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가 되어서 나는 정확히 <서른>살이 되었다. 되어버렸다고 해야 맞는건지 모르겠지만. <서른>은 내게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였다. 뭔가 확고한 인생의 목표가 생길것 같고, 철없던 10대와 방황하던 20대를 거쳐, 안정적이고, 더 큰 고민이 없어보이는 나이.  이제 내가 그런 나이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철이 없고, 인생을 방황하고 있다. 아.. 그니까. 서른은 안정적이고 큰 고민이 없는 나이가 아니고, 그렇게 보여져야 할 나이인가 보다. 인생의 무게를 입고, 책임을 껴안고, 힘들고 어렵지만 이제 철부지 처럼 어딘가에 징징거리며 아프고 힘들다고 투정부릴 수 있는 나이가 더이상 아닌거지. 방황은 계속하고 고민은 계속 되지만 겉으로는 마치 모든 대답을 얻은것 마냥 여유있게 굴어야 할 나이가 된거지.. 더이상 고민과 방황과 실수들이 <미숙> 함으로 보여지며, 경험을 쌓고 나면 하지 않을 일들이 아니라. <부족>함으로 보여지며, 과거에 겪어야 할 일들을 뒤늦게 겪고 있는 일들이 되는거... 이제 그 나이가 되어 버린거다.  

어렸을 때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아무도 크게 마음을 쓰지 않으며, 그냥 존재 하는 것만으로도 무조건적인 애정을 얻을 수 있다. 식사를 하다 트림을 할 수도있고, 목청껏 소리를 지를 수도있고, 돈을 못 벌어도 되고, 중요한 친구가 없어도 된다. 그래도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냉담한 인물들, 속물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 자리를 차지한다는 의미이다. (27P)
 

나의 동경의 나이는, 모든것을 얻은 나이가 아니라, 마치 모든것을 얻은것 처럼 굴어야 할 나이였던 거다. 하루 하루 더 멀어져 간다고 감성적으로 지나간 추억을 노래할 나이가 아니라, 죽으라고 내일을 뛰어야 할 나이 라는것을 서른이 된 아침에 뒷통수를 후려 맞듯이 깨달은 거다.   

나는. <서른>이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01-0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 서른이어서.
:)

따라쟁이 2011-01-03 15:05   좋아요 0 | URL
아. 네. 좋아요. 서른이여서. 오.. 젠장. 이제 아이크림을 떡칠해야 할 나이죠.

2011-01-03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01-03 15:15   좋아요 0 | URL
애기.

2011-01-03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3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1-0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어떻게 서른이나 마흔이나,,, 저 문구가 콕콕 박히는걸까.

따라님, 올해 행복하고 건강한 일 가득하세요! 서른 축하해요! 멋진걸!

따라쟁이 2011-01-03 15:0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 문구는 정말 스물아홉도, 서른에도, 한살한살 먹을때 마다 생각해요. 내 자리를 잘 차지하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카스피 2011-01-03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쟁이님 요즘 서른은 뭐 나이도 아니라는데요 뭘..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셔용^^

따라쟁이 2011-01-04 00:55   좋아요 0 | URL
네, 카스피님도 새해는 무지막지하게 행복하시길 빌어요^-^

감은빛 2011-01-0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는 좀 더 나이를 먹으면 정말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었는데, 나는 여전히 철없는 아이일 뿐인 것 같아요.
저는 '서른'이 된다는 거에 별로 자각이 없이 지나왔는데,
지나고나서 보니 유난히 '서른'이란 나이에 많은 사람들이 의미부여를 하더라구요.

글 분위기에는 안 어울리지만, 동경하던 나이가 되신 거 축하합니다!

따라쟁이 2011-01-24 22:02   좋아요 0 | URL
동경하는 나이에 맞는 제가 되길 바래요. 그러기가 쉽진 않겠지만.
^-^ 축하는 감사합니다.

