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제목은 들어봤을 두꺼운 책 중 하나가 『총, 균, 쇠』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책을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새로 쓴 국가 위기 대처 방법에 관한 책이다.
책은 일곱 개의 나라들―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미국―이 역사 속에서 겪었던 위기들과 그것들을 극복해 내는 과정에서 했던 선택과 변화에 관한 내용을 짧게 정리하는 내용이다. 각각의 나라들이 경험했던 위기의 성격은 모두 달랐지만, 저자는 이를 정리하기 위해 국가적 위기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관련된 열두 가지 요인들을 짚고, 이에 따라 각각의 위기들을 분석한다.
저자가 만든 척도는 다음과 같다.
1.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2.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국가적 책임의 수용
3. 울타리 세우기.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조건
4. 다른 국가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지원
5.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
6. 국가 정체성
7. 국가의 위치에 대한 정직한 자기평가
8.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국가 위기
9. 국가의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10.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
11. 국가의 핵심 가치
12.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물론 이 척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 수는 늘 수도 있고, 더 적게 꼽을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 만들던 기준이란 항상 부족한 법이니까. 저자도 이런 부분은 인식하고 있고, 너무 많거나 적은 기준을 만들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해 이렇게 정리했다고 한다. 중요한 건 이런 척도들을 가지고 제대로 실제 문제를 분석하고, 또 그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예측해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일게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사례로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도 꽤나 역동적인 근대사를 경험한 나라인데 말이다. 일본의 강제 병합을 극복해 내고, 6.25라는 내전을 경험하고, 군부 쿠테타와 민주화, 이런 과정들을 통과하며 한 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세계 수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겨우 100여 년 동안 수많은 위기들을 맞이해 나름 극복하고 변화를 해 오지 않았던가.(물론 국민들이 꽤 자주 멍청한 투표를 해서 무능한 대통령들이 주기적으로 출현하기도 하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