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초승달 -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의 영성에 관하여
필 파샬 지음, 이숙희 옮김 / 죠이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무려 50여 년 동안 무슬림들 사이에서 사역해 온 선교사다. 책은 기독교와 이슬람교라는 양대 종교를 아홉 개의 항목에 걸쳐서 서로 비교하고 대조하는 내용이다. 가장 먼저는 두 종교에서 믿는 신을, 그리고 경전, 예배, 고통, 죄, 신비주의, 그리스도와 무함마드, 지옥과 천국, 진리를 위한 추구라는 주제가 이어진다.


책의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두 종교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정도일 것 같다. 특히나 이 ‘공통점’은 실천적인 상황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반면 교리적인 차원에서는 좀 더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두 종교 안에는 공통적으로 신비주의적 전통이 있고, 이는 정통주의와 긴장관계가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살짝 씁쓸한데, 지옥에 대한 두려움이 무슬림을 더욱 영적인 생활을 하도록 이끄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미래의 심판을 별로 걱정하지 않으며 불경건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건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분명 성경이 하나님의 유일하고, 궁극적이며, 무오한 계시임을 믿고. 무함마드가 참된 선지자였는지를 의심스럽게 본다(262). 또, 이슬람교의 경전인 꾸란에서 이사(예수)를 묘사하는 내용에 많은 왜곡과 편집이 들어갔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저자 자신도 서문에서 인정하듯 이 책의 내용 중 어떤 부분은 “저자가 이슬람교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고(12) 느껴질 만하도록 쓰였다. 저자는 이를 “십자군식 태도보다는 사랑으로 실수를 범하는 편”을 선택하려는 의도로 설명한다.


부분적으로 그런 방향성을 갖게 된 것은, 이 책이 엄밀한 의미의 학문적 접근만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굉장히 많이 담아내고 있다. 물론 그 경험 가운데는 고집 세고, 교만하고, 좁은 시야를 가진 무슬림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이해심 깊고, 너그러우며, 배려할 줄 아는 친구도 있었다. 자연히 무슬림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나 적대심을 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문헌 가운데는 교리적인 글보다는 다양한 필자들이 쓴 개인적인 신앙기록들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이슬람교로 개종한 사람들의 글을 인용하면서 이슬람교에 대해 설명하는 식인데, 자연히 호의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점도 여기에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기독교인이기에, 기독교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 반면 어디까지나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그렇게 확신의 어조로 말하거나 쓰는 게 좀 꺼려질 수 있다. 심지어 비슷한 문제가 그 안에 많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물론 책은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 무슬림들의 사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좀 눈에 잘 안 들어온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책의 논조가 살짝 오락가락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보통 이런 책의 경우 이슬람교를 새롭게 보자는 취지로 호의적으로만 쓰거나, 반대로 완고한 교리적 정통주의에 입각해 상대를 악마화 하거나 하는 식이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이 책이 이슬람교라는 종교를 분석하기보다는, 그 종교를 믿는 무슬림이라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들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그가 특정한 민족이니까, 혹은 특정한 종교를 믿고 있으니까 이렇다는 식의 설명은 얼마나 납작한 서술이겠는가. 기독교를 믿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지 않은 것처럼 무슬림 또한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그래도 하나의 책을 쓸 때는 좀 더 명확한 게 머리에 잘 들어오긴 한다.)


실제 무슬림들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