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대도시는 개발이라는 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마을에는 그 마을을 지켜준다는 커다란 고목이 있기 마련이다.

그 고목들은 수령이 오래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마을을 지켜준다는 미신과도 같은 믿음이 믿겨질 만큼 크고 든든한 나무가 대다수인데

그래서인지 그 오래 지켜 온 세월만큼 사연 또한 많았다.

내가 살던곳에도 이런 오래된 나무가 있었는데..그 나무에 목 메달아 죽은 사람도 몇명인가 되고 그 크기가 크다보니 한 낮에도 나무아래에는 빛이 제대로 들지않아 그 아래는 서늘함마저 느껴질 정도 였고 그러한 점이 은근히 아이들에겐 두려움과 더불어 이상하게 매력을 가지게 하는 존재였다. 왠지 모를 두려움과 경원감마저 느껴지는 존재이자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

시마다 소지의 이 책 `어둠 비탈의 식인 나무`도 그런 이야기이다.

책 내용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괴함과 그로데스크함은 마치 마신유희와 점성술 살인사건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사실이라 믿기에는 너무나 기괴하고 무서운 이야기지만 거짓이라고 단정짓기엔 어느 정도 사실이 바탕이 된 이야기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와 두려움을 주기엔 충분하고 시마다 소지는 그런 점을 잘 이용해서 멋진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이 한참이던 1941년 사람들에게서 늘 두려움과 공포를 안겨주던 어둠비탈위의 녹나무에서 한 여자아이가 처참하게 찢겨진 사체로 발견되고 사람들은 마치 그 녹나무가 그 아이를 잡아 먹은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의 상황은 사건을 수사하기에 편안치않은 시대라 그렇게 묻힌다.그리고 그 나무가 있던 곳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인이 바뀌고 그곳은 이제 스코틀랜드에서 온 신사인 제임스 페인과 그의 일본인 아내와 함께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게 되지만 이렇게 평화롭던 것도 잠깐 페인조차 이곳을 버려두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만다.그리고 그곳을 빌라로 만들어 그의 자식들이 살아가고 있던 즈음 태풍이 요코하마를 강타한 그날밤장남인 후지나미 스구루가 원래 있던 지붕위의 풍향계인 닭은 치워버리고 그곳에 죽은 채 앉아 있는 기괴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우연히 그 남자 스구루의 연인과 선을 보게 되었던 우리의 이시오카의 말을 듣고 당장에 이 괴상한 사건에 발을 디디게 된 미타라이 기요시는 그 남자 스구루의 식구들을 만나보고 사람들이 경외시하는 두려움의 존재인 어둠 비탈의 녹나무를 보게 된다.

이 수상하기 그지없는 사건을 수사하던 미타라이는 고향으로 떠난 페인이라는 남자의 수상한 취미와 그의 발자취를 궁금해하다 그의 책속에 살인을 의심케하는 수상한 글귀를 발견...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까지 가게 되고 그곳에서 페인이 만들었다는  수상하기 그지없는 `거인의 방`을 찾아가지만 처음 추측과 달리 그곳에는 죽은 소녀의 사체가 발견되지않고 그들이 떠나있는 동안 이곳 일본의 후지나미가에선 또 다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이야기전반이 어둡고 침울하기 그지없는 분위기에다 사건의 기괴함과 그로데스크함은 읽으면서 계속 몸서리치게 만든다.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을 하나의 조각품처럼 자신의 의지로 새롭게 창조한다는 점에선 점성술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마을 전체를 마치 위에서 누르듯이 지켜보고 있는...죽은 사람의 피를 먹고 수천년을 살았다고 믿어온 노목인 녹나무의 존재는 마신유희같이 믿고 싶지않지만 나도 모르게 그 존재를 인정케하는 박진감이 있다.

그런 믿기 힘들지만 어느새 인정하게 하는 존재인 녹나무가 이 글속에서 끼치는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읽는 사람들도 정말 사람들 말처럼 그 나무가 스스로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나무같이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져 온 사건의 시작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도 작은 진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는 걸 보면 무섭다거나 두렵다고 생각되어왔던 사건의 진실이란 어쩌면 이렇듯 별 거 아닌것에서 시작하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진실이 자신들의 의지와 입맛에 따라 변하고 변질되서 종래에는 그 처음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조차 잊어버린채 그 변질된 모습이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되는... 그리고 그런 상황을 남들과 다른 심미안과 뒤틀린 마음으로 교묘하게 파고들어 이용하는 뒤틀린 욕망을 가진자의 어둡고 참담하기 그지없는 이야기...

괴담이란 이렇듯 사람들 스스로는 인정하고 싶어하지않지만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두려움과 공포라는 놈이 작은 일을 계기로 실체가 되어 나타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 참으로 순식간에 읽혀지지만..그리고 대체로 범인이 누구임을 알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갖는 힘은 줄어들기는 커녕 읽어내려갈수록 공포가 더 커지고 그래서 이 사건의 범인은 이 사람입니다...하는 뻔한 결말이 아닌게 더 맘에 든다.

읽을수록 미타리이의 쿨함과 도대체가 겁이 없고 당황하는 일이 없는 이 박학다식한 탐정이 당황하거나 화를 내고 혹은 범죄자의 덫에 빠질때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덩달아 곁에 있는 왓슨같은 존재인 이시오카의 폄범함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면서 이 두 콤비의 다음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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