저절로 2011-01-0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른, 위험한 나이지~

따라쟁이 2011-01-06 19:48   좋아요 0 | URL
뭘해도 나는 에파타님께는 위험한 후배. ㅎㅎㅎ

라로 2011-01-0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님!!!저 정말 멍텅구리 맞아요!!!
님께 보내는 택배를 우체국 지점장님(?)이 막 걱정을 하시면서
다시 포장을 하자고 해서
그분과 제가 함께 포장을 열심히 해서 보내는건 성공을 했는데
아 글쎄 제가 허접하게 써간 편지를 안 넣었지 뭐에요,,ㅠㅠㅠㅠㅠㅠㅠ
편지는 다음을 또 기약하라는 계시로 알고 있겠습니다.
암튼 포장이 헤게망측한 이유는 완전히 그 지점장님 때문이라고요..^^;;

따라쟁이 2011-01-06 19:48   좋아요 0 | URL
알았어요. 무조건 그 지점장님때문이에욧
 

종종 나는 "진심이에요," 혹은 "저는 이제 제 마음을 다 말했으니 결정하세요" 라는 말 뒤에 비겁하게 숨곤 한다.  나는 어렵게 진심을 말했고, 고백했으니 마치 내 도리는 다 했다는듯이 이제 남은 건 내 결정이 아니라 당신 결정이라고 내 감정의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떠 맡기곤 했다.  허락한 적도 없는 사람을 혼자 짝사랑 해 놓고, 그 뒷모습을 보며 가슴아파하는것도 내 몫이고, 그 사랑에 책임도 내 몫이고, 이루어 지지 않았을 때의 허무함도 내 몫인데, <고백>과 <진심>이라는 단어 뒤에서 나는 내 감정에 대한 대답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채 마치 피해자인냥 굴었던 거다.  '나는 용기를 내서 고백했어.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대'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순식간에 영화의 비련의 여주인공 마냥 나는 내 감정으로 부터 도망가곤 했다.  

그런 나에게 이건이란 남자가 소리지른다.  

"사랑한다면서 기껏 여기까지에요? 내가 한 번 흔들렸다고 그렇게 쉽게 도망치나? 고백을 하면 그저 사랑이란 게 무난히 찾아 올 줄 았았어요? 파도 하나 없이 평탄 할 줄 알았냐고"  

"그렇다면 애초에 날 사랑한다고 애기하지 말았어야지. 당신의 그 정도로는 사랑도 뭣도 아니니까

"난 정말 당신이 날 사랑하는 줄 알았죠. 이 정도 선에서 상처 받기 싫어서 물러나가겠다고 한다면 사랑했다고 말하는 것도 엉터리야.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감정이 아니에요. 당신 그 마음은" 

 생각하게 된다. 내가 했던 고백에 두달이 지나서야 수줍은 얼굴로 "알았다고 " 대답했던 G군을. (나는 그때 뭐라고 했더라.. "뭐야.. 아직도 생각하고 있던거야?" 라고 했던가 ... 아니면.. 비웃음으로 응수 했던가.. ) 고백은 내가 한 주제에 받아 들이는 사람에게 있는대로 고민하게 만들고, 결국은 거절의 말을 하면서 마치 죄인인냥 굴게 만들었던 M군을 . 찾아 보면, 생각해보면 그것 뿐이랴. 책임질 생각없는 고백과 진심으로 나는, 비겁하게도 사랑뒤에 숨는짓을 반복 해왔던 거다.  감히, 사랑이라고, 그래서 나는 전부를 거노라고 말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얼마나 되는걸까?

공진솔이라는 여자가  응수한다.

 "그래요. 그 정도가 내 폭이에요. 상처받기 싫다고요!" 

"그냥, 바람이 날 건드리고 간거라고. 단지 그랬을 뿐이지. 그게 내 심장을 꿰뚫진 않았을 거라고.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도 않을거고요." 

"좋은 사랑 할거에요. 사랑해서 슬프고,사랑해서 아파 죽을 것 같은 거 말고.. 즐거운 사랑 할 거에요."

