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생각법 - 일도 삶도 바뀌잖아
한명수 지음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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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으로 참여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저자의 강연을 올해까지 세 번째 듣고 있다. 내용이 크게 다른 건 아니지만, 들을 때마다 신박한 통찰을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덕분에 저자가 쓴 책까지 이렇게 손에 들게 되었고.


책은 창의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강의를 통해 만났던 저자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문장들이다. 폼 내지 않고, 무게 잡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 안에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넘어갔던 온갖 종류의 관례들과 무언의 규칙들은 여지없이 깨져 나간다.


초반부에는 개인적인 창의력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듯하고, 후반부는 직장에서 어떻게 창의력을 발현시킬 수 있을까가 주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도, 직장 문화에 관한 고민이 있는 관리자에게도 모두 도움이 될 만한 내용.





사실 창의력이라는 건 이렇게 해야 길러진다는 식으로,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무슨 공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들에 무비판적으로 따라가지 말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또 무슨 우주인처럼 생각하자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저자는 “의자”를 그려보라고 하면 매우 정형화된 그림들만 나오지만, “앉는 것”을 그리라고 하면 훨씬 더 다양한 이미지가 나온다고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말한다. 두 글자 단어(의자)를 세 글자(앉는 것)으로 바꾸기만 해도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던 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


책속에 등장하는 여러 조언도 조언이지만, 그냥 조금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는, 하지만 그게 단지 대책 없는 제멋대로가 아니라, 이른바 “창조적 파괴”를 위한 것이니, 이런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언젠가 나도 저런 걸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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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아 신경 형성기 - 신경의 불완전한 말들을 형성한 사람들의 이야기, 신경의 불완전한 말들이 형성한 사람들의 이야기
곽계일 지음 / 다함(도서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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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325년 니케아 공의회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보편” 공의회라고 불리는 일곱 번의 회의는, 이후 분열을 겪은 후에도 동서 교회(가톨릭과 정교회) 모두가 인정하는 내용을 결정한 회의인데, 니케아 공의회는 그 중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다루었던 회의였다. 기독론의 가장 기초인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이 그것.


하지만 이 즈음 교회의 회의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이미 니케아 이전에도 곳곳에서 다양한 규모의 회의들이 있었고, 다양한 의견들이 터져 나왔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이라는 조화시키기 쉽지 않은 사안을 두고 혹자는 인성을 희생시키거나, 또 다른 이들은 신성을 누그러뜨리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성부와 성자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혼란이 일어났었다. 성부, 성자, 성령의 구분을 허물어 한 분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었고, 반대로 삼위의 독자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세 하나님으로 치닫는 이들도 있었다.


이 책은 니케아 공의회를 두고 전후로 벌어졌던 그 다양하고 복잡한 움직임을 시간 순서를 따라 잘 정리해 냈다. 재미있는 부분은 저자가 이 과정을 일종의 “전투”에 비유해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 소규모 충돌과 대규모 충돌, 그리고 접전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소규모 전투들, 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건 전선이 생각만큼 선명하게 둘로만 나뉘어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갔다. 처음에는 이걸 왜 자꾸 전쟁 이미지를 덧씌우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또 읽어나가다 보면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생각보다 전투는 훨씬 더 치열했고, 그 뿌리는 오래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의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오리게네스까지 올라가니...


다만 이런 부분 때문에 어느 정도 초기 교회사에 관심이 있거나, 선지식이 있지 않는 독자에게는 좀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싶다. 등장하는 이름만 해도 수십 명인데다가, 관련 내용을 영상으로 정리하면서 나름 꽤 읽었다고 생각하는 나 역시도 생소한 이름들이 툭툭 튀어나오니 말이다.(그만큼 저자가 깊이 연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어려움이다. 역사란 딱 잘라서 볼 수 없고, 필연적으로 이전 시대의 사건들과의 연계를 찾아볼 수밖에 없고, 그 시대 속 다양한 사람들은 소설을 쓰는 것 마냥 평면적인 경우가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처음부터 애매한 입장에 서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이걸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거고.) 하지만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서라면 그런 어려움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읽어나가야 하는 법.





셋이면서 하나이신, 또 하나이시면서 셋이신 분에 관한 인간들의 치열한 논쟁과 정리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요샌 애초에 교리 따위에 관심이 없이도 얼마든지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나이브한 생각들도 많지만, 오래 전 우리의 불완전한 표현으로 어떻게든 하나님에 관해 서술하려고 애썼던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는 어쩌면 진작 어디선가 길을 잘못 들어 낭떠러지에 떨어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말랑말랑한 책은 아니지만, 읽기에 아주 쉽지도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믿는 것의 근원에 관해서 진지한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일독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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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책방과 북서번트가 함께 해본 체스터턴의 "정통" 읽기 세 번째 영상입니다.

