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로에 있는 그 커피 전문점 커피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곳에 앉아서 나는 편지를 끄적거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것도 아니고, 기다리지 않는것도 아니였다. 그 사람과 우연인척 만나질 것 같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전혀 만나지 못할 것 같지도 않은 이상한 기분으로 앉아서 나는 편지를 끄적거렸다.
그 이후에, 그 편지를 쓴 대상을 만났지만, 나는 그 편지를 전하지 못했다. 도저히 그때 그 멜랑꼬리한 기분으로 뭐라고 끄적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기도 했고, 민망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 편지는 그날 종로에서 우연인척 그사람을 만났어야지만 전할 수 있는 그런 편지였다. 편지의 유통기간이 다 되버린거다. 유통기한이 다 된 편지는 어디론가 쑤서박혀졌다. 그리고, 나는 그 편지의 내용이 문득 궁금했다. 그 종로에서 나는 무슨 내용을 끄적거렸을까.. 싶어서 찾아봤는데 안보인다. 어디에 처박아 뒀는지 모르겠다. 찾아봐야 별 내용 없을것 같은데, 막상 찾지 못하니까. 웬지 굉장한 내용이 숨어 있을것만 같다. 그래봐야.. 어딨는지 도저히 못찾겠다...
2.핸드폰을 바꿨다. 9년째 고집있게 유지하던 이동통신사도 바꿨다. 공짜폰을 준다고 해도, 궂이 핸드폰 기계요금 다 내고 유지하던 통신사였는데, 오늘은 "더 저렴하게" 한마디에 미련없이 통신사를 버렸다. 한산한 토요일 오전에 내가 좋아하는 곳 산책을 나갔다가 마지막으로 사진 한장을 찍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바꿨다. 통신사까지 옮기게 되니, 구 기계가 필요없어졌다. 그래서 가방 어디론가 쑤셔박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내가 산책한 그 곳의 사진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아봤지만, 아무리 찾아도 가방안엔 예전에 쓰던 핸드폰이 들어 있지 않았다. 핸드폰에는 마지막으로 찍은 내가 좋아하는 곳 사진과, 그리고 전부 초기메뉴로 돌려놓고, 아침에 주고 받은 두어개의 문자만이 남아있을 뿐이고, 굳이 없어진다고 해서 유출될 정보도, 새 기계가 생겼으니 아쉬울 것도 없는데, 괜히 그걸 꼭 찾고 싶어져서, 왔던길을 다시 돌아가봤지만.. 역시 없다..
3. 무엇보다도, 정신이없고, 무언가에 열정이 없다. 아.. 그게 어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