하지만,,, 그런거다, 비겁해지더라도, 숨더라도, 도망치더라도 아프고 싶지 않은것.  아프고 싶지 않기에 내 심장을 꿰뚫고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은거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이 아프다. 

 내 비겁했던 사랑에 대한 직격탄을 이건이라는 남자가 마구 날려 대니까. 그 남자. 이건이 쐐기를 박는다 

"댁이야 말로 함부로 고백했고, 경솔했어. 전부를 걸 마음도 없었으면서." 

그리고 상처 받기 싫어서 한발 뒤로 물러 서버리는 공진솔이라는 여자가 마치 나 같으니까 

 "이제 와서 당신하고 평범한 친구로 지낼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결국 두사람은 만난다.  

"당신은, 왜 나왔어요?" 

".....붙잡으려고요." 

 

누구도 나에게 내 감정이 사랑도 뭣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내가 내 심장을 꿰뚫고 지나가도록 두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었다. 다만 언제나 사랑이 전부인척 했고, 상대는 그것에 대해 경솔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만나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해피앤딩은 나의 지나갔던 모든 비겁한 사랑을 위로한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01-01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쟁이님은 사랑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할 말이 풍부하군요. 느끼는 것도 풍부하고, 경험도 풍부해서. 또 많이 생각하라고 로맨스 소설을 끊임없이 대주고 싶어요. 그런데 나는 로맨스 소설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엄청 부족해서.

잘 자요. 예쁜 꿈만 꾸고요.

따라쟁이 2011-01-03 10:43   좋아요 0 | URL
사랑에 대해서가 아니고, 사람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할 말이 풍부하죠^-^
그러니까 로맨스 소설이 아니더라도 모든 책은 읽으면서 많이 생각해요. 주로.. "미친.. 어떻게 사람이 이런글을 쓰지.." 정도 되겠군요.

잘잤어요. 이쁜 꿈도 꿨구요^-^

저절로 2011-01-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해..정말 위험한 페이퍼야..

따라쟁이 2011-01-03 10:4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는 위험한 여자 (응?)니까요. ㅎㅎㅎㅎ

마녀고양이 2011-01-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ㅇ. 요즘 시크릿 가든 보면 부러워 죽겠어요... (응, 갑자기 무신?)
여하간.. 그 둘은 비겁한 사랑 같지 않아서 너무 부러워.. 크크.

이 페이퍼 요주의 맞네. 위험해. 새해에 봐서 다행이야~

따라쟁이 2011-01-03 15:0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시크릿가든이 진리에요~!(이건도 무신?)
 

1. 크리스 마스 이브에 12시까지 일했다.  

2. 크리스 마스에 출근했다.  

3. 26일은 출근해서 밤 12시 까지 일했다.  

4. 월요일도 열두시까지 일했다.  

5. 드디어 J군이 직장을 때려치라고 말했다. 하루 평균 17시간 일을 하고 있는데  그정도 일하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해도 지금 월급은 나올 꺼라는게 J군의 말. 오~! 그런데 진짜다. 젠장. 

6. 사표를 썼다. 돌아온건, "한 일주일 쉬다가 와"  그것도 내 연차에서 빠지는 당연한 휴가. 우씨. 

7. 미친듯한 예약 전화와 컨플레인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전화벨 소리가 무섭다. 잠결에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00과 에 따라쟁이 입니다. " 요즘은 핸드폰으로 전화걸면서도 9번을 누른다(회사 업무용 전화는 9번을 누른 후에 외부전화로 연결이 된다.) 

8. 편의점에서 초콜렛을 골랐다. 계산을 하기로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뭐냐? 커피만 사준다고 했는데 초콜렛은 왜 골라?"  내가 대답했다. "난 이쁘니까 괜찮아" 그 옆에서 물끄러미 우리를 바라보던 꼬마가 말한다. " 엄마, 저 누나 거짓말해!" 엄마는 아이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어디론가 끌고 나갔다. 친구는 아무말 없이 내가 고른 초콜렛을 두개 사줬다.  

