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속여라! 다크패턴 - 기만적 UX/UI의 유혹을 피해 고객 신뢰를 얻는 윤리적 디자인으로 가는 길
나카노 유키 지음, 장건희 옮김 / 책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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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더 많이 보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마케팅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온갖 기법들이 사용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가 사그라지는 판이다. 그 때문인지 이른바 “다크 패턴”을 통해서 사람들을 교묘하게 속여 묶어두려는 행태도 적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 다크 패턴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이런 내용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약관에 깨알 같은 글씨로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이 삽입되어 있는 경우. 책에는 심지어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담은 국민투표에서, 찬성 쪽이 훨씬 큰 동그라미로, 반대 쪽은 작은 동그라미 안에 표기하도록 되어 있었고, 질문에는 추가적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히틀러의 나치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내용까지 포함되기도 했다는 일화도 보인다.



왼쪽의 큰 원이 합병 찬성 칸, 오른쪽은 반대 칸



책에 다루고 있는 건 주로 온라인 페이지 속 다크 패턴들이다. 거부를 어렵게 만드는 (종종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UI 구조 설계부터, 이용자의 심리를 조종하려는 문구들(예컨대 눈물을 흘리는 이미지와 함께 탈퇴를 계속 하겠느냐고 묻는), 디폴트 값을 비용을 더 지불하도록 설정해 놓는 것 등등. 하나하나가 우리가 익숙하게 만나는 것들이다.


결국 기업들에서 이런 식의 행보를 하는 건, 그게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크 패턴을 적용시키는 경우 일시적으로 매출이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나 곧 이용자들의 격렬한 항의를 직면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고객대응서비스 비용이 높아지고, 잠재적 충성 고객이 될 수 있는 이용자들이 대거 빠져나가기도 한다니 정말로 이익이 되는 건지는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이용자 쪽에서도 이런 패턴들이 있다는 걸 미리 알아 둔다면, 유사한 상황에서 물질적, 시간적 낭비를 줄일 수 있으니 한 번쯤 읽어 볼만하다.


사실 정도(正道)경영이란, 고객이 지불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 주면서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눈속임을 통해서 잠깐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엔 지속적인 사업을 할 수 없게 될 테니까. 특히나 오늘날처럼 기업에 관한 평판이나 정보가 큰 폭으로 공개되어 있는 상황에서, 또 대부분 다른 선택지까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고. 하지만 어느 시대나 쉽게, 그리고 빨리 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사기꾼 심보는 사라지지 않으니...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왜 기업들이 이런 다크 패턴을 사용하게 되는지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이 잠시 실린다. 주된 원인은 기업의 성장 지표를 잘못된 방식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경영의 기본이 안 됐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뭐든 기초가 안 된 상태에서 높이 쌓으려고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법.





페이크 영상까지 만들어 가면서 사람들을 속이는 사람들까지 나오는, 사기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크 패턴 정도는 애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피해는 애교가 아니니 한 번 공부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또 한 편으로 다크 패턴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분석에 기초해서 만드는 것인지라, 그 안에 담긴 심리적 패턴들, 행동들을 연구하는 건 (속이는 방식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좋은 마케팅 방식을 개발하는 데 사용해 볼 수도 있겠다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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