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로마제국의 붕괴·1881년의 인디언 봉기·히틀러의 폴란드 침입·그리고 강풍세계〉에서는 몇 가지 단어를 기록해 두었다가 일주일 분의 일기를 쓰는 남자가 나온다. 


나는 일기장 같은 수첩을 늘 들고 다니면서 메모를 남겨 놓는 편인데, 일기로 바꾸지 않은 메모들도 

많다. 신기한 것은 메모를 들여다 보면 어떤 일로 이 메모를 남겼는지가 잘 기억난다는 거다.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가방을 찾아 다니는 내가.. 메모의 힘은 대단하다. 


meno 1. DELIGHT

흑임자라떼가 유명하다는 강원도 까페 앞,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흑임자라떼는 흑임자 맛과, 커피 맛이 났다, 뭔가 표현해보려고 생각할 수록 흑임자 맛과 커피맛이였다. 커피맛과는 별개로 날씨는 몹시 좋았다.  태풍이 오기 전이라고 시끄러운 뉴스가 한창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하늘은 더 파랗게 빛났고 구름은 파도쳐 왔다가, 긴 눈꼬리를 남기며 멀어져 갔다.

하늘과, 바다와, 구름을 보면서 우리는 한참 수다를 떨었다.   

꼭 필요한 이야기 몇 가지와 대분분은 하지 않아도 그만인 이야기들이였다. 

꼭 필요한 이야기는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였으며, 하지 않아도 그만인 이야기들은 가볍고 즐거웠다. 그렇게 살고 있다, 꼭 필요한 몇 가지 일을 하고, 대부분은 하지 않아도 그만인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꼭 필요한 몇 가지 일은 무겁고 어려운 일들이지만, 꼭 하지 않아도 그만인 일들은 가볍고 즐겁다. 

우리가 커피를 마시던 테이블 맞은 편에는 카라반이 한대 서 있었는데.. 

"DELIGHT"라고 적혀 있었다. 카라반에 적힌 것과는 다르게 그것은 우리의 시야 대부분을 막고 있어서, 바다를 보려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야 했다. 


meon 2. 오레오쿠키 쉐이크 

강원도 바닷가에 있었던게 꿈인지, 내가 오늘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 하는게 꿈인지,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나도 나를 모르겠지만, 일단 출근은 해야지. 하면서 출근차에 올랐다. 출근하는 길을 

꾸뻑꾸뻑 졸면서, 그래, 멀리 있는 직장에 다니니까 이렇게 출근길에 자기도 하고 줗구나, 역시 직장이 좀 멀어야지... 하다가 아니지, 가까우면 침대에서 더 자면 되잖아 하다가.. 그래도 출근길에 잠깐 자는게 꿀잠이지 하다가, 아니지. 그럴바에 출근을 안하는게 제일 좋잖아. J군이 밥을 

굶기진 않으니까... 하다가.. 아니지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고 살아, 휘낭시에도 먹어야 하고 볼리

바치오의 오레오쿠키 쉐이크도 먹으며 살아야 하니.. 나는 출근을 해야 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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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2-09-2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지요. 술도 마셔야 하구요. ㅎㅎ
따라쟁이님. 엄청 오랜만이네요.
먼 곳으로 출근하시는군요. 저는 올해 사무실이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왔어요. 걸어다니는 출퇴근길을 매일 즐기고 있어요.

따라쟁이 2022-09-2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습니다. 술도 마셔야지요. ㅎㅎ 출근길은 가까워도 멀어도 싫어요. 싫습니다!
엄청 오랫만이죠. 제가 좋아라하는 사람이 요즘은 뭘읽고 어떻게 사나 페이퍼를 써보는게 어떻냐고 권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