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부제가 “냉소주의의 시대, 저항의 감각을 키우는 철학 수업”이라고 되어 있다. 그만큼 저자는 철학의 특징을 ‘저항’에 두고 있는 것 같다. 늘상 책상에서 어려운 책이나 읽다가 가끔 알아듣기 힘든 말이나 하는 철학자들이 무슨 저항을 한다고?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저항’은 꼭 반정부적 활동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저자가 말하는 저항이란 기존 질서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젖어서 더 이상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게 된 상태에서 벗어나, 익숙했던 것들을 새롭게 보게 만들고, 그 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이런 차원에서의 철학이라면 그건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민(民)이 주(主)가 되는 게 민주주의 아니던가.
당연히 소위 말하는 개똥철학 따위는 철학이 아니다. 그건 개념을 일관되게 정의하지도 못하고,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바꾸거나 새롭게 만들지도 못하는 잡담 수준의 발화일 뿐이니까. 누구나 철학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누구나 하는 말이 다 철학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고하고 효과적으로 말을 하기 위해선 연습과 훈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철학이 필요할 때, 저자도 지적하듯, 오늘날에는 냉소주의가 좀 더 판을 치는 것 같다. 온갖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면서도, 정작 큰 문제 앞에서는 다들 그저 자기 살 구멍만 찾아 나서느라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않는다. 진영논리에, 정체성 정치에 빠져서 우리 편을 옹호하는 데에만 힘을 뺀다. 제대로 된 철학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좀 필요하겠다 싶은데, 학벌주의에 매몰된 사회에선 그 또한 쉽지 않을 것 같으니 큰일이다.
작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입문서로 괜찮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