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노인에게 길을 물어도 좋다 - 길을 잃은 청춘이 노인에게 물어야 할 32가지 질문
다사카 히로시 지음, 김현석.김경범 옮김 / 리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1. 요약 。。。。。。。

     일본에서 젊은이들의 멘토로 제법 잘 알려진 저자가 젊은이에게 주는 노인의 인생조언이라는 형태로 책을 냈다. 나의 생각이 바뀌면 역경도 실패가 아닌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자아를 작은 자아에서 큰 자아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여기엔 반성일기가 도움이 된다.)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심신일여),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도 변한다고 저자는 반복해서 말한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마음가짐은 감사와 겸허함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면 변화가 시작된다는 말.

 

 

2. 감상평 。。。。。。。

     책 전체가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전에 읽었던 미움받을 용기를 떠올리게 한다. 대화의 등장인물마저 지혜로운 노인과 반항기를 가지고 있다가 점차 노인의 말에 동조하게 되는 청년으로 같다. 사실 내용도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가 되는 상황 자체를 변화시키기보다는 나 자신을 (정확히는 나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것.

     내용도, 그 주장방식도 비슷하다보니, 앞서의 책에 대한 비판도 동일하게 감당해야 한다. 과연 다 내 생각에 달렸다는 식의 유심론적(혹은 관념론적) 태도가 현실을 정확하게 해석한 것인지 하는 질문은 가장 먼저 던져야 할 것 같고, 모든 문제를 나의 태도로 돌리는 건 가해자에 대한 면죄부, 또는 숙명론적 수용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논리나 체계를 제시하려는 의도보다는, 말 그대로 삶의 다양한 경험을 한 노인이 여러 어려움 속에 빠져 있는 젊은 세대를 격려하고자 하는 목적이 좀 더 강해 보인다. 너무 빡빡하게 몰아세울 것 같지는 없지 않나 싶은 부분. 물론 개개인의 경험을 일반화 시키는 과정은 대단히 조심스러워야 하지만, 또 사람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이 부분이니까.

     그리고 하나하나 내용을 새겨보면, 좋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라는 말이니까 나쁠 건 없다. 워낙에 삐뚤어진 심성을 가지고서 마구 내뱉는 사람들이 한동안 뉴스를 점령한 시기를 갓 지난지라, 우리는 작은 자아에 갇혀서 세상과 싸우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보면 얼마나 추한지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너무 이상적이고 쉬운 말들만 나열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진리는 너무 복잡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것은 다 유치원에서 배웠다고도 하지 않던가. 낙심하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 겪고 있는 실패가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격려해주는 건 의미 있는 일이고, 자기 안에 갇혀서 다른 사람은 물론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사람에게는 넓은 마음(큰 자아)을 가지려고 애써보자고 부드럽게 권하는 건 유효한 조언이다.

 

     책 전체에 종교적(불교) 배경이 짙게 깔려 있다는 느낌인데, 저자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종교적인 교훈은 아니라고 부정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오히려 어색해 보였다. 심지어 감사하는 기도를 하라는 국면에서도 그러니 뭐. 일본적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종교라는 이름의 나무에서 열린 과일을 따먹으면서, 굳이 이건 공장에서 나온 거라고 주장할 필요까지야..

     편안하게 마음을 열고 읽어보면 인상에 남을 조언들이 몇 가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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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3-1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노인네들에게 말 걸기가 상당히 꺼려지더군요..ㄷㄷㄷㄷ