9. 선물 받은 커피는 무척 맛있다. 특히 아이리쉬 크림향이 맛있었는데 누군가가 자꾸 서랍을 열고 뺏어 먹어서 하루만에 없어졌다.  

10. 아픈책들을 줄줄이 읽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몸살이 오는것 처럼 온 몸이 욱신거려온다.  

11. 어깨가 너무 아파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돌덩이 같은 어깨라고 이야기 하더니만, 곧 이렇게 말한다. "어쩜. 뭉친게 아니고 근육인가봐. " 그래. 나 역삼각형의 어깨를 가진 뭐. 그런여자.  

12. 연말을 맞이 하야, 서랍정리를 했다. 이어폰만 열댓개가 나왔다. 그것도 참 종류별로 나오더라. 진동이어폰부터, 고가의 해드폰까지. 하지만 지금 내가 쓰는건 5,900원 짜리 이어폰이다.  

13. 이틀연속 같은 사람의 꿈을 꿨다. 아무래도 연락을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무슨일이 있는지 걱정도 되고,,, 그런데 핸드폰에 그 사람의 연락처가 없다. 나는 보통 연락처 저장을 이름으로 안해놓고 내가 다른 이름이나 별명을 붙여서 저장해 놓는데, 그 사람의 이름을 뭐라고 저장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나는거다. 저장해 놓은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판에 번호는 더더욱 말할것도 없지.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0-12-2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뭐라고 저장되어 있어요?

따라쟁이 2010-12-30 11:01   좋아요 0 | URL
초절정 섹시 미녀!!!!!

저절로 2010-12-2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저 누나 거짓말해요.
포복절도. 나 좀 말려줘~

따라쟁이 2010-12-30 11:02   좋아요 0 | URL
그 아이보다, 그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끌고 나가는 엄마가 더 미웠어요. 암묵적 동의 아니냐고~!!!!1

마노아 2010-12-2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쟁이님 보약 먹어야겠어요. 이쯤 해서 브론테님 서재에서 영감을 얻어 한 마디!
"쫄지 마요!" 불끈!!

따라쟁이 2010-12-30 11:02   좋아요 0 | URL
쫄지 않아요. 저는. 날라오는 주먹을 똑바로 보면서 맞을 수 있는 뭐 그런여자 ㅎㅎ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12-29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님. 그래서 오늘은 좀 쉬는 중?
너무 바쁜 일정들이예요. 안 그래도 새색시라 환경 적응도 힘들건데..

ㅋㅋ, 내 페이퍼의 댓글 보고, ㅇㅇ, 힘든 상태인게 틀림없어 라는 생각 했어요~ 뽀오~

따라쟁이 2010-12-30 11:03   좋아요 0 | URL
어제 잠시 놀았다고 오늘 새벽부터 정신 없었어요.
그 케잌은 달아 보였어요. 크림이 잔뜩 얹혀져 있었잖아. 달다.. 아.. 달아+_+

L.SHIN 2010-12-29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슬픈데도 따라님의 유머 때문에 웃음이...ㅜ_ㅡ(죄송)

힘내요! 따라님! (불끈)

따라쟁이 2010-12-30 11:03   좋아요 0 | URL
으흠. 나의 달콤달콤 엘님을 웃게 할 수 만 있다면야
더 무너져 드릴 수 도 있어요

양철나무꾼 2010-12-30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여기저기서 웃네요.
저도 '엄마, 저 누나 거짓말해요.'에서 배꼽 잡았어요~^^

힘내세요, 홧팅~!!!

