는 요즘 뉴스에서도 흔히 접하는 뉴스이기에 이야기가 더 현실감있게 와닿는것 같다.

이렇게 작은 4층의 맨션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되짚어 보게 하는 오리하라 이치는 예전의 그의 대표작들인 ~도착 시리즈나 ~자 시리즈와 같은 날카롭고 예리한 맛은 좀 떨어지는 듯 하지만 그에 반해 예전보다 더 대중적인 친근함을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쉬운 소재와 이야기구조의 단순성은 그도 역시 나이를 먹은 탓일까?

예전의 그의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듯 하고 처음 그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부담스럽지않고 그만의 트릭에 빠져볼수도 있을듯...

개인적으론 교실시리즈보다는 이 책이 더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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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 여신의 영원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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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범죄 피해자를 대하는 시선중에 가장 극명한 차별을 보이는 건 성폭력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분명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딘지 음습하게 비틀려있을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 사람이 범죄를 유발하는 어떤 행동을 한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본다.

요즘에는 성폭력피해자가 반드시 여성에게만 국한된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는 여성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그녀들이 바람직하지않은 행동을 해서 그들로 하여금 그런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유발한건지도 모른다는 왜곡된 시선이 있고 그런 시선들로 인해 두 번의 상처에 숨죽여 우는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왜곡된 시선은 그녀들이 어떤 지위나 위치에 있든 마찬가지인것 같다.

게다가 그런 성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녀들을 아는 지인이거나 친인척 혹은 직장동료와 같은 사람이 많고 그런점은 군대나 경찰과 같이 신분고하가 분명하고 법질서가 철저히 지켜지리라 여겨지는 곳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이제 성폭력에서 예외적인곳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이 두렵지만 현실이 아닐까?

이 책 `리코,여신의 영원`을 쓴 저자는 처음 들어보는듯 했는데 의외로 가볍게 읽을수 있었던 코지 미스터리시리즈인 `고양이 탐정 쇼타로`를 쓴 저자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두 책사이의 격차와 간격이 너무나 커서 도저히 같은 작가가 쓴 글이라 여기기 힘들었기 때문인데...개인적으론 요코미조 세이시 대상을 받으며 찬란하게 데뷔한 이 책이 더 마음에 든다.

 

 

 

신주쿠서에서 반년동안 조사하던 사건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청과의 합동수사로 넘어가게 되어 열받은 리코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나 잊고자 했던 2년전의 그 남자 안도와 해후하게 된다.

자신이 조사하던 사건과 그들의 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리코와 콤비이자 연인인 신지는 우연히 비디오샵에서 연출이 아닌 실제 성폭행을 당하는 모습이 담긴 테입을 찾게 되고 그 영상속의 소년들중  한 사람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지만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살을 하게 되고 또 다른 피해자 역시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얼굴을 가린채 처절하게 같은 남자에게서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하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사건임을 보여주지만 그들의 정체는 좀체 밝혀지지 않은 이때 하루미 부두에서 익사체롤 떠오른 남자를 조사하던 본청팀은 그가 남긴 비디오 테입을 보게 되고 그 비디오의 내용이 리코와 신지가 조사하던 그 영상임을 알게 되면서 수사본부를 합치게 된거지만 그들 본청팀에는 그토록 리코가 잊고자 했던 연인 안도와 그녀에게 잊지못할 상처를 줬던 선배 다카스가 같이 있는데다 합동수사팀의 다른 형사들은 그녀의 존재를 못마땅해 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남자들의 세계인 경찰에서 여자의 몸으로 빛나는 재능을 보여준 그녀 리코는 그들에게는 공공의 적일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치졸한 남자들이 어떤 행동을 해서 자신들의 두려움과 질투를 숨기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그녀 리코는 그들의 동료도 아니었고 심지어는 일반인들이 받는 처우보다 못한 처우를 받을뿐 아니라 약간의 틈이나 실수를 해도 여자라서 그렇다는 멸시와 질타를 받는 모습에서 남자들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남성성을 드러내기 위해 얼마나 필사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여성인 리코는 상대적으로 처절하게 짓밟히고 있다.