노란가방 2017-03-14 22:23   좋아요 0 | URL
그런 시대가 되어버린 게 좀 슬프네요.. ㅠㅠ

제가 속해 있는 교회엔 존경할 만한 어르신이 계시거든요. 참 많이 공부하고 경험도 적지 않으신데도 함부로 나서지 않으시고, 늘 다른 사람을 높여주시는...
저 같은 젊은 세대는 이런 분들의 인정과 칭찬 속에서 자리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 건데, 요새는 자기 말만 들으라고 악다구니를 쓰는 노인들의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서..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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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모두 여덟 편의 중단편 소설들을 모은 작품집. 최근 개봉했던 영화 컨택트의 원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도 그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신의 영역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탑을 쌓아 올라가던 어떤 사람들이 만난 충격적인 세계의 실상을 다룬 바빌론의 탑’, 약물의 도움으로 일반인들이 이룰 수 없는 초고도화 된 지성을 갖게 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 이해’,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적 원리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발견을 한 어떤 수학자의 고뇌(‘영으로 나누면’), 물건에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특정한 속성을 갖게 만들 수 있는 어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일흔두 글자’), 인간을 초월해버린 메타인간들(아마 인공지능)이 생산해 낸 과학기술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세를 다룬 인류 과학의 진화’, 상시로 출연하는 천사들과 그들이 일으키는 기적과 재앙에 관한 지옥은 신의 부재’, 그리고 사람의 얼굴에서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하는 능력을 제한시키는 장치를 의무화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양측의 주장을 인터뷰식으로 다룬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가 있다.

 

 

2. 감상평 。。。。。。。

 

     ​재미있다. 작가는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한 두 개의 설정이 다른, 하지만 또 그 세계 안에서는 나름 합리적인 논리에 따라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 냈고, 우선 이런 설정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올라가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는 탑과 그 탑의 중간에서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선하지 않은가? 점토로 인형을 만들고 거기에 그에 맞는 이름을 적어 넣으면 움직이기 시작하는 세계나, 천사들이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세상도 그렇고.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작가다보니, 작품들 전반에 걸쳐서 이런 소재들이 자주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작품을 훨씬 더 그럴싸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 그가 과학 소설(Science Fiction)를 전문 영역으로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던 듯. 언뜻 이게 뭔 소리야 싶으면서도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뭔가 재미있게 시작하지만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끝난다는 느낌이 든다. 앞서 언급한 영화(컨택트)를 보면서도 좀 후반부에 급하게 마무리 짓는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건 원작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물론 영화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감독의 각색으로 어색해진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다분히 중단편이라는 형식상의 한계 때문에 생기는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들어가 보면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일종의 허무주의혹은 ()목적성에 관한 신봉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건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루이스가 외계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깨닫게 된 면에서 잘 드러나는데, 비단 그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자주 보인다. 하늘의 창을 깨뜨리고 그 위로 올라간 채굴자가 마주한 상황, 수학의 궁극에 놓여 있는 모순적 진실을 발견한 학자가 느낀 감정, 인간을 초월한 기술적 발전을 보는 관점 등등

 

     ​개인적으로는 이런 면 때문에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스토리를 넘어서, 깊은 감흥까지 이르지는 못했던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 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인식의 차이 때문이니까. 틀렸다기 보다는 다른 거다.

 

 

     ​하지만 역시 기발함은 높이 살 수밖에 없다. 예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서 느꼈던 짜릿함을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었다. 이 작가가 좀 더 긴 작품들을 썼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베르나르가 최근 몇 년 동안 질질 늘여 쓴 책들을 보면서 워낙에 실망을 했던지라 차라리 이렇게 길지는 않아도 임팩트 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써 주는 게 더 나을지도.. 곧 두 번째 단편집이 출간된다던데, 그것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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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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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김제동의 에세이집. 한편 한 편이 A4 용지 한 장 이하인 단편들이 일흔 개가 넘게 실려 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분은 김제동 특유의 위로하는 메시지들, 두 번째는 소위 정치적인’, 좀 더 정확히는 우리 삶 가운데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가벼운 고발들, 그리고 세 번째는 함께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록으로 사드 배치 반대 집회에서 했던 김제동의 발언을 정리한 원고가 실려 있다. 대본하나 없이 청산유수로 이 정도의 말을 해 낼 수 있는 건, 물론 상당한 준비를 했겠지만, 대단한 말쟁이임에는 분명하다.

 

 

2. 감상평 。。。。。。。

     10점 만점에 8점을 준다. 내 평점부여 기준에 따르면 8점은 좋다이고, 9점은 추천하고 싶다’, 10점은 탁월하다는 뜻이다. 물론 알라딘에서는 5점 만점이기에 기준이 약간 달라서, 3점은 보통, 4점은 좋다, 5점은 추천이다.

 

     ​그럼 왜 그 이상의 점수를 주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기본적으로 이 책은 편안하게 쓰고 읽는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너무 거창하지도 않고, 무게를 잡지도 않는 그런 작가, 그런 책. 아마 김제동도 이 책이 굳이 추천이라는 딱지를 붙여주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K팝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박진영 심사위원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말하듯 노래하라는 것. 그 표현을 살짝 바꿔보면, 이 책에서 김제동은 말하듯 글을 쓴다. 때로는 살짝 많이 감상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좀 간질거리는 말들도 있지만, 그게 일부러 꾸며낸 말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냥 김제동이라는 사람 자체가 그렇게 생긴 거다.

