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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평점 :

역사소설이나 추리, 스릴러 소설이 아닌 다음에 대부분의 소설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이 어느정도 묻어 나온다. 그런 면에서 더글라스 케니디의 작품은 전부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것이 아닐까하는 신기한 경험을 제공해준다.
매 작품마다 그런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하게 하는 이유는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대략적인 필모그래프를 읽게되는데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클 것이다. 작가가 여행작가로 글을 시작했다는 것이나 미국인인데 파리에서 살고 있다는 내용들은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이야기라는 최면에 걸린다.
'파리 5구의 여인'은 시작은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감을 잡기 어렵다. 그 후로 어떻게 보면 천편일률적인 내용으로 전개가 된다. 그 말은 당연히 전개되어야 할 내용으로 이야기가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조금은 다소 특이한 내용들이 소개가 된다. 좀 더 읽게 되면 중간후부터는 특별한 내용없이 반복된다는 느낌도 들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때부터 영악한 작가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순간 어렴풋이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판타지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에 전혀 의심을 하지 않다가 환상과 꿈과 작가의 몽상중에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작품속에 살아있는 현실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과 동시에 작품은 판타지가 된다.
주인공이 힘들고 어려울 때 갑자기 나타난 여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주인공이 원하는 바 대로 모든 것들이 하나씩 진행이 된다. 단, 조건이 있다. 특정 요일, 정해진 시간동안 항상 자신을 만나로 와야 한다. 처음에는 그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하나씩 주변 상황들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 세상 사람들이 볼 때에 - 자유와 안정적인 직업과 행복을 성취한다. 그런데, 조건은 위에 말한 것과 같다. 무조건 특정날짜와 정해진 시간에는 여인에게 가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인의 질투로 인해 주인공의 삶이 어그러진다.
이러한 삶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딱 정해진 시간에 자신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것과 다른 여성을 사귈 수 없다는 점을 빼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지니가 있는 것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얻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잃는것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질수는 없다.
우리가 특정 시간에 무엇을 하든 그것은 자유이지만 대신에 그 시간에 수 많은 다른 가능성은 하지 않은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단지 일주일에 딱 몇 시간만 제외하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삶을 즐기는 것이 나쁘지는 않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난 족쇄가 자기에게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성에 대한 갈구는 인간의 자유로운 감정이지만 이 감정은 결혼과 동시에 봉인을 한다. 설마, 오로지 내가 결혼한 배우자만 평생 눈에 들어오고 다른 배우자는 절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자. 자식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어도 배우자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다고 본다. 자신도 모르게 봉인이 풀리는 순간 결혼은 위태로울 수 있지만 그러하기에 수시로 봉인에 시멘트를 바르는 거다.
내가 과연 소설속의 주인공의 상황이라면 모르겠다. 한, 10년 정도는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10년 이후에는 그때가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소설속에도 주인공이 원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딸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지켜본 후에 체념하며 순응을 한다. 자신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으니 말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위험한 관계'를 제외하고는 다 재미있게 읽었다. '위험한 관계'는 너무 반복되고 묘사가 세밀하여 좀 지루했다. 또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이혼이야기라 지극히 통속적인 나로써는. 그 외에 작품들은 전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빅피처'가 제일 재미있었고, '모멘트'는 그 사랑이야기가 절절했고, 이번 '파리 5구의 여인'은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고 오히려 인생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