처음의 순진하고 발랄했던 리코가 어떤 과정과 아픔을 겪으면서 마침내 그녀 자신이 아니면 누구도 상처를 낼수 없는 빛나는 여신이 되는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책은 그녀 리코의 성장소설과도 같아 보인다.

또한 일반적인 견해로 법질서를 지키고 있는 그들세계에서 더욱 남녀평등이 실천되리라 믿었던 믿음과 달리 그들 경찰속에서도

 남녀 차별은 존재할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생각과 반대로 더 심한 불평등을 겪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사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다카스가 벌이는 치졸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복수는 그녀 리코를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자신이 그토록 의지하고 믿고자 했던 안도의 행동 역시 그녀가 오랜세월 믿어오고 지켜왔던 도덕성과 가치관을 완벽하게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그녀 스스로 깨어나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남자들이 아무런 죄의식이나 죄책감없이 그저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상대를 찾는것처럼 리코 역시 자신이 원하는 상대를 찾아 사랑을 나누는데 주저함이 없고 아무런 흔들림이 없는 모습으로의 변신은 그래서 오히려 남자들에게 더 어필하는 결과가 되지만 그녀 리코는 자신에게 흔들리는 나약하고 무책임한 남자들을 경멸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한 선택은 일반적이지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녀가 마리에게 가지는 사랑의 순수함이 빛나는것 같다.

당할수록 아픔을 겪을수록 강해지고 굳건해지는 리코...

사랑앞에 흔들리고 비틀거리면서도 자신의 내면속의 마음과 직면해가는 과정이 잔인하고 일반적이지않아 읽기가 편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리코는 빛나는 캐릭터임엔 분명하다.

그녀 리코는 여신이다 그것도 영원히 빛나는 여신이자 여전사와 같은...

어쩌면 이 책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이 책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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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과 창조의 시간 밀리언셀러 클럽 135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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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사람의 실패자가 있다.

경찰로서도 훌륭했고 자신의 의무에 대해서도 잊지않는 그였지만 불행은 그를 벗어나지 않고 그의 주변을 맴돌다 결국에는 그의 발목을 잡아 채기에 성공했고 마침내 그의 천직이라 여기던 경찰까지 관두게 된 사나이

경찰도 아니고 정식으로 허가받은 탐정도 아닌...그저 어둠에 발을 반 정도 묻고 있는 그에겐 아이러니하게도 늘 사건의뢰가 따르고 있다.

생각보다 사회는 정식적으로 허가받지 못하고 어둠속에서 해결을 봐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 그들의 욕구에 딱 맞는 사람이 바로 우리의 매튜 스커더

자신의 실수를 잊지도 못하고 적당히 세속적이면서도 자신이 의뢰받은 사건의 수임료를 떼어 교회나 성당에 헌금하지만 그렇다고 신앙을 믿지는 않는 상당히 복합적인 인물이자 매력적인 캐릭터가 바로 매튜 스커더이자 우리의 주인공이다.

그런 그를 이번에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새롭게 탄생한다는걸 보면 조금은 기대가 되기도 하고 조금은 우려가 되기도 한다.

강한듯 보이면서도 흔들리고 갈등하는 그의 매력을 과연 얼마나 잘 표현할수 있을지...

이 책의 주인공 매튜스커더가 탄생한지 40년이 가깝다는걸 생각하면 그저 놀라울 정도로 지금 읽어도 시시하지도 촌스럽지도 않다.

그만큼 매튜스커더라는 인물이 가지는 캐릭터가 강렬하고 매력적이기도 하다.

 

 

매튜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일명 `스피너`라 불리우는 협잡꾼 같은 남자지만 왠일인지 잘 차려입은 모습으로 매튜에게 와 봉투를 내밀며 자신에게 무슨일이 생길경우 그 봉투를 열어볼것을 요청하고 매튜를 선임한다.

