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복잡한.
영화의 시작은 익숙한 퇴마의식 장면이다. 이민기가 잘 생긴 얼굴로 구마 사제 반해신 신부 역을 하는데, 영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단골 레퍼토리인 라틴어 축귀문 발음은 국어책을 읽는 듯하고, 그렇다고 의식 자체에서 뭔가 실감나는 공포나 으스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이 영화가 엑소시즘을 주로 하고 있다면 시작부터 기대가 많이 꺾이는 부분.
악귀에 들린 아이 소미(이레)는 얼마 전 심장 수술을 받은 모양이다. 수술의 집도는 아버지인 차승도(박신양)가 맡았었고. 어쩌다가 악귀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는 극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데, 이게 너무 늦다. 그때까지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이게 다 뭔 소동인가 하는 마음으로, 썩 몰입되지 않는 과정을 따라갈 뿐이다.
아마도 감독은 영화의 또 하나의 축으로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 즉 부정(父情)을 담아내려고 한 것 같다. 영화 내내 딸의 이름만 부르며 오열하기에 바쁜 차승도 캐릭터가 이를 담당하는 인물인데, 오랜만에 영화에서 만나는 박신양의 연기는 딱히 문제 삼을 게 없으나 그가 맡은 캐릭터가 좀처럼 답답함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실 관객은 이 인물에게 몰입을 해야 되는 상황인데 심각한 약점이 아닐 수 없다.
반 신부가 분명 악귀를 쫓아내는 데 성공했는데도 다시 사로잡혔다가 결국 현장에서 사망을 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실은 또 하나의 악귀가 숨어 있었다는 설정이고, 그 과정에 소미의 심장 수술이 관련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장기이식수술과 관련된 의료부정, 비리 건까지 더해진다. 어디까지 복잡해 질거니..
물론 이 소재가 이제는 너무 흔해졌고, 여기에 차별점을 도입하기 위해 이런저런 애를 쓴 것 같긴 하지만, 영화가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그 이야기들이 잘 연결되는 것 같지도(스토리 상으로는 연결되지만 정서적으로 연결이 매끄럽지는 못하다) 않다. 총체적 난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