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 - 그리스도교 신앙시 100선
조지 허버트 외 지음, 최애리 엮어 옮김 / 버드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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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중세 문학을 전공한 편역자가 오랜 시간 동안 모아온 서양 시 100편을 번역해 책 한 권으로 모았다. 보통 이런 모음집은 한두 가지 주제를 부여하기 마련인데, 이 책의 경우 기독교 신앙을 가진 시인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담아 노래했던 시들을 묶었다. 역자는 총 일곱 개의 항목으로 시들을 분류했는데, 각 항목의 제목을 잘 알려진 찬송가의 제목에서 따왔다는 점이 재미있다.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내가 사랑하는 C. S. 루이스나 그의 스승격이었던 조지 맥도널드의 시도 있고, 그 외 나처럼 이런 시에 조예가 없는 사람들도 이렇게 저렇게 한두 번은 들어봤을 만한 작가들의 이름도 보인다.

 

 

2. 감상평 。。。。。。。   

 

     ​어렸을 때부터 시 쪽은 젬병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시는 금방 읽어버릴 수 있어서 편하기는 했지만(그 땐 뭐든지 많이 읽는 게 당면 과제였다), 그것을 음미해본 적이 없었고, 성경을 읽을 때도 시편 부분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확실히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건지, 이제는 종종 시를 읽으며 뭔가 느껴지기도 한다. 시어의 함축성과 그 형태 자체가 주는 운율의 재미 같은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온 달. 물론 여전히 대하기엔 약한 문학 장르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경우도 솔직히 백 편 모두로부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인상적인 시편은 이십여 편 남짓, 그리고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시는 정확히 네 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시들이 별로였다는 뜻은 아니고, 지금 시를 읽는 내 상태에서는 그랬다는 의미다. 편역자가 마치 보석 악세서리를 모으듯 한 편, 한 편 수집을 하듯 정성껏 수집해 놓은 시들은 깊은 신앙적 묵상이 묻어나온다.

 

 

     책의 짜임새도 좋다. 책장의 왼편에는 뽑은 시가, 오른 쪽에는 그 시와 관련된 간단한 해설이 실려 있다. 또 책 뒤편에는 각각의 시들의 영어 원문이 실려 있어서, 원문을 통해 운율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나, 이 번역이 원래는 어떤 단어로 표현되어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찾아보기 쉽게 되어 있다. 또 각 시인들의 간략한 일생이 영문 이름순으로 실려 있기까지 한 걸 보면, 정말 책을 급하게 대충 만든 게 아니라는 게 보인다.

 

     다른 시간, 다른 상황에서 읽어보면 또 다른 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받을 것 같은 책. 사실 시의 특성이란 게 그런 것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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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세대를 위한 전도 - 친구와 함께 떠나는 영적 여정
릭 리처드슨 지음, 노종문 옮김 / IVP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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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현대는 이전의 어떤 시대들보다 더욱 상대주의적인 진리관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다. 교리보다는 실재, 혹은 경험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4영리나 전도폭발과 같은 전통적인 대본을 따른 전도는 이전만큼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마치 세일즈맨들이 상품을 소개하듯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논리적인 설명들(교리들)을 강의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에 하나님이 실재로 어떤 분으로 경험하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도 대상자들의 영적인 필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 그것을 접점으로 삼아 영적인 대화로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물론 여기에는 성령님의 강력한 도우심이 필수적이기에 전도자는 모든 과정에서 기도로 성령님과 동역을 해야 한다.

     이 외에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개인으로서 직접 전도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를 이루어 공동체로서 전도하는 데 자신의 은사에 따라 섬기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점과 우정의 힘, 그리고 세계관 계에서 흔히 말하는 메타 내러티브의 힘에 관한 설명 등이 이어진다.

 

 

2. 감상평 。。。。。。。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은 전도가 그들의 신앙적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선은 전도 대상자들을 만나서도 쉬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이어가야 하는 천연덕스러움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특별한 기술적 훈련이 필요한데 자신은 그런 성격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도가 때때로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유발시킨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전도하면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들, 즉 공공장소를 휘젓고 다니면서 무턱대로 사람들에게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모습은 같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까지도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부담감을 일소시킬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좋은 소식(복음)’을 정말로 좋은 방식으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내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식의 교만함을 버리고 함께 여행하는 친구를 초대하는 방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지루하고 딱딱한 교리 설명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한 하나님에 대한 체험담, 그리고 무엇보다 성령과 함께 하는 공동의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라는 설명 등이 포함된다.