그리고 몇 주후 그의 우려대로 스피너는 죽은채 발견되고 이제 매튜는 봉투를 열어 그가 협박을 했고 그로 인해 스피너를 죽이고자 하는 용의자의 면면을 확인하게 된다.

봉투안에 든 사람은 3명으로 그들은 각자 큰 실수와 잘못으로 인해 스피너에게 협박을 당하고 갈취를 당하고 있던 사람이자 가장 강력한 살인용의자들

이제 매튜는 스스로를 협박자로 칭하며 그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접근하는데...

 

사건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특성대로 복잡하지않고 단순하다.

협박을 일삼아서 사람들에게 피를 빨아대듯 돈을 갈취하던 사람이 있고 그가 마침내는 죽임을 당한다.

그를 가장 죽이고 싶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게다가 친절하게도 용의자를 미리 골라놓는 센스를 보여주고 그들의 면면을 매튜의 눈을 통해 보여주면서 가장 절박하고 살인의 동기가 강력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요즘 모든 범죄추적에 쓰이는 여러도구의 도움도 없고 흔한 컴퓨터의 도움조차 없이 오로지 심문과 사건정황을 통해 범인에게로 접근하는 매튜의 방식은 어쩌면 좀 시시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우직하고 굳건하게 사건해결을 향해 한발한발 다가가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매튜에게는 살해당한 스피너의 인간성따위는 중요하지않다.

그가 나쁜놈이고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먹던 협잡꾼이라는 사실보다 그에겐 더 중요한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은 죽은 사람이 범죄자든 부자든 여자든 남자든 중요하지않다는 점이다.

그저 살인과 다른 범죄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

그래서 그는 오늘도 어두운 밤거리를 홀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그가 맡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쓴다.

외롭고 쓸쓸하고 어딘지 위태롭지만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도움이 될것 같은 남자 매튜 스커더...이 시리즈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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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키스 매드 픽션 클럽
존 렉터 지음, 최필원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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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어있는 돈가방이 있고 그 돈가방의 주인은 생사를 넘나들며 오락가락 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돈가방의 주인은 그야말로 내가 손하나 까딱 하지 않아도 곧 저승길에 오를 사람이라면...

게다가 돈가방의 존재를 아무도 모르고 있다면 과연 그 가방의 존재유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수 있을까?

그 돈가방안에 들어있는 돈은 한사람이 아니라 여러사람의 팔자를 고칠수 있을 정도로 거액의 빳빳한 현찰이라면..

이렇게 이런 저런 옵션을 달지만 이건 오롯이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에 관한 문제가 아닐지?

장담할순 없지만 이런 상황에 빠진다면 누구라도 한번쯤 그 돈에 대한 유혹으로 인해 갈등하고 고민하지않을까?

게다가 마침 알맞게도 내 양심에 꺼리낄것 없이 그 돈의 존재를 아무도 모른다니 이런 횡재상황에서 그 돈을 갖고 싶어하는건 어쩌면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갈등하지않을까?

이렇게 자신의 양심과 물질적 가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은 내가 그 상황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면 흥미로운 상황이고 그래서 이런 딜레마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가 많은걸로 알고 있다.

익숙하다는 건 그만큼 그 소재가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제껏 많이 다룬 소재인만큼 왠만함으로는 그 식상함을 이겨낼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책 `콜드 키스`는 작가의 데뷔작인만큼 익숙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가독성이 좋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역시 익숙함과 식상함이란 함정을 벗어나긴 좀 힘들었던 것 같다.

 

 

 

가족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눈보라를 만난 사라와 네이트

모든걸 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여행에서 뜻하지않은 불청객이 그들과 동행하게 된다.

