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신학의 대가 유진 피터슨의 글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흔히 “영성”하면 왠지 현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내세에 집중하는 신비주의자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집중하는 영성 훈련과 실천의 장은 바로 현실, 지금 여기의 세상이다.
오랫동안 이원론적 관점이 점유해온 공간을 “청소”하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창조, 악과 고통, 부활과 구속이라는 기독교세계관의 핵심 틀을 따라가며,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 나간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목차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놀이하시는 그리스도”라는 표현이다. 이 세상은 그분의 놀이터이다. 이 말은 장난이나 농담이라는 의미 보다는, 이 세계 전체가 하나님께서 그분의 모든 것을 쏟아 활동하시는 무대라는 뜻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하나님에 대해서 ‘놀이하신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부분만 봐도 영성신학의 성격을 조금은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건 딱딱한 교리적 진술들을 쌓아 놓는 것과는 조금 다른, 우리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주권적 행위에 열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