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마틴 루터킹 지음, 채규철 옮김 / 예찬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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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에가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명의 저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한 명은 역시 C. S. 루이스이고, 다른 한 명은 마틴 루터 킹이다. 어린 시절 이 두 사람의 글을 읽고 많은 공부가 되었는데, 루이스가 내 머리를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영향을 주었다면, 킹은 내 가슴을 형성하는 데 큰 지분이 있다.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킹의 설교문은 이런저런 책으로 이미 잔뜩 읽긴 했다. 그리고 언젠가 유튜브에서 킹의 육성 연설 영상을 (시대가 참 좋아졌다는 게 여기에서 느껴진다. 루이스의 강연이나 연설도 남아 있었더라면..) 직접 들었을 때, 그 조금은 떨리지만 강한 음성으로 “I have a dream”을 외치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성경 속 선지자를 직접 본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의 영감어린 설교의 내용은 물론, 조심스럽게 시작해서 점차 고조되며 강하게 비전을 선포하는 모습은, 흑인교회 특유의 분위기와 찰떡같이 어울린다. 한 때는 그런 스타일마저 닮아보려고 연습을 했던 것 같다. 물론 한참 모자라고, 특유의 반복어구 같은 건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 책은 마틴 루터 킹의 다양한 연설/설교문을 모은 책이다. “왜 우리는 기다릴 수 없는가”라는 책에도 여덟 편의 설교가 실려 있었지만, 이 책에는 더 많은 연설문이 실려 있다. 사실 이 책이 훨씬 오래 전에 출판된 책이다. 1쇄가 1989년에 나왔으니까. 다만 번역은 아무래도 나중에 나왔던 책이 더 좋지 않았나 싶다. 같은 연설문이라도 좀 더 구어의 느낌과 분위기가 훨씬 더 살아 있어서 읽기에 좋았다. 물론 그래도 내용은 충실하게 번역되어 있으니, 킹의 사상과 그의 통찰을 접해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사실 그의 연설을 읽을 때는 흑인에 대한 극심한 차별이 일상화되었던 20세기(!) 중반 미국 사회의 분위기와 이를 철폐하기 위한 가두시위와 비폭력투쟁이라는 킹의 독특한 투쟁 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말 그대로 잔인한 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던 그 시대, 비폭력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심과 실행은 간디 등의 영향을 받긴 했으나, 결국 그의 신앙에서 나온 것이었다.(누구도 고작 “들은 말”로 목숨까지 걸진 않는다) 오늘, 그와 같은 신앙을 갖고 있다고 하는 우리는 그처럼 살아가고 있을까.


비록 그의 생이 암살로 갑작스레 끝나긴 했으나, 그가 죽기 얼마 전에 했던 연설 “I have a dream”을 비롯한 수많은 빛나는 연설들은 아마 그가 이 세상에 살았던 날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인종차별이라는 인류 공통의 범죄는 과연 언제쯤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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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교회의 불완전한 교인들을 향해 매주 '더 잘하라'고만 이야기했다.

그러나 개선을 독촉하는 북소리에는 격려와 은혜에 대한 말씀이 빠져 있었기에

오히려 내가 추구하던 거룩함을 해치고 있었다.

하나님의 백성이 명령형의 말씀만 듣게 되면

자신의 의로움이 인간적 노력의 산물이라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 설교를 듣는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보이는데

그 하나는 절망이고 다른 하나는 교만이다.

어떤 이들은 "나는 결코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것을 충족시키지 못할 거야' 라며 절망한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나는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것을 충족시켰어

적어도 다른 사람들 보다는 내가 낫지"라며 영적 교만과 독선에 빠진다.


- 브라이언 채플, 『그리스도 중심 설교 이렇게 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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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가끔 우울한 날이면 뭐라도 사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일상은 굴욕적이지만 쇼핑의 세계에서는

소비자로서 배려와 존중을 넘치게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럴 때는 그저 그 상태임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

카드를 꺼내기 전에 먼저 나를 다독여주는 것이다.

‘너 요즘 많이 힘들구나’ 하고.


- 정문정,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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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 건강을 책임진다고 믿었던 현대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더 병들게 했는가
로버트 러프킨 지음, 유영훈 옮김 / 정말중요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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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도서관에서 건강 관련 책들이 있으면 가끔 뽑아 보게 된다. 이 책 역시 반납을 하러 갔다가 제목이 눈길을 끌어 골라봤다. 제목부터 다분히 어그로를 끄는 것으로 보아,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의학 상식이 잘못되었고, 일종의 대안의료를 제시하려는 책이라는 느낌이었고, 내용 역시 그랬다.


