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넷플릭스에서 유행하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 속 세속적 비전들을 분석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사실 각각의 작품들을 모두 본 것은 아니라고 해도 가장 흥미가 생길 만한 내용들이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수집한 것들이겠지만, 저자가 모아 놓은 대중문화 속 기독교의 이미지는 처참하다. 그들은 이기적이고, 자기만 알며, 종종 위선적이거나, 도덕적으로도 함량미달이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거룩한 척을 해대는 역겨운 모습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대중매체 속 작품들은 기독교의 메시지를 가져다가 왜곡하거나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해 본래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적 중 하나는, “글리치”라는 드라마 속 외계인을 추종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셀라”에 관한 내용. 이 집단은 이 단어를 마치 기성교회에서 아멘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처럼 쓰는데, 저자는 드라마를 보며 이런 장면에 익숙해진 사람이 교회에 왔다가 셀라라는 단어가 사용된 시편을 읽거나 설교를 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를 언급하며, 결국 이런 일들이 모여 교회 용어의 빈곤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금은 극단적이고 과장된 주장이긴 하지만, 어디서 셀라라는 단어를 듣고 와서 전혀 쓰임에 맞지 않는 문맥에 끼워 넣은 작가나 연출자의 판단도 황당하긴 하다. 사실 그들이 참고할 만한 이단, 사이비가 대부분 기독교를 베이스로 하고 있으니 또 아예 엉뚱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겠다 싶고. 다만 진짜 문제는 “셀라”라는 단어의 어설픈 사용이 아니라, 오히려 실제 세계 속에서 그런 식의 오염과 왜곡을 일으키는 이단, 사이비들이 아닐까 싶긴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