이번에는 "회의주의"에 대한 맹공격을 퍼붓는 체스터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시다면 어서 영상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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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속여라! 다크패턴 - 기만적 UX/UI의 유혹을 피해 고객 신뢰를 얻는 윤리적 디자인으로 가는 길
나카노 유키 지음, 장건희 옮김 / 책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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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더 많이 보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마케팅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온갖 기법들이 사용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가 사그라지는 판이다. 그 때문인지 이른바 “다크 패턴”을 통해서 사람들을 교묘하게 속여 묶어두려는 행태도 적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 다크 패턴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이런 내용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약관에 깨알 같은 글씨로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이 삽입되어 있는 경우. 책에는 심지어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담은 국민투표에서, 찬성 쪽이 훨씬 큰 동그라미로, 반대 쪽은 작은 동그라미 안에 표기하도록 되어 있었고, 질문에는 추가적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히틀러의 나치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내용까지 포함되기도 했다는 일화도 보인다.



왼쪽의 큰 원이 합병 찬성 칸, 오른쪽은 반대 칸



책에 다루고 있는 건 주로 온라인 페이지 속 다크 패턴들이다. 거부를 어렵게 만드는 (종종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UI 구조 설계부터, 이용자의 심리를 조종하려는 문구들(예컨대 눈물을 흘리는 이미지와 함께 탈퇴를 계속 하겠느냐고 묻는), 디폴트 값을 비용을 더 지불하도록 설정해 놓는 것 등등. 하나하나가 우리가 익숙하게 만나는 것들이다.


결국 기업들에서 이런 식의 행보를 하는 건, 그게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크 패턴을 적용시키는 경우 일시적으로 매출이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나 곧 이용자들의 격렬한 항의를 직면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고객대응서비스 비용이 높아지고, 잠재적 충성 고객이 될 수 있는 이용자들이 대거 빠져나가기도 한다니 정말로 이익이 되는 건지는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이용자 쪽에서도 이런 패턴들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아 둔다면, 유사한 상황에서 물질적, 시간적 낭비를 줄일 수 있으니 한 번쯤 읽어 볼만하다.


사실 정도(正道)경영이란, 고객이 지불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 주면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눈속임을 통해서 잠깐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엔 지속적인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테니까. 특히나 오늘날처럼 기업에 관한 평판이나 정보가 큰 폭으로 공개되어 있는 상황에서, 또 대부분 다른 선택지까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고. 하지만 어느 시대나 쉽게, 그리고 빨리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사기꾼 심보는 사라지지 않으니...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왜 기업들이 이런 다크 패턴을 사용하게 되는지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이 잠시 실린다. 주된 원인은 기업의 성장 지표를 잘못된 방식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경영의 기본이 안 됐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뭐든 기초가 안 된 상태에서 높이 쌓으려고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법.





페이크 영상까지 만들어 가면서 사람들을 속이는 사람들까지 나오는, 사기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크 패턴 정도는 애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피해는 애교가 아니니 한 번 공부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또 한 편으로 다크 패턴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분석에 기초해서 만드는 것인지라, 그 안에 담긴 심리적 패턴들, 행동들을 연구하는 건 (속이는 방식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좋은 마케팅 방식을 개발하는 데 사용해 볼 수도 있겠다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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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하나님의 세계 (반양장) 유진 피터슨의 영성 1
유진 피터슨 지음, 양혜원 외 옮김 / IVP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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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신학의 대가 유진 피터슨의 글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흔히 “영성”하면 왠지 현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내세에 집중하는 신비주의자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집중하는 영성 훈련과 실천의 장은 바로 현실, 지금 여기의 세상이다.


오랫동안 이원론적 관점이 점유해온 공간을 “청소”하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창조, 악과 고통, 부활과 구속이라는 기독교세계관의 핵심 틀을 따라가며,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 나간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목차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놀이하시는 그리스도”라는 표현이다. 이 세상은 그분의 놀이터이다. 이 말은 장난이나 농담이라는 의미 보다는, 이 세계 전체가 하나님께서 그분의 모든 것을 쏟아 활동하시는 무대라는 뜻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하나님에 대해서 ‘놀이하신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부분만 봐도 영성신학의 성격을 조금은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건 딱딱한 교리적 진술들을 쌓아 놓는 것과는 조금 다른, 우리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주권적 행위에 열려 있다.





이 세상은 하나님의 흔적으로, 하나님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그분의 발걸음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하나님은 자신을 보여주시고 내어주신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른바 잘 건축되어 있는 예배당 건물 안이 아니라 (교회 사역자가 아니라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들, 가정과 사무실과 공장과 거리다.


물론 교회는 이 모든 장소에 존재한다. 교회는 우리가 일상의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신비를 경험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이 과정에서 마주치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를 제공해 주며, 함께 나아갈 길을 비춰주는 진리를 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교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공간은 여전히 “세상”이다.





문장마다 저자의 깊은 고민과 통찰이 담겨 있다. 덕분에 책장을 빠르게 넘기기 힘들 정도. 확실히 대가의 문장은 무게감이 다르다. 다만 가끔은 조금 멀리 간다는 느낌도 준다. 특히 성경 본문 연구 부분이 그런데, 책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생각했다면 이 부분은 좀 더 줄였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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