     너무 젠 체 하지 않으면서,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말은 하기도 하는 그런 담백한 사람. 우선은 그런 그의 성격이 느껴지는 글이라 마음에 들었고, 그런 진실함 때문에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적잖은 위로를 받기도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놓치지 않게 적어두고 외워야 할 문장들로 모두 채워져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즉흥적으로 써 내려간 글도 아니다. 여기에 적절한 유머를 더할 줄 알고, ‘공감능력 하나 만큼은 어디 가서 뒤지지 않으니, 이 정도면 에세이라는 장르 안에서는 충분히 좋다는 평을 받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이런 사람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탄압하는 사람들은 분명 유머감각은 제로이고, 공감능력 역시 바닥이며, 자기의 생각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고집하는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하는 중요한 자리에 앉으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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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1-30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별점이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저는 웬만해서 5점은 잘 안 하는 편인데
그렇게 보자면 5점 줄 책이 늘어날 수도 있겠어요.

이 책 나중에 한 번 읽어봐야겠슴다.^^

노란가방 2017-01-30 15:11   좋아요 1 | URL
저는 평점은 가능하면 후하게... 라는 주의라서요. ㅎ
책 한 권 쓰는 데 들어간 노력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라오 핑루 글.그림, 남혜선 옮김 / 윌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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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 그리고 그림을 그린 화가인 핑루는 1920년대 중국에서 태어난 평범한 노인이다. 십대 시절 일제가 중국을 침략해왔고, 그는 국민당 군대에 입대해서 항일전쟁을 치렀다. 전쟁이 잦아들 무렵 집안 소개로 평생의 연인 메이탕을 처음으로 만났고, 둘은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일제는 물러갔지만, 중국의 상황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잠시동안 함께 싸웠던 국민당과 공산당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한 것. 우리가 아는 대로 결국 국민당은 쫓기듯 타이완으로 들어갔고, 대륙은 공산당의 차지가 되었다. 국민당 군대에서 복무했던 핑루는 좀처럼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고, 1958년 그는 노동개조라는 이름으로 가족들로부터 떠나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이 기간 동안 그는 일 년에 딱 한 번씩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별. 물론 핑루와 메이탕은 그 기간이 그렇게 길 줄은 몰랐다. 집에 남아 있는 메이탕에게 사람들이 와서 핑루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지만, 후에 메이탕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바람을 피웠으면 일찌감치 이혼했겠지만,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도 아니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뭘 훔치고 마음대로 가져가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당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왜 이혼을 해요?”

 

      그리고 2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핑루. 그 동안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어왔던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

 

 

2. 감상평 。。。。。。。

 

     ​줄거리만 써 놓고 보면, 그저 격동기를 살았던 평범한 노부부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아니 실제가 그랬다.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핑루와 메이탕은 무슨 대단한 혁명가 부부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유명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핑루는 여러 가지 일에 손을 대봤지만 시원찮은 솜씨로 번번이 실패만 거듭했던 사람 좋은인물이고, 젊은 시절 메이탕은 춤추고 놀기 좋아하는 발랄한 성격의 아가씨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고, 중국에서는 제법 유명세까지 탈 수 있었던 것은, 책에 실리 그림 때문이리라. 이 책에 실리 수십 개의 삽화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핑루가 과거를 하나씩 떠올려가며 직접 그린 것이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기에, 구도도, 인물의 비례도 하나같이 언뜻 보면 그냥 아이들이 그린 낙서처럼 보이지만, 또 자세히 보면 사건과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들이 세세하게 다 표현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림 속 사건에 대한 핑루 할아버지의 깊은 애정이 담겨있는 그림들인지라 전반적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묻어 나와서 좋다.

