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삼켜 버린 기독교
홍광수 지음 / 세움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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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기독교 미학을 공부한 저자가 자신의 전공을 잘 살린 책을 냈다. 제목부터가 시의성이 있고, 검은색과 빨간 색이라는 강렬한 대조(넷플릭스에서 사용하는)도 눈길을 끈다. 사실 제목만 그런 건 아니고, 내용 역시 어느 정도 이즈음 궁금증을 어느 정도 자극하고 풀어주는 부분이 있다.


책은 오늘날 넷플릭스 같은 영상 매체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기독교, 교회의 이미지가 얼마나 왜곡되고 망가져 있는지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시작한다. 이 두 번째 부분은 나머지 장들에서 여러 작품들의 주제와 묘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저자는 넷플릭스에서 유행하고 있는 다양한 작품들 속 세속적 비전들을 분석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사실 각각의 작품들을 모두 본 것은 아니라고 해도 가장 흥미가 생길 만한 내용들이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수집한 것들이겠지만, 저자가 모아 놓은 대중문화 속 기독교의 이미지는 처참하다. 그들은 이기적이고, 자기만 알며, 종종 위선적이거나, 도덕적으로도 함량미달이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거룩한 척을 해대는 역겨운 모습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대중매체 속 작품들은 기독교의 메시지를 가져다가 왜곡하거나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해 본래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운 지적 중 하나는, “글리치”라는 드라마 속 외계인을 추종하는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셀라”에 관한 내용. 이 집단은 이 단어를 마치 기성교회에서 아멘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처럼 쓰는데, 저자는 드라마를 보며 이런 장면에 익숙해진 사람이 교회에 왔다가 셀라라는 단어가 사용된 시편을 읽거나 설교를 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지를 언급하며, 결국 이런 일들이 모여 교회 용어의 빈곤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금은 극단적이고 과장된 주장이긴 하지만, 어디서 셀라라는 단어를 듣고 와서 전혀 쓰임에 맞지 않는 문맥에 끼워 넣은 작가나 연출자의 판단도 황당하긴 하다. 사실 그들이 참고할 만한 이단, 사이비가 대부분 기독교를 베이스로 하고 있으니 또 아예 엉뚱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겠다 싶고. 다만 진짜 문제는 “셀라”라는 단어의 어설픈 사용이 아니라, 오히려 실제 세계 속에서 그런 식의 오염과 왜곡을 일으키는 이단, 사이비들이 아닐까 싶긴 하다.





책 전반에 걸친 이런 “심각한” 상황들에 관한 작품 분석과 지적이 이어지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좀 약한 감이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집중적으로 나오는데, 어떤 것이 “기독교적인 작품”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일반은총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는 동의한다. 하드코어물이나 슬래셔 무비 같은 것들을 기독교인이 보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물음도 곱씹어 볼만하다.


다만 그런 것들을 거르려면 누군가는 보고 평가를 해야 할 텐데, 이를 위해서 기독교적 비평을 하는 방식을 짧게나마 소개한 부분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짧은 글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의미다.


마지막에는 교회가 실제로 미디어물을 기획하고 만들어보라는 요청도 나오는데, 솔직히 말하면 대형교회, 그것도 미디어 제작에 꽤 집중하는 교회가 아니라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 AI기술의 발전으로 개인도 어느 정도 퀄리티의 영상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지만, 시간이 또 적지 않게 들고 무엇보다 생계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니까 간단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부분. 저자가 목회하고 있는 교회에서 하나의 모델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일단 시의성이 좋다. 그리고 내용도 다양한 작품들이 언급되면서 관심을 끌기에도 적합하고. 여기에 신앙적 고민까지 하는 사람들이라면 적절한 작품 비평을 통해 이 부분도 만족시켜준다. 다만 답답함은 높아지지만 해결책은 마땅히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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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9-23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미더어의 제일 큰 문제는 일부 기독교게긴 하지만 극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노란가방 2025-09-23 17:10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부분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