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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 예루살렘 왕국과 멜리장드 ㅣ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평점 :

1권과 2권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무엇보다 십자군 전쟁에 대해 자세하고도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특히, 찜찜하다면 찜찜할 수 있는 이슬람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유익했다.
느낌상으로는 3권부터는 무엇인가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가 되는 것이 일반 소설류의 패턴일텐데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에서는 답보상태가 된다. 김태권의 의도 한것이 아니라 역사가 그러하니 역사를 서술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리라 본다. 그렇다고 역사를 갑자기 입맛에 맞게 제단하거나 생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후의 이야기를 위해서는 사건 전의 역사는 필수적인 요소이니.
3권이 1,2권에 비해 재미라는 요소가 떨어진 것이 어쩌면 책에도 나온 것처럼 전쟁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기때문일 수도 있다. 십자군 이야기에서 싸움은 당연히 필수요소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그러나, 3권의 제목이 예루살렘 왕국과 멜리장드라는 것에 이 책이 나아갈 바를 보여준다.
예루살렘 왕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미 이곳을 십자군 진영에서 차지하고 있고 이슬람진영은 자신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방치(??)되어 있었다. 멜리장드라는 여인이 주인공이 된 것은 그만큼 전쟁이야기보다는 정치이야기가 나올 것을 예측하게 한다.
여성이 주인공이 되어 전쟁을 일으키는 위대한(???) 왕이나 장군이 될 수 있겠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도 그런 경우가 드문데 지금부터 1000년 전에 이러한 여성이 있었다면 당연히 클레오파트라나 잔다르크처럼 분명히 유명해서 우리에게 알려진 인물이 되었을 것이나 전혀 생소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면 이 책은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음모, 간계, 암살, 배반과 같은 단어들은 정치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 저절로 나오게 된다. 과거에 정치를 위해서 저런 단어들은 당연히 위정자들에게는 익숙하고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다. 지금은 매스미디어와 발달과 집단이성의 발전으로 대놓고 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적에게서 해방시키기 위해 출전을 했지만 결국에는 근처도 못 간 것을 알았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1차 십자군 전쟁으로 인해 예루살렘 근처의 다수의 땅을 차지하고 나름 국가라는 이름으로 통치도 하고 있었다. 아마도, 2차 십자군 전쟁때가 아닐까 싶기도 하는데 그건 계속 읽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권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보에몽이다. 1권에서 간략하게 언급되고 2권에서는 맹렬한 활약을 하고 3권에서는 그의 아들이 나와 감초역할을 한다. 그만큼 십자군 전쟁 초기게 보에몽이라는 인물과 가문의 활약상은 당대에도 후대에도 주목할 만 한듯하다. 다만, 그 활약상이라는 것이 좋은 의미가 아니라 부정적이고 약간 조롱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역사를 보게 되면 하루 단위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한달이나 1년 단위로 보게된다. 1,000년 전의 이야기를 하루단위로 서술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러다보면 단순하게 볼 때 전쟁을 하고 전쟁이 끝나면 승자들끼리 온갖 음모와 계략과 배반과 줄세우기가 활발하면서 이합집산이 이뤄진다.
이합집산이 끝나 줄세우기가 정해지면 그것으로 한동안 자기들끼리 수염만지면서 희희낙락하다 조금씩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만 그 당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역사를 큰 틀에서 보기에 보일 뿐이다.
이처럼 십자군이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그들끼리 공치사를 수렴하여 어느 정도 안정화 된 것은 전적으로 이슬람측이 자신들의 문제가 우선이라 그런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모르고 십자군측은 여전히 자신들이 잘 났다고 서로 내 땅, 네 땅하면서 땅 따먹기에 치중하고 있었다.
만화로 그려져 있어 자세한 설명보다는 여백의 미가 많아 그 간극을 약간은 추측으로 머리속에 마저 채워넣게 되는데 십자군원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조금은 아둔하고 욕심만 많고 현명하게 처신을 한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 보인다. 똑똑한 인물들은 다들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권토중래를 노렸는지 무위도식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십자군 원정은 눈에 보일정도로 기회의 땅이였을 것이다. 못 먹어도 고를 외치거나 죽기 아니면 내 땅먹기를 노리고 갈 만한 곳이였으며, 아직까지 뚜렷하게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절대 군주가 없다보니 군웅할거의 시대가 바로 십자군이 차지하고 있던 예루살렘과 그 주변 지정학 위치와 정치적 시기가 아니였을까 한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3권에 나오는 내용이 대부분 지들끼리 싸우고 다투는 모습이다. 나름 머리를 쓴다고 써서 권력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결국에 실패하고 다시 또 다른 놈이 나타나서 새롭게 머리를 써서 다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다보니 좀 재미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