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점술이라는 주제로 고대 근동의 역사와 문화를 잘 정리해 냈다는 점이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히타이트와 가나안 지역의 점술 문화를 그 유형별로 나누어 고대 신화나 문학 속 언급들을 잘 분류했다. 여기에 고대 이스라엘의 점술 문화 역시 이런 유형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까지 다양한 영향을 받았구나 싶다.
고대 이스라엘의 점술 문화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자료가 거의 구약성경에 한정된다는 점과 일부 고고학적 발굴이 전부라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저자는 꽤 충실한 연구를 통해서 최소한 고대 이스라엘의 민간 문화 속에서 점술이 퍽 널리 사용되었다는 점을 나름 입증해 낸 것처럼 보인다. 물론 많은 경우 민간의 점술 문화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일부 구절들은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고고학적 결과물들을 정리하는 부분은 잘 해냈지만, 그 결과물들을 엮어서 결론을 내는 과정은 평이했다. 문서설에 기초해서 비교적 후대에 신명기적 사가들에 의해 민간의 점술 관행이 억압되었다는 식의 설명은 학계에서는 매우 흔하게 사용되는 추정이긴 하지만, 이런 종류의 추정에는 언제나 그렇듯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선입관 이외의) 별다른 결정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니라서 얼마든지 전혀 다른 방식의 추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결과물은 그저 흩어진 자료들을 잘 정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을 받을 만한 법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그런 결과물 중 하나라고 본다. 당장에 여러번 반복해 읽을 것 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꼭 다시 찾아보게 될 그런 좋은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