따라쟁이 2010-12-30 11: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더 얄미운건 그 아이의 엄마 였다니깐요.
"아니, 왜 누나 이쁘구만."이라고 하면 되지 왜 애를 끌고 나가냐고 나가길.~!!!
게다가 친구는 편의점에서 나오면서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야. 그래도 누나라잖냐. 이모가 아니고" 아 놔 진짜

무스탕 2010-12-3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누나 거짓말해요 하는 아이한테 누나는 평생 소원이 거짓말 한 번 해보는 거야!! 하고 외쳐주시지 그랬어요. ㅎㅎㅎ

연말이 힘들어도 그건 올해를 보내기 위한 몸부림이라 생각하시고 힘내세요!

따라쟁이 2010-12-30 11:19   좋아요 0 | URL
아니, 무스탕님. 그건 <진실>이였단 말입니다.!!!!

2010-12-31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31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눈이 내린 길은 제법 미끄러웠다. 주머니에 손을 콕 넣은채로 선물받은 목도리로 코까지 가리고으.. 춥다 추워를 반복하며 조심스레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뒤뚱거리면서 걷는데 전화기 진동이 느껴진다. 아.. 춥다. 손빼기 귀찮아. 이러는 동안에 끊겼던 진동이 잠시후 다시 울린다. 툴툴거리며 전화기를 꺼내는데 수신번호가 모르는 번호다. 

"네 따라쟁이입니다." 했더니 밑도 끝도 없이 상대방은 이렇게 말한다 "주머니에 손 넣고 걷다가 넘어지면 다친다니까. 여전히 그러지?" 

 어.. 이목소리는..C군... 같은데?

그 날도 눈이 많이 왔었다. 혼자 늦은 야근을 마치고 눈을 맞으며, 밟으며 퇴근을 하고 있었다. 얼추 집앞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전화벨이 울렸다.  

- 주머니에 그렇게 손 넣고 걷다가 넘어지면 다친다 

-  치, 우리 집앞에 CC TV라도 설치 한거야? 자기 집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냐? 

-  누가 집이래? 

그러더니 집앞에 서 있는 차 한대가 라이트를 껐다가 켰다가 한다.아직 끊지 않은 수화기에서 여전히 그가 말한다. 

- 눈 오는데 내 생각도 안나든?

- 생각했어, 오면서 계속 보고 싶다고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 그럼 전화라도 하지 

- 목소리 듣고 나면 더 보고 싶을까봐.. 

- 그럼 보러 오라고 하면 되지 

- 눈길에, 밤길에 위험하니까.... 

  

당시 그 사람은 경기도 광주에, 나는 평택에 있을 때였다. 한 시간 넘는 길을 운전해 와서 두시간 넘도록 집에서 나를 기다렸다고..그날 늦은 새벽까지 함께 이야기 하던 목소리가.. 지금 내 수화기에서 들리고 있었다.  

"호주에서는 돌아 온거야?" 

"응. 좀 됐어. 진작 연락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하네.. 눈 오니까 생각도 나고" 

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렸다. 그 뒤는 쓸대 없는 말들, 건강한지, 잘 지냈는지, 별일 없는지.들어도 그만이고 안들어도 그만인 별로 궁금하지 않은 말들. 첫마디를 뭐라고 할까 한참 고민하고 연습했다는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는 끝났다.

통화를 마치고 심란한 기분에 이어폰을 다시 꽃았는데 아.. 미치겠다. 하필이면 이노래다.

저 골목을 돌면 니가 있을 것 같아 눈을 질끈 감고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살아난 행복했던 시간이 바람에 불어온 추억은 또 나를 헝클어 

사랑했어 사랑해서 아프게해 정말로 미안해      

저 골목을 돌아 니가 있어 준다면 말없이 그 품에 다가가서 날 안길텐데

사랑이 전부였던 시절들,  아직도 눈이 오면 내가 생각나는 사람, 내리는 눈에 용기를 내어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준 사람 .집앞에서 나를 기다려 주던 사람. 그런 그 사람을 기다리지 못한 나.그가 기다려 주던 골목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걷는 나. 그리고 여가수의 목소리.

왠지 먹먹해 지는 가슴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그런데, 그가 거기에 서 있었다.  

