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라오 핑루 글.그림, 남혜선 옮김 / 윌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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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 그리고 그림을 그린 화가인 핑루는 1920년대 중국에서 태어난 평범한 노인이다. 십대 시절 일제가 중국을 침략해왔고, 그는 국민당 군대에 입대해서 항일전쟁을 치렀다. 전쟁이 잦아들 무렵 집안 소개로 평생의 연인 메이탕을 처음으로 만났고, 둘은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일제는 물러갔지만, 중국의 상황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잠시동안 함께 싸웠던 국민당과 공산당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한 것. 우리가 아는 대로 결국 국민당은 쫓기듯 타이완으로 들어갔고, 대륙은 공산당의 차지가 되었다. 국민당 군대에서 복무했던 핑루는 좀처럼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고, 1958년 그는 노동개조라는 이름으로 가족들로부터 떠나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이 기간 동안 그는 일 년에 딱 한 번씩만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별. 물론 핑루와 메이탕은 그 기간이 그렇게 길 줄은 몰랐다. 집에 남아 있는 메이탕에게 사람들이 와서 핑루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지만, 후에 메이탕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바람을 피웠으면 일찌감치 이혼했겠지만,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도 아니고,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뭘 훔치고 마음대로 가져가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 당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왜 이혼을 해요?”

 

      그리고 2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핑루. 그 동안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어왔던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그렇게 만날 수 있었다.

 

 

2. 감상평 。。。。。。。

 

     ​줄거리만 써 놓고 보면, 그저 격동기를 살았던 평범한 노부부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아니 실제가 그랬다.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핑루와 메이탕은 무슨 대단한 혁명가 부부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유명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핑루는 여러 가지 일에 손을 대봤지만 시원찮은 솜씨로 번번이 실패만 거듭했던 사람 좋은인물이고, 젊은 시절 메이탕은 춤추고 놀기 좋아하는 발랄한 성격의 아가씨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고, 중국에서는 제법 유명세까지 탈 수 있었던 것은, 책에 실리 그림 때문이리라. 이 책에 실리 수십 개의 삽화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핑루가 과거를 하나씩 떠올려가며 직접 그린 것이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기에, 구도도, 인물의 비례도 하나같이 언뜻 보면 그냥 아이들이 그린 낙서처럼 보이지만, 또 자세히 보면 사건과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들이 세세하게 다 표현되어 있다. 무엇보다 그림 속 사건에 대한 핑루 할아버지의 깊은 애정이 담겨있는 그림들인지라 전반적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묻어 나와서 좋다.

     물론 스토리가 가진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노동개조따위의 정신 나간 정책으로 멀쩡한 가족을 생이별 시키고, 심지어 그 이유란 것도 일제 침략에 대항해 싸웠기 때문(다만 소속이 국민당이었다는 것이 문제라는 식)이니, 이건 여전히 공산당 일당독재가 이뤄지고 있지만, 상당부분 생각의 자유화가 이루어진 오늘의 중국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어려울 정도의 일이었다. 그런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도, 22년 간 떨어져 있었으면서도, 변치 않는 부부의 사랑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처음 책의 줄거리를 들었을 때, 이 책은 그 떨어져 있는 동안의 이야기가 주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오히려 책은 핑루가 아내를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수십 년의 기간들을 다루고 있었고, 22년간의 노동개조 기간은 몇 페이지 소개되지 않아서 살짝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핑루에게 있어서 아내인 메이탕을 볼 수 없었던 날들은 그리 중요한 날이 아니었던 게다. 22년간의 억울한 시간들을 곱씹기 보다는, 그 이전 수 년 동안 아내와 함께 했던 날들을 회상하는 것이 그에게는 더욱 중요했다. 아름다운 사랑 아닌가.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사랑의 힘을 믿고 싶다. 온통 사람을 속이려고 작정하는 나쁜 놈들이 설쳐대는 세상이지만, 그런 사람들만 생각하다가는 제 정신도, 평정심도 유지하기 어려우니까. 간만에 본 따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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