이런 책은 일단 저자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가 중요한데, 이력을 보니 브라운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버지니아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조금은 신뢰를 하며 책장을 읽어나가도 될까?


이 양반이 이 책의 저자



두툼한 책이었지만, 논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저자는 (예측처럼) 암, 당뇨, 고혈압 같은 대표적인 성인병들에 대한 현대의학의 처방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 치료보다는 약물을 통한 관리적 차원에서 다루어지곤 하는 그런 처방은 과연 우리를 실제로 건강하게 만들고 있을까?


저자는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탄수화물(특히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를 늘려라. 단, 이 때 지방은 다양한 씨앗들에서 나오는 식물성 기름(여기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오메가6 지방산이 가득 들어있다)이 아닌, 버터나 우지, 코코넛 기름, 올리브유, 아보카도 기름 같은 것들을 사용하라. 또, 설탕의 섭취를 줄여라, 아니 끊어라. 굳이 단맛을 원한다면 알룰로스가 대체제로 적합하다.


그리고 이른바 간헐적 단식이라고 불리는, 음식 섭취 제한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의외로 건강에 이롭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 초반에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나오는데, 1965년 204kg이나 나갔던 한 남성이 무려 382일 동안 단식을 진행했다는 것.(이 기간 비타민과 차, 탄산수와 커피만 섭취했다고 한다) 그 결과 125kg을 감량했고, 혈당수치는 낮아졌지만 의외로 건강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요컨대 우리가 먹는 것만 제대로 조절해도 다양한 대사질환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이미 그런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물론 신체운동과 두뇌운동, 좋은 수면의 질 유지, 스트레스 조절 등도 언급되긴 한다) 오히려 너무 간단해 보여서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또 그 기제를 설명하는 내용을 읽어 보면 영 엉뚱해 보이기만 하는 건 아니다.


과식이라든지, 늦은 시간의 음식 섭취, 당류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피할 것 같은 조언들은 현대 의학에서도 동일하게 권장되는 것이고, 간헐적 단식이라는 부분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면도 있다.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나도, 늘어가는 체중을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위기감이 드는 요즘, 우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만 뭘 먹기로 해 본다. 부디 좀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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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행운
유진 피터슨 지음, 권혁일 옮김 / 너머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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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T인 나는, 단언컨대 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성경을 읽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좋아한다던 시편이 그렇게 읽기가 힘들었었다. 대신 남들이 그렇게 어렵고 지루하다는 역사 쪽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더불어 다분히 시적이고 상징적인 예언서의 많은 부분은 어려웠고) 학창시절에도 논설문으로는 상을 받기도 했던 것 같은데, 시 대회 쪽에서는 영 입선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있는 게 확실하다. 처음에는 그냥 속에 바라만 가득한 풍선처럼 느껴졌던 (그래서 정이 잘 안 갔던) 시도, 이제는 아 단어들에 압축되어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아주 살짝 느껴진다. (물론 여전히 서정시 쪽은 쉽지 않지만) 시인이 그 안에 담고자 했던 내용과 의미가 아주 작게 접혀 있던 종이가 풀려나오는 것처럼 펼쳐지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유진 피터슨의 시는 그런 시다.


이 책은 유진 피터슨이 결혼 55주년을 맞아 아내에게 헌정한 시집이다. 아내에게 시집을 선물할 수 있는 남편은 어떤 남자일까. 낭만적이다. 하지만 여기 실린 시 자체가 아내를 향해 쓴 것들만은 아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부분인 “거룩한 행운”은 무려 7년에 걸쳐 썼다는, 팔복의 한 절 한 절을 바탕으로 쓴 여덟 편의 시들이다. 나머지 시들 역시 일상과 성경을 연결시키는 특별한 통찰이 담긴, 종교시들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은 하나님의 시다. 오리너구리의 흥미로운 생김새와 식생을 보면 그분의 위트가 느껴지고, 엄청난 폭포에서는 그분의 장엄한 외침이, 날마다 뜨고 지는 해를 보면서는 그분의 성실하심을 볼 수 있다. (이미 시편의 시인들은 이런 면들을 잘 포착해 낸 바 있다) 하나님은 그 어떤 것도 따분하게 만드시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가 그분의 그런 “생기발랄함”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채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낼 때가 많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통찰을 하루아침에 갖는 건 무리다. 다만 우리보다 멀리, 더 깊게 보는 시인들의 말에 자주 귀를 기울이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유진 피터슨은 여기에 아주 좋은 시인이기도 하다. 올 겨울 좋은 시집을 한 권 끼고 따뜻한 방 안을 뒹굴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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