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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평점 :
오랫만에 북유럽 소설을 읽게 되었다. 아주 아주 우연히 밀레니엄이라는 소설을 통해 북유럽이라는 장르아닌 장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몇 몇 책들을 읽게 되었다. 영미권 소설이나 우리나라와 일본과도 다른 느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결국에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사는 것은 어느곳이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스웨덴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내가 알고 있는 외국에 대한 상식이란 것이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과 중국, 그 외에는 거의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의 이야기이고 역사를 통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도가 그나마 그 나라에 대해 조금 알 정도인데 스웨덴은 어딘지 무척이나 선진적이고 민주적이며 우리가 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깨끗한 나라일 것이라 보이지만 소설을 통해 발견하는 그 나라는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주 지나가는 이야기로 소개가 되지만 스웨덴이 나치시절에 국가적으로 도와 주었다는 내용이나 휴고 보스와 같은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치를 도왔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그렇단 말인가하면서 기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축구를 통해 스웨덴에서 알게 되고 유난히 금발 머리를 간직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정도로 갖고 있던 이미지가 상당히 달라졌다.
많은 픽션작품들에서 유난히 지식인들의 허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을 쓰는 저자들도 일반 사람들에 비하면 지식인에 속하면서도 지식인의 보이는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일반인들도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아마도 그많큼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지식인들에 대한 환상이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역으로 그러한 지식인이 저질르는 모순된 행동에는 더더욱 가열찬 비난과 저주를 퍼 붓는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지식인이라 불리우는 사람이 자신의 참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게 될 때 하는 행동은 말을 잊게 만들 정도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배반감을 선사하지만 보고 싶은 모습만을 보고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연극의 연기자처럼 연기하는 모습이 연기라는 것을 들켰을 때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자신에게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 - 극단적으로 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실 생활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일 때 그들도 똑같은 그저 한 개체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에게 주눅들어 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비난과 저주를 내리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지식의 모순을 그려낸 작품이 바로 '그림자 게임'이다. 그림자는 절대로 우리에게서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없애기는 죽는 것보다 어렵다. 없앴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 그림자는 평생 우리를 따라다닌다. 아주 잠시 그림자를 없는 것처럼 보일 수 는 있다.
우리가 아주 아주 밝은 조명으로 들어갈 때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림자는 아주 작게 우리 발 밑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림자를 가리기 위해 더 큰 그림자로 들어간다고 해도 언젠가는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올 텐데 바로 그 순간에 어김없이 그림자는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그것도 아무 말없이.
'그림자 게임'은 추리 소설의 범주에도 들어가는 모양인데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은 전혀 가질 수 없다. 순수 문학과 대중 소설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떤 것을 근거로 그렇게 구분하는지 모르지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순수 문학과 추리라는 장르를 도입한 대중 소설의 모습도 갖고 있다. 책 초반에는 가뜩이나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데 워낙 여러 인물들이 차례 차례 등장을 하다보니 책에 몰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한 개인에 대해 조금 보여주고 다른 개인으로 넘어가고 그 개인들의 과거사와 현재를 넘다들며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응~?'하면서 읽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 '아~!'하고 다시 이해를 하게 될 때가 초반에 많다. 책 중반에 이러서야 겨우 책에 몰입할 수 있게 되는데 각 인물의 개인사를 한 명씩 한 명씩 소개하고 있으니 등장 인물이 워낙 많아 거의 중반까지 익숙해 지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좀 힘들었다.
다만, 그러한 과정이 없다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나 종점을 도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 한 명도 없으면 파국을 향해 가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볼 때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엇인가 불안하지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각 개인이 하나씩 말 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조금은 지루하게 진행된다.
그러다, 중간 정도부터 기어를 한 단계씩 올리며 급피치를 올려 읽는 독자들에게 몰입을 올려 준다.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파국으로 치닫지만 그 과정이 흥미진지하다. 한 편으로는 좀 뻔하다 싶어 - 이미 이런 내용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너무 익숙한 패턴이니 - 지루 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것은 뻔한 결말이나 스토리때문이 아니라 그 과정을 걸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여정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