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했다! FAILED IT!
에릭 케셀스 지음, 구현경 옮김 / 글린트(piknic)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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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직장으로 보이는 “커뮤니케이션 에이젼시”가 정확하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광고대행사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집단 말이다.


책은 어떻게 하면 세상을 좀 더 크리에이티브하게, 즉 창의적으로 볼 수 있을까라는 주제 아래 저자의 다양한 조언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실패를 해봤고, 실패를 하고 있고, 실패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실패 가운데서 뭔가 특별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면 대 반전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책에는 다양한 사진들, 이미지들이 컬러 도판으로 잔뜩 실려 있다. 사진을 찍다가 손가락이 렌즈를 막아서 엄청나게 큰 분홍색 소시지가 주요 장면을 가리는 사진들은 분명 망친 사진이겠지만, 또 그런 사진들만 모아두면 뭔가 ‘작품 같은’ 냄새가 난다. 그저 잘못 생산된 프레즐이나, 엉터리 설계로 만들어진 쓸모없는(혹은 사용할 수 없는) 건축구조물들, 혹은 그냥 반으로 찢어 버려진 사진들을 잘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기발한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책의 특성상 말의 양이 길지 않다. 목차에 나와 있는 소제목들만 훑어도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가 분명히 드러난다. 여기에 함께 실려 있는 사진들을 함께 보면 이해도도 급상승.


물론 여기 나오는 조언이 당연히 모든 상황에서 환영을 받기는 힘들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할 부분. 다분히 저자처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세계에서, 본격적인 승부에 앞에서 다양한 “실패들”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말이지, 저자도 자신의 회사가 번번이 외부 경쟁에서 실패만 거듭한다면 쉽게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잘 깔려진 판 위에서의 실패라는 말.


다만 그렇다고 저자의 조언이 영 쓸모없는 건 아니다. 우선은 관련 업계에서 일한다면, 또는 확실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일이라면 이런저런 조언들을 한 번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 자체는 묘한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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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16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패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고 이를 통해서 성장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한번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회복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라 모든 이들이 실패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것이 아쉬울 따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