왠지 꺼려지는 남자인 실은 어딘지 아픈듯한 몸을 한 채 그들에게 돈을 주면서 동행을 요청하고 아이를 가져 많은것이 필요한 사라는 네이트의 꺼림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동행하는 차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지만 곧 폭설이 이들의 발목을 잡게 되고 외딴곳에 세워진 모텔의 방을 잡으로 네이트가 들어간 사이 실은 숨지고 만다. 온통 피로 물들인 몸과 총구멍을 가진채..

당황하던 네이트와 사라는 그의 소지품을 뒤지던 중 그가 엄청난 금액을 가지고 있는것을 발견하게 되고 불길한 돈이라 꺼려하는 사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네이트는 그 돈을 다 차지하기로 하는데..

 

어떤 막다른 선택의 기로에서 무심결에 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도 어찌해볼수 없는 상황으로  굴러가기 시작하고

물론 그 상황이란 것도 당연히 긍정적인 쪽이 아닌 부정적이고 심지어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설정은 스릴러나 블랙 코메디에서 자주 접해보는 설정이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매번 선택을 하게 된다.여기 네이트와 사라처럼..그리고 실처럼

그 선택이 앞으로의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당연히 알수 없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모든것이 달라지기도 하고 처음엔 옳은 선택이라 생각했던것도 아주 먼 뒷날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 나쁜 선택이 될수도 있다는걸 생각하면 참으로 인생이 세옹지마라고 칭했던 옛어른들의 혜안이 그저 놀라울따름이다.

여기 이 책의 주인공 네이트와 사라 역시 그저 지나가던 사람이 준다는 돈에 혹해 잠시 태워주고자했을뿐이지만 그가 가진 돈이 불러오는 악운은 그들의 목숨마저도 위태롭게 할뿐 아니라 그 이후의 그들의 사랑과 삶조차도 퇴색되게 만드는 악의 기운을 가졌다.

더 웃긴건 그들의 처음은 호의와 선의에 의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엄청나게 기침을 해대는 실을 모른 척 외면할수도 있었지만 아파보이는 그를 무시하지 못하고 그의 조건을 수락한데서 그들의 불행은 시작되었고 그들이 한 선택이라는 것도 왠만한 사람이라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기에 그들의 처지에 동정도 간다.

이렇게 처음 시작이 선의로 행해졌다할지라도 결과론적으론 돈의 유혹에 빠져 나쁜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처지는 책을 읽어갈수록 안타깝게 느껴지지만...기존에 나온 책에서 이런 상황을 많이 봐 온 만큼 조금은 식상한 감도 있다.

차라리 네이트와 사라의 선택이 어느 순간 확연히 기존의 틀을 깨거나 아니면 반대하는 사람의 성비라도 바뀌었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미없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긴장감이 느껴지거나 새롭다는 느낌도 들지않는....그저 익숙한 한편의 영화를 보는 편안한 느낌이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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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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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는 개발이라는 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마을에는 그 마을을 지켜준다는 커다란 고목이 있기 마련이다.

그 고목들은 수령이 오래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마을을 지켜준다는 미신과도 같은 믿음이 믿겨질 만큼 크고 든든한 나무가 대다수인데

그래서인지 그 오래 지켜 온 세월만큼 사연 또한 많았다.

내가 살던곳에도 이런 오래된 나무가 있었는데..그 나무에 목 메달아 죽은 사람도 몇명인가 되고 그 크기가 크다보니 한 낮에도 나무아래에는 빛이 제대로 들지않아 그 아래는 서늘함마저 느껴질 정도 였고 그러한 점이 은근히 아이들에겐 두려움과 더불어 이상하게 매력을 가지게 하는 존재였다. 왠지 모를 두려움과 경원감마저 느껴지는 존재이자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

시마다 소지의 이 책 `어둠 비탈의 식인 나무`도 그런 이야기이다.