말도 안되는 털 모자를 눌러쓰고, 발이 반쯤 들어가다 만 내 어그부츠를 신은 채로 집앞 골목 모퉁이에서 J군이 서 있었다. "그친줄 알았는데 눈이 다시 내리길래, 버스에서 내려서 뒤뚱거리다가 넘어질까봐. 집앞에 도로가 안그래도 부실한데 너 넘어지면 도로는 어쩌니." 뭐.. 그가 뭐라고 하던 나는..말없이 그 품에 다가가서 날 안길텐데.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아주 긴 시간 샤워를 하고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폈다. 이 책이 이 부분을 읽지 않으면,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갑자기 당신이 문앞에서 서 있었어요. 그럴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398p)


 

 

  

 

 

 

 

지금 J군은 코를 골면서 자고 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절로 2010-12-2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님 방에 들어오면
잊고 지냈던 '사랑이 전부였던'
그 시절 속에 들어온 느낌이야.

내가 가질 수 없었던 그 사람
당신, 자꾸 끄집어 낼 거야 엥?
<내겐 너무 위험한 페이퍼야...>

따라쟁이 2010-12-30 11:05   좋아요 0 | URL
으흐흐. 저는 계속 에파타님께 <위험한 페어퍼>를 쓸거에요

감은빛 2010-12-2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이네요.
저도 장거리 연애 해본 적 있는데,
가난했던 터라, 차가 없어서 밤늦게 갑자기 찾아가거나 그런 건 못해봤어요.
그런 기억을 가졌다면 눈이 오는 날이면 생각나겠네요. ^^

따라쟁이 2010-12-30 11:09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칭찬에 갑자기 머슥.. 해 지네요
밤늦게 찾아왔는데 제가 자느라고 전화 못받고 세시간씩 세워뒀다가 삐져서 결국은 헤어진 남자도 있는데.. ㅎㅎㅎ 뭐 그런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겠죠 ㅎㅎ
그나저나 반갑습니다. 감은빛님+_+

마녀고양이 2010-12-2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이 심란함은 머지? 크.
거기에 남의 속도 모르고 코 골며 주무시는 J군. 동상이몽? 큭큭.

따라쟁이 2010-12-30 11: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호주 갔으면 거기서 잘 살 일이지. 왜 와가지고는.
게다가 왜 연락을 해가지고는

다락방 2010-12-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이 책 후버까페 한테 보냈어요. 지금쯤 미국으로 날아가고 있을듯. 벌써 받았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못받았다고 하더라구요. 나의 후버까페가 연말에 혼자 고즈넉히 보내고 있는다고 해서 말랑말랑한거 읽으라고 보냈어요. 어휴 말랑말랑해.

마지막 J군의 말에 대한 이 페이퍼를 읽노라니 조민기와 오연수 주연의 [거침없는 사랑]이라는 드라마 생각이 나요. 따라쟁이님 혹시 그 드라마 봤어요? 그 드라마에서 오연수는 조민기를 사랑하거든요. 짝사랑이라고 해야 하나. 조민기는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어서.. 여튼, 그런데 오연수가 하루는 조민기한테 그렇게 말해요.

"난 당신이 나한테 뭐라고 하든 그게 다 사랑한다는 말로 들려요. 나 미친년 같죠?"

J군이 하는 말때문에 오연수의 이 대사가 생각났어요.

따라쟁이 2010-12-30 11:12   좋아요 0 | URL
1. 후버까페에게 이 책이 부디 말랑말랑한 연말을 줄 수 있길 바래요. 근데 이책 은근히 아파요.
2. 거침없는 사랑은 보지 못했어요. 음. 한번 다운받아 볼까요?
3. 다락방님의 사랑은 이런거로군요. 그러니까. 술집 한군데서 91,000원의 술값이 나올때 까지 마시고, 필꽃힌 책은 선물로라도 읽게 해주고, 아니면 페이퍼를 지름신을 동반한 페이퍼를 생성해 내는..ㅎㅎㅎㅎ
4. 그런 의미로다가, 나도 다락방님께 <격한> 사랑을 받고 싶어요

다락방 2010-12-30 13:02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어느 부분이 아팠어요?

