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대학에 들어갔을 때 한창 다음(Daum)의 카페가 유행했었다. 하지만 그 유행은 얼마 후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옮겨갔고, 또 네이버 블로그로 이동했다. 하지만 다시 사람들의 관심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얼마 전 X로 이름을 바꾼)와 같은 매체로 넘어가더니, 이제는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이 대세다. 이 흐름에는 일관된 방향성이 있는데, 바로 “점점 더 짧게”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긴 글을 읽지 않는다. 짧게 요약된 내용, 그나마 글이 아닌 영상, 혹은 해시태그가 포함된 사진 몇 장으로 모든 걸 파악하고 표현하려 한다. 그러나 이런 짧은 정보뭉치로는 무엇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그저 끝없는 자극만 있는 정보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점차 몽롱해진 채로 알고리즘에 예속되고 만다.
그뿐 아니다. 저자는 정보만 남은 사회는 외설적이라고 말한다. “정보는 그것을 감싸는 껍질이 없기 때문에 포르노적”(65)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유명한 배우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마약 혐의를 받고 있었지만, 정작 검사에서는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사건을 전후해 경찰은 큰 소리로 해당 배우의 혐의를 떠들어 댔고, 소위 사이버 렉카라고 불리는 저열한 유튜버들은 날마다 온갖 개인적인 사안을 폭로하며 돈을 구걸했다. 정보의 자극성, 그리고 그 자극을 위해 한 사람을 발가벗기고 구경하는 집단적인 관음증, 포르노였다.
조금만 생각하면 이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정보와 소통에 취해버린 대중은 그럴 의지도, 사고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 또한 서사의 위기가 낳은 결과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