     물론 스토리가 가진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노동개조따위의 정신 나간 정책으로 멀쩡한 가족을 생이별 시키고, 심지어 그 이유란 것도 일제 침략에 대항해 싸웠기 때문(다만 소속이 국민당이었다는 것이 문제라는 식)이니, 이건 여전히 공산당 일당독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상당부분 생각의 자유화가 이루어진 오늘의 중국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어려울 정도의 일이었다. 그런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도, 22년 간 떨어져 있었으면서도, 변치 않는 부부의 사랑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처음 책의 줄거리를 들었을 때, 이 책은 그 떨어져 있는 동안의 이야기가 주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오히려 책은 핑루가 아내를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수십 년의 기간들을 다루고 있었고, 22년간의 노동개조 기간은 몇 페이지 소개되지 않아서 살짝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핑루에게 있어서 아내인 메이탕을 볼 수 없었던 날들은 그리 중요한 날이 아니었던 게다. 22년간의 억울한 시간들을 곱씹기 보다는, 그 이전 수 년 동안 아내와 함께 했던 날들을 회상하는 것이 그에게는 더욱 중요했다. 아름다운 사랑 아닌가.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사랑의 힘을 믿고 싶다. 온통 사람을 속이려고 작정하는 나쁜 놈들이 설쳐대는 세상이지만, 그런 사람들만 생각하다가는 제 정신도, 평정심도 유지하기 어려우니까. 간만에 본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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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의 기적
키아라 감베랄레 지음, 김효정 옮김 / 문학테라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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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십대부터 만남을 시작해 결혼까지 했던 남편이 갑자기 결별을 전화로 통보하고, 오랫동안 써 왔던 잡지의 칼럼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물러나게 된 상황.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변해서 삶의 질서가 사라졌을 그 때, 그녀에게 상담을 해 주던 정신과 의사가 한 가지 게임을 제안한다. 매일 10분씩 이제까지 해 보지 않았던 일을 시작해보라는 것.

 

     ​그렇게 시작된 10분 게임. 처음 칠해보는 색깔의 매니큐어를 바르고, 헬스장에 등록하고, 바이올린을 배우고, 팬케이크를 굽는 등 다양한 종류의 일들이 이 게임의 소재가 되었고, 저자는 조금씩 자신 안에만 갇혀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과 환경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변해간다.

   

2. 감상평 。。。。。。。

     처음에는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다. 하루 10분씩 이런 저런 일들을 계획하고 시행하다보면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식의. 그런데 책은 에세이집에 가깝다. 작가는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를 일기의 형식으로(어쩌면 정말로 그 당시 썼던 일기일지도 모르겠다) 차분히 풀어간다. 여기에 일반적인 에세이처럼 그런 경험들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살짝 덧붙이는 식. 읽기에는 쉽다.

 

     매일매일 다른 도전들을 하는 형식이라 자칫 일관성이 부족할 수도 있는 구조였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가 있어서 이 독립된 이야기들을 하나로 읽을 수 있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헤어진 전 남편이라는 존재. 사실 이 녀석은 작가가 가진 문제를 계속적으로 꼬이게만 만드는 캐릭터로, 온전히 자기중심적으로만 사고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자신의 외도를 어떻게 포장하는지를 듣고 있으면 분노가 치민다)

 

     ​어떻게 보면 작가의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되었기에, 결국 문제의 해결은 그런 전 남편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리해내는 것과 발을 맞춰 가는 모습이었다.(책을 읽는 내내 얼른 꺼져버려”, 또는 차 버려라는 말이 몇 번이나 나왔다) 복잡하게 얽혀서 도무지 풀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매듭을 찾아내 풀기 시작하니 어느덧 문제도 점점 해결되어 간다. ‘핵심 문제를 찾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작가처럼 매일 10분씩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일은 보통이라면 힘들 것이다. 특히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는 편에 드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프리랜서 작가이기에 가능한 해결책이었을지도..) 하지만 이제까지 해 보지 않은 일을 통해, 주변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이제까지 해오던 것과는 다른 식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처방이 아닌가 싶다. (나도 가끔은 이 정도 정식으로 계획한 건 아니라도, 이제껏 안 해본 전혀 새로운 일들을 할 때가 있는 기분이 괜찮은 편이다)

     뭐 읽고 또 읽고 할 필요까지는 없고, 책 속에 나온 모든 도전이 의미가 있거나 유익해 보이지도 않지만, 이런 개념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것도 좋을 듯싶다. (사실 문제라는 건 사람마다 워낙에 다른 모양이기도 해서 한 가지 방식으로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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