따라쟁이 2010-12-31 20:36   좋아요 0 | URL
으흐흣. 제 글이 대답이 잘 됐기를^^
 

허니와 클로버에 이런 대사가 있다.  

꿈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는건, 내가 그사람을 많이 보고 싶어 해서가 아니라, 꿈에 나타난 사람이 나를 많이 그리워 해서  그래서 잠시라도 보고 가려고 드르는거라고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났다. 늘 보고 싶어했던 안경을 벗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가만히 한참 동안 손을 잡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를 계속 했는데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입모양만 보였다. 나는 그 손을 잡은 느낌이 너무나 생생해서 차마 크게 이야기 해달라고 하지도 못했다.   

아침에 잠을 깨고 나서 잠시 허니와 클로버에 그 대사가 생각났다.  

기억하는게 더 힘든 사람,  나의 기억에만  그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기억에는 마치 내가 없는것 같은 사람 . 그런데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건, 혹시 아직 그 사람에게 나의 기억이 남아 있는 걸까?  그래서 잠시 인사라도 건내려고 찾아 왔었나?  혹시.... 내가.... 보고 싶었나?(두근) 

이런 꿈을 꾼 날, 하루 종일 눈까지 내려주는건... 이건 좀 너무 하잖아.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12-29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9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12-29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내가 다 두근두근.

따라쟁이 2010-12-29 10:14   좋아요 0 | URL
ㅎㅎ
긴장해요. 당신 꿈에 내가 나타나면 내가 당신 엄청 보고 싶어 하고 있는거니까

다락방 2010-12-29 10:34   좋아요 0 | URL
좀처럼 안나타나는데?
평소엔 별로 안보고 싶나봐요? 응?

따라쟁이 2010-12-29 11:20   좋아요 0 | URL
꿈에 찾아갈 정도로 보고 싶을땐, 완전 많이 미치도록, 아.. 보고 싶다라고 한 백만번쯤 생각한 뒤에 가는거에요, 밤에 거기까지 다녀오는건 쉬운 줄 알아요? 흥~! 나한텐 한번인가 밖에 안왔다구요 다락방님.

저절로 2010-12-2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죠? 나, 말 안할려고 했는데..
엊그제..정확하게 27일 새벽 꿈에
따라님 내 꿈에 나타났었는데..얼음 똑똑 떨어지는
커다란 노란! 쥬스잔 들고 줄무늬 수영복 차림으로
나타났었는뎅...!!

자고 일어나 얼마나 피식대고 웃었는지<왜 하필 수영복이래?>하면서.
글쿠나...따라님,내가 보고팠구낭.

근데말이지, 그때 내 옆엔 양철,마고댁 벤치에 같이 있었는뎅
우리 모두는 정장 차림!
푸하하하하하하(나혼자 지금 웃고 난리. 켁켁)

마녀고양이 2010-12-29 17:09   좋아요 0 | URL
오호, 나..... 정장 시러라 해염!
아마, 나무꾼님과 에파타님만 정장이었을거야.
그런데 따라님은 수영복이었단 말이죠?

그 꿈, 제게도 전송해주세요! 흥미로와~~

저절로 2010-12-30 09:22   좋아요 0 | URL
푸하하..마고댁도 어지간히 내가 보고잡았나봥.
야튼, 혼자 보긴 넘 아까운 꿈이었어요.
꼬불쳐놨다가 만나면 생중계해 드릴게요^^

따라쟁이 2010-12-30 11:1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니까 나는 에파타님이 엄청 보고 싶은거라니깐요.
아니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수영복입고 달려갔겠냐고. 이 한겨울에.
내가 꿈에 잠시 놀러 갔다가.
"아 ! 지금 내가 놀때가 아니야 에파타님을 봐야해"
하고 달려 간거라니깐~!!!!

아 정말 내마음을 너무 몰라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