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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이미 결론이 다 났다 싶은 사건을 막판에 뒤집기 한판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법정 스릴러는
범인임이 분명하면 할수록 혹은 완전히 무죄임에도 무죄를 증명할 방법이 없는... 즉 도저히 뒤집어질 수 없는 자충수에 몰린 상황이면 상황일수록 누구도 예상 못 한 카드로 판도를 뒤집는 그 묘미에 승패가 갈린다.
그래서 잘 쓰인 법정 스릴러만큼 반전의 재미를 주는 것도 없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 최후의 증인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독자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장점은 아니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뒷부분이 어떻게 진행되어 갈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전개를 보인다.
그렇다면 법정물의 장점이 사라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그런 부분을 스토리의 힘으로 충분히 메울 뿐 만 아니라 작가 특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작가의 이름이 어딘가 익숙한 듯해서 찾아보니 예전에 아주 재밌게 읽었던 외로운 늑대의 피와 달콤한 숨결을 쓴 작가라는 걸 알고 놀랐다.
작품의 성향이나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같은 작가의 책이라는 걸 예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알고 보니 작가가 어느 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 아닌 다양한 스타일에 도전하는 작가였고 대부분의 책이 호평을 받았다는 걸 보면 작가의 역량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검사로 뛰어난 활약을 하던 사카타는 어느 날 갑자기 어느 사건을 계기로 검사를 때려치우고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얼핏 보면 수수한 옷차림과 외모로 그가 뛰어난 변호사임을 알 수 없지만 이제까지 재판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백전백승의 변호사
그런 그가 누가 봐도 범인이 분명해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는 용의자를 변호하기 위해 나섰다.
호텔방에 든 남녀가 있고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살아서 그 방을 나오지 못했다.
두 사람 외에는 그 방을 드나든 사람이 없었고 둘의 관계는 평범한 커플이 아닌 이른바 불륜커플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해 검거하고 이내 형사재판을 하게 되지만 증거와 모든 상황이 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면서 사카타에게 변호를 일임한다.
당연히 검찰 측에서는 그의 이런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검사로서 촉망받는 사람을 내세워 재판에 임하지만 재판이 끝나갈 즈음이 되도록 뚜렷한 변호를 하지 않는다.
그의 이런 이상한 행동이 신경에 거슬린다고 느낄 즈음 그는 마침내 누군가를 중인 석에 세운다.
그가 증인석에 세운 사람은 누구일까?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에서 단번에 역전시킬 만한 변수는 과연 뭘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끝까지 몰입해서 읽게 하는 최후의 증인은 법정스릴러 가 가지는 긴박감과 긴장감은 다소 부족한 듯하지만 사카타가 가진 패가 과연 뭘까 하는 궁금증에 끝까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사실 왜 이 사건이 벌어졌는지는 이야기 중간에서 이미 드러나있고 어떤 전개를 펼칠지도 예상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가독성이 뛰어난 걸 보면 작가의 필력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제껏 작가의 책을 3권쯤 읽었는데 세 권 다 전혀 다른 분위기였고 세 권 다 만족스러웠던 걸 보면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범죄 그 자체보다 범죄 이면의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