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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
윌리엄 폴 영 지음, 이진 옮김 / 세계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1. 줄거리 。。。。。。。
사회적으로는 크게 성공한 토니(앤서니 스펜서의 애칭).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있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그의 가정은 깨어졌고, 훗날 그는 두 번이나 이혼을 하고(두 번 다 같은 사람과) 누구도 믿거나 의지하지 못한 채 자신만의 비밀 아지트에서 혼자만의 위로를 찾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에서 나오던 도중 갑자기 쓰러진 토니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고 동시에 그의 내면에는 거대한 모험이 시작된다. 그의 몸은 병원에 누워있지만, 마음 깊숙한 곳 그의 자아는 깨어났고, 자신의 마음속에서 오래 전 어머니를 통해 접했던 ‘그분들’을 만나서 긴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에 ‘할머님’의 도움으로 토니의 정신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되고, 이건 내면을 탐구하는 그의 모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2. 감상평 。。。。。。。
『오두막』이라는 소설을 통해 알게 된 작가다. 선이해가 전혀 없었던 차에 도서관 서가를 거닐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아 이런 작품이 있었나’ 하는 감탄을 자아냈었다. 특히 삼위일체에 관한 작가의 독특한 표현방식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두 번째 책인 이 작품에서도 그 설정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토니의 마음을 넓은 정원과 그 안에 세워진 집의 모습으로 묘사하는 부분은 이 책의 가장 중심적인 상상력이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건물과 정원이 방치된 채 헝클어져 있는 것처럼, 토니의 내면이 꼭 그래왔다는 것을 시각적 효과를 통해 아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역시 그 땅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내면의 악하고 비틀린 욕망들을 몬스터로 형상화시키는 부분도 재미있었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 상처가 나면 금방 알아채고 치료하려 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알아채지도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찬가지로 몸을 단련하는 데는 관심을 보이지만, 마음을 보전하고 관리하는 데는 관심도, 시간도 두지 않는다. 결국 소설 속 토니의 마음처럼 방치되어 온갖 수풀로 뒤덮인 마음 속 정원을 가진 이들이 어딜 가나 보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토니처럼 주변의 사람들과 지속적인 갈등을 일으킨다.
작가가 제시하는 마음을 관리하는 법은 하나님과의 바른 만남이다. 토니가 젊은 시절 접했던 식의 ‘외적 만남’이 아니라, 좀 더 깊은 내면적 만남이 필요하다는 것. 평생을 벽을 쌓고 주변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토니는, 예수와 할머님(소설 속 성령을 형상화 한 상징)으로부터 하나님의 완전한 수용을 경험하게 되고, 그 때부터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삶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면서 동시에 자신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이 순서도 흥미롭다)
소설 초반, 갓 내면의 여행을 시작한 토니가 처음으로 만난 인물이 C. S. 루이스다. 작품 속에서는 아일랜드 출신의 ‘잭’이라고만 불리지만, 그게 루이스 말고 또 누구겠는가.(잭은 루이스가 어린 시절 스스로 붙인 별명이자 애칭이다) 덕분에 이 책을 나의 ‘루이스 컬렉션’에 넣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전체적인 비중이 크게 높지 않은지라 그냥 패스하기로.
아마 루이스가 그의 작품 『천국과 지옥의 이혼』에서 자신이 존경하던 조지 맥도널드를 그 세계를 소개하는 안내자로 등장시켰던 것처럼, 이 책의 작가 윌리엄 폴 영도 C. S. 루이스를 그런 방식으로 등장시킨 것 같다.(괜히 더 애정이 생기는 작가) 이 작품 속 루이스의 설명은 『천국과 지옥의 이혼』에서 루이스가 제시한 천국에 대한 이미지와도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책 제목이기도 한 ‘갈림길’은 작품 초반 토니가 내면의 정원을 탐험하는 도중 만난 수많은 갈림길들을 가리키기도 하고, 나아가 작품의 종반에 그의 앞에 주어진 중요한 선택(딱 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누구에게 사용할 것인가)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전까지 그는 오직 ‘성공’을 위한 선택만을 해왔지만, 마지막 선택은 좀 달랐다.(이 점은 약간 예상이 되기도..)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착한 결말.
토니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라면 큰 위로가 될 만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