책 내용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괴함과 그로데스크함은 마치 마신유희와 점성술 살인사건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사실이라 믿기에는 너무나 기괴하고 무서운 이야기지만 거짓이라고 단정짓기엔 어느 정도 사실이 바탕이 된 이야기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와 두려움을 주기엔 충분하고 시마다 소지는 그런 점을 잘 이용해서 멋진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이 한참이던 1941년 사람들에게서 늘 두려움과 공포를 안겨주던 어둠비탈위의 녹나무에서 한 여자아이가 처참하게 찢겨진 사체로 발견되고 사람들은 마치 그 녹나무가 그 아이를 잡아 먹은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의 상황은 사건을 수사하기에 편안치않은 시대라 그렇게 묻힌다.그리고 그 나무가 있던 곳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인이 바뀌고 그곳은 이제 스코틀랜드에서 온 신사인 제임스 페인과 그의 일본인 아내와 함께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게 되지만 이렇게 평화롭던 것도 잠깐 페인조차 이곳을 버려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만다.그리고 그곳을 빌라로 만들어 그의 자식들이 살아가고 있던 즈음 태풍이 요코하마를 강타한 그날밤장남인 후지나미 스구루가 원래 있던 지붕위의 풍향계인 닭은 치워버리고 그곳에 죽은 채 앉아 있는 기괴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우연히 그 남자 스구루의 연인과 선을 보게 되었던 우리의 이시오카의 말을 듣고 당장에 이 괴상한 사건에 발을 디디게 된 미타라이 기요시는 그 남자 스구루의 식구들을 만나보고 사람들이 경외시하는 두려움의 존재인 어둠 비탈의 녹나무를 보게 된다.

이 수상하기 그지없는 사건을 수사하던 미타라이는 고향으로 떠난 페인이라는 남자의 수상한 취미와 그의 발자취를 궁금해하다 그의 책속에 살인을 의심케하는 수상한 글귀를 발견...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페인이 만들었다는  수상하기 그지없는 `거인의 방`을 찾아가지만 처음 추측과 달리 그곳에는 죽은 소녀의 사체가 발견되지않고 그들이 떠나있는 동안 이곳 일본의 후지나미가에선 또 다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이야기전반이 어둡고 침울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에다 사건의 기괴함과 그로데스크함은 읽으면서 계속 몸서리치게 만든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을 하나의 조각품처럼 자신의 의지로 새롭게 창조한다는 점에선 점성술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마을 전체를 마치 위에서 누르듯이 지켜보고 있는...죽은 사람의 피를 먹고 수천년을 살았다고 믿어온 노목인 녹나무의 존재는 마신유희같이 믿고 싶지않지만 나도 모르게 그 존재를 인정케하는 박진감이 있다.

그런 믿기 힘들지만 어느새 인정하게 하는 존재인 녹나무가 이 글속에서 끼치는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읽는 사람들도 정말 사람들 말처럼 그 나무가 스스로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나무같이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져 온 사건의 시작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도 작은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는 걸 보면 무섭다거나 두렵다고 생각되어왔던 사건의 진실이란 어쩌면 이렇듯 별 거 아닌것에서 시작하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진실이 자신들의 의지와 입맛에 따라 변하고 변질되서 종래에는 그 처음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조차 잊어버린채 그 변질된 모습이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되는... 그리고 그런 상황을 남들과 다른 심미안과 뒤틀린 마음으로 교묘하게 파고들어 이용하는 뒤틀린 욕망을 가진자의 어둡고 참담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괴담이란 이렇듯 사람들 스스로는 인정하고 싶어하지않지만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두려움과 공포라는 놈이 작은 일을 계기로 실체가 되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순식간에 읽혀지지만..그리고 대체로 범인이 누구임을 알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갖는 힘은 줄어들기는 커녕 읽어내려갈수록 공포가 더 커지고 그래서 이 사건의 범인은 이 사람입니다...하는 뻔한 결말이 아닌게 더 맘에 든다.

읽을수록 미타리이의 쿨함과 도대체가 겁이 없고 당황하는 일이 없는 이 박학다식한 탐정이 당황하거나 화를 내고 혹은 범죄자의 덫에 빠질때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덩달아 곁에 있는 왓슨같은 존재인 이시오카의 폄범함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면서 이 두 콤비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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