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의 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허하나 옮김 / 폭스코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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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설로 유명한 요코야마 히데오는 64나 빛의 현관, 사라진 이틀 같은 장편소설도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단편소설이야말로 작가의 번뜩이는 재능을 제대로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단편은 그중에서도 특히 스릴러나 미스터리의 단편은 진짜 생각지도 못한 전개나 반전이 나오지 않는 이상 뭔가 볼일을 덜 마친듯한 미진함을 느끼게 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작가들 역시 장편을 잘 쓰는 작가와 단편을 잘 쓰는 작가가 있지만 둘 모두에서 뛰어난 작가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의미에서 요코야마 히데오는 장단편 모두에서 탁월한 솜씨를 보이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교도관의 눈은 미스터리 단편집이면서 직접적인 살인사건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 혹은 살인이 있었다 해도 아주 오래전 벌어진 일로 현재 그 사건으로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표제작 교도관의 눈과 자서전만이 가장 미스터리에 가까운 사건을 다루고 있는 데 특히 교도관의 눈은 생각지도 못한 전개와 반전으로 미스터리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주부가 실종된 사건으로 용의자가 되었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어 풀려난 남자

모두가 그가 범인임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풀어준 상태에서 단 한 사람만이 포기하지 않고 용의자의 뒤를 몰래 쫓는다.

그는 오래전부터 경찰관이 되고자 했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교도관으로서 퇴임을 앞둔 남자였고 아무도 몰랐던 교도관의 이 행동이 드러난 건 곧 퇴직할 그에게서 원고를 받아 기관지에 실어야 하는 임무를 맡은 한 사람 때문이다.

그리고 드러난 진실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고 이야기 전체의 판도를 뒤집는 데 성공한다.

자서전 역시 뚜렷하게 드러난 살인사건은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하면 할수록 누구도 몰랐지만 분명 살인사건은 있었고 그 살인사건을 인지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오전 다섯 시의 침입자와 조용한 집 그리고 비서과의 남자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작가 특유의 관찰력과 섬세한 묘사로 범인 아닌 범인을 찾아내지만 우리에게도 매일매일 일어나는 작은 소동들조차 작가의 손에 들어가면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회사에서 작은 실수를 저지르고 상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수습하느라 진땀을 쏟거나 빨리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 그리고 직장 내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한 알력 같은 건 우리의 일상에서 늘 일어나는 일인데 이걸 미스터리 작가의 손에서 마치 무슨 음모가 있거나 미스터리한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든 것... 그게 바로 작가의 필력이 아닐까

말버릇 같은 건 조금 다른 느낌의 단편이었는데 여성 특유의 질투와 시기심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끼리 서로에게 갖는 우월감 같은 걸 아주 미묘하게 잘 잡아냈다.

6편의 단편은 각각 다른 듯 비슷하고 각각의 매력을 제대로 뽑아낸 작품이었다.

단지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나 뭔가 엄청난 반전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일상 속에서 찾는 작은 미스터리를 즐긴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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