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기도 전에 소개 글만 보고 몹시 궁금하게 한 책이었다.

문학상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하나 둘이 아니라 3대 문학상을... 그것도 나오키상이라는 문학상과 책을 사는 독자들에 의한 상인 일본 서점 대상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를 동시 석권한 작품이라는 것만 봐도 이 작품이 문학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라는 걸 보여준다.

게다가 특이하게도 일본에서 상을 받았지만 작가는 대만 출신이고 작품 배경에는 중국과 대만과의 역사가 밀도 있게 그려져있다.

일본은 단지 배경으로 잠시 등장할 뿐 오롯이 대만과 중국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에도 일본의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면 이 모든 걸 아우를만큼 이 작품이 독보적이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책을 읽자마자 느낀 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전개였고 장르 역시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시신을 맨 먼저 발견한 손자가 그 범인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잠깐의 설명으로 당연히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은 전체 이야기의 일부분일 뿐이고 손자에 의해 할아버지 시대의 역사를 더듬어가며 그 시대를 살아남은 사람들의 역사 드라마라고 볼 수 있을듯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냐하면 그렇지는 않다.

마치 오래전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는 듯한 향수를 느끼게 했고 읽으면서 대만과 중국 본토 사이의 역사는 우리나라와 북한의 사이처럼 가까우면서도 먼... 그리고 이념의 차이로 한 민족이 갈라진 비극적인 역사마저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예치우성은 평범한 소년이었지만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누군가에 의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당한 할아버지의 시신은 이후 그의 삶을 지배하는 것 중 하나였고 반드시 범인을 잡아 복수하겠다는 일념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지만 생각 외로 범인의 정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어린 시절 함께했던 친구가 불량배 조직에 들어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덩달아 예치우성의 삶마저 당연한 듯 뒤틀리게 되고 대학에 들어가 평범한 삶을 살 것 같았던 삶은 모든 것이 뒤틀려버린다.

여기에다 첫사랑의 실패는 이제까지의 그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하는 결정타로 작용한다.

마치 흘러가는 물처럼 아무런 미련도 계획도 없이 살아가게 된 그는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었고 이대로 끝나버릴 것 같았던 그의 삶을 또다시 변하게 한 것 역시 할아버지였다.

도저히 밝혀질 것 같지 않았던 범인의 정체를 문득 깨닫게 된 예치우성은 결국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인 중국으로 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읽으면서 책 속에 그려지는 70~80년대 대만의 풍경은 흡사 우리나라의 옛날 모습을 보는 듯 친근했다.

한민족이면서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전쟁을 하고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면서 죽일 듯 노려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챙겨주기도 하고...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거침없이 자행되던 독재정부까지..

무엇보다도 경제성장기를 몸으로 겪으면서 어느새 점점 세대 간의 변화가 극명하게 갈리는 과정을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작가가 왜 일본에서 침체된 일본 문단을 구원한 희망으로 떠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적당히 비슷한 포맷과 결말로 다소 식상해지고 신선함이 사라졌던 일본 소설과 달리 마치 정제되지 않은 거칢이지만 그 속에서 인간미를 느낄 수 있고 생생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한 필체는 확실히 읽는 재미를 준다.

여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스터리를 가미한 류는 확실히 기존의 일본 소설과는 다른 느낌과 재미를 준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