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아 신경 형성기 - 신경의 불완전한 말들을 형성한 사람들의 이야기, 신경의 불완전한 말들이 형성한 사람들의 이야기
곽계일 지음 / 다함(도서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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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325년 니케아 공의회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보편” 공의회라고 불리는 일곱 번의 회의는, 이후 분열을 겪은 후에도 동서 교회(가톨릭과 정교회) 모두가 인정하는 내용을 결정한 회의인데, 니케아 공의회는 그 중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다루었던 회의였다. 기독론의 가장 기초인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이 그것.


하지만 이 즈음 교회의 회의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이미 니케아 이전에도 곳곳에서 다양한 규모의 회의들이 있었고, 다양한 의견들이 터져 나왔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이라는 조화시키기 쉽지 않은 사안을 두고 혹자는 인성을 희생시키거나, 또 다른 이들은 신성을 누그러뜨리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성부와 성자의 관계에서도 비슷한 혼란이 일어났었다. 성부, 성자, 성령의 구분을 허물어 한 분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었고, 반대로 삼위의 독자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세 하나님으로 치닫는 이들도 있었다.


이 책은 니케아 공의회를 두고 전후로 벌어졌던 그 다양하고 복잡한 움직임을 시간 순서를 따라 잘 정리해 냈다. 재미있는 부분은 저자가 이 과정을 일종의 “전투”에 비유해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 소규모 충돌과 대규모 충돌, 그리고 접전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소규모 전투들, 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건 전선이 생각만큼 선명하게 둘로만 나뉘어 있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갔다. 처음에는 이걸 왜 자꾸 전쟁 이미지를 덧씌우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또 읽어나가다 보면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생각보다 전투는 훨씬 더 치열했고, 그 뿌리는 오래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의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오리게네스까지 올라가니...


다만 이런 부분 때문에 어느 정도 초기 교회사에 관심이 있거나, 선지식이 있지 않는 독자에게는 좀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싶다. 등장하는 이름만 해도 수십 명인데다가, 관련 내용을 영상으로 정리하면서 나름 꽤 읽었다고 생각하는 나 역시도 생소한 이름들이 툭툭 튀어나오니 말이다.(그만큼 저자가 깊이 연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어려움이다. 역사란 딱 잘라서 볼 수 없고, 필연적으로 이전 시대의 사건들과의 연계를 찾아볼 수밖에 없고, 그 시대 속 다양한 사람들은 소설을 쓰는 것 마냥 평면적인 경우가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처음부터 애매한 입장에 서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이걸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거고.) 하지만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서라면 그런 어려움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읽어나가야 하는 법.





셋이면서 하나이신, 또 하나이시면서 셋이신 분에 관한 인간들의 치열한 논쟁과 정리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요샌 애초에 교리 따위에 관심이 없이도 얼마든지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나이브한 생각들도 많지만, 오래 전 우리의 불완전한 표현으로 어떻게든 하나님에 관해 서술하려고 애썼던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는 어쩌면 진작 어디선가 길을 잘못 들어 낭떠러지에 떨어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말랑말랑한 책은 아니지만, 읽기에 아주 쉽지도 않지만, 그래도 우리가 믿는 것의 근원에 관해서 진지한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일독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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