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 내가 디자인하는 삶과 세상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조영태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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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였다. 여성 한 명이 평상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숫자는 23만 명이었다. 2000년 중반만 하더라도 40만 명이 태어났으니 불과 20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수치다. 언론에서도, 정부에서도 이 수치들을 들먹이며 큰일이 났다고 말을 하는데, 정확히 어디서부터 우리에게 문제가 생길까?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에 집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구는 우리 삶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입시를 보자. 교육부에서는 2028년도 대학 입시부터 현행 9등급 구분을 5등급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탐구 영역의 선택과목도 폐지된다.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올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인구다.


현행 9등급 제도는 매년 65만 명 이상 태어나던 8, 90년대 태어난 학생들을 위해 만든 제도다. 이미 그 수가 1/3로 줄어든 상황에서 그대로 제도를 둔다면, 2023년생들의 대입은 상위등급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게 분명하다. 이를 미리미리 조금씩 조정하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물론 이건 정부 부처만이 아니라, 개인도, 기업도 미리 계획하고 적응해 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






인구와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또 하나의 주제는 취업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즈음 청장년들과 달리, 저자는 당장 내년인 2026년부터는 상황이 점차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은퇴자들의 숫자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년 간 90만 명이고, 그 후 5년 동안에는 80만 명이 더 감소한다고 한다(이건 인구 통계에 기초한 결론이라 별다른 변수가 없다). 즉 9년 동안 180만 명의 노동력이 감소하게 된다는 말인데, 현재 고등학생들이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2030년대 초반에는 지금과는 달리 오히려 기업에서 인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말이다.


물론 단순히 숫자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질적인 차원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는 인구감소로 인해 특히 연구개발 인력 부족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이른바 대학원 랩에서 밤낮 연구와 실험을 하며 길러지는 인력인데, 사회에서도 충분히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연구실에 남아있을 동기가 부족해지기 때문.


책에는 다양한 직업군, 직종들에 이 인구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언급된다. 특히 변호사와 의사들. 지금은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미래에도 그럴까? 다른 기술적 발전들을 차치하고 인구문제만 두고 보면 지금의 모습으로 계속 성장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아무래도 분쟁의 수(변호사의 밥줄)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고령자가 많아지면 병원의 수요가 늘 것 같지만, 이제 은퇴하는 연령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건강에 더 일찍부터 신경을 쓰던 세대라는 점은 또 변수다.





책 후반에는 미래 세대인 잘파 세대에 관한 언급이 많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가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고, 이 책의 내용도 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보통은 인구가 감소하면서 청년 세대가 노령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전망만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그런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다.


저자가 보는 우리나라의 잘파세대는 글로벌 문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그리고 쥐고 있는) 세대다. 곧 다가올 구인구직 상황의 역전을 맞아 오늘날과 같은 초경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고, 출산율도 다시 얼마간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물론 애초에 출산 가능 인구 자체가 너무 줄어버린 상황에서 출생아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덧붙이지만)


또 하나 흥미로운 접근은 Z세대부터는 수도권에 집중해서 거주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지 않겠느냐는 관점이다.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되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주거는 수도권이나 한두 개의 대광역권에 살지만 그 이외 지역에도 자유롭게 문화와 여가 등을 즐기며 다닐 수 있도록 교통망이 확보되면 지방도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금은 나이브한 것 같기도 한) 이야기다.



작은 책이지만, 인구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고민들, 그리고 관점과 전망들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무슨 복잡한 사회학 연구서들처럼 깨알 같은 각주도 없고, 몇몇 도표나 그래프가 나오지만 딱 보기 쉽게 정리된 정도다. 당연히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로드맵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한 번 읽으며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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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취업의 경우 인구 감소로 지금보다 수월해 질 것은 맞지만 아마도 요즘 2030세대들이 원하는 좋은 직장(이런 대기업들은 현재 정부의 여러 규제로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은 사라지고 블랙 기업들이 늘어나서 아마도 매우 힘들게 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여성들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하리라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