     한국 교회 안에는 다양한 전도법들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슨 기적의 전도법이라고 해서 모든 교회에서 효과를 나타내지는 못하는 법이다. 만약 그랬다면 진작 한국 복음화가 완성되었을 테니까. 전도법들도 유행을 타는 것 같고, 하나의 유행이 왔다 가면 다른 전도법들이 등장한다.

     내가 보기에 이들 전도법들의 가장 큰 문제는 우선 그 자체가 일종의 시스템화 되어 있다는 점이고(그래야 여러 교회에 적용시키기 쉬울 테니까), 그러다보면 전도의 과정 자체가 일종의 객관적인 과업이 되어 버려, 그것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인격체라기보다는 기계적인 반응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자도 책 속에서도 지적했듯이 전도 대상자들이 자신이 프로젝트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걸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역시 실제 인간관계라는 건 그렇게 매뉴얼에 쓰여 있는 대로만 진행될 리도 만무하다.

     이 책은 그런 전도법들의 패러다임을 크게 틀면서, 성경적(사실 이 단어만큼 자주 오용되는 말도 많지 않다. 물론 여기서는 단지 성경구절 몇 개를 떼어다가 억지로 갖다 붙이는 식의 가벼운 접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전도법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방식으로의 전도는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제대로 훈련과 양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만한 내용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성령의 인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대의 영적인 필요를 포착해 낼 수 있는 예민함과 그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혹은 대답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은 풍부한 독서와 묵상이 있는 사람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 부분에서는 당연히 모든 교회가 그런 그리스도인들을 길러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정도로 해 두자.) 하지만 확실히 이렇게만 된다면 참 건강한 모델의 전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전도의 기술이 아니라 방법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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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5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05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교자여 준비된 스토리텔러가 돼라
유진 로우리 지음 / 요단출판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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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기술적으로 보면 강연(Speeching)의 한 종류인 강론(설교, Preaching)은 크게 내용과 형식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물론 좋은 내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형식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최악의 경우 좋은 내용을 듣기 싫게 전달할 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전달 내용에 무관심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내용에 실패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강론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방식 중 내러티브를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 내러티브 강론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저자는 2부에서 모두 네 편의 강론 원고를 소개하면서 각각의 내용을 내러티브 강론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2. 감상평 。。。。。。。  

     한국교회에서만 해도 한 주일에 수만 편의 강론(설교)이 쏟아져 나온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목회자 한 사람이 한주에 준비해야 하는 원고의 편수만 해도 최소 한 편 이상, 많으면 예닐곱 편 이상까지도 써 내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매주 틀림없이 돌아오는 마감시간에 맞춰 새로운 원고를 써 내려가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목회자들의 이런 부분을 도와주기 위한 신학의 분과가 생겼는데, 그게 바로 설교학이다. 이 책은 설교학 분야의 대가 중 한 명인 유진 로우리가 내러티브 설교를 하려는 목회자들을 돕기 위해 쓴 책이다.

     간단한 서론격의 1부를 지나 책은 네 편의 실제 원고를 바탕으로 진행되기에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실제적인 느낌’, 혹은 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글로 써 있는 원고를 읽는 것과 실제 강단 위에서 이루어지는 강론을 보고 듣는 것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실력 있는 설교자들의 원고를 이 수준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상당히 유익하다.

     자신의 강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설교자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

 

 

p.104 

명심해야 할 것은 청중들 대부분이 일인칭 서술은 짧을 경우에만 주목해서 듣는다는 것이다.

 

 

p.173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어느 설교든지 그 설교의 구원의 힘은 설교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설교자가 얻는다는 것이다.

 

 

p.212

읽거나 해석적으로 말하는 것과 등장인물이 되어 연기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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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신학 입문
칼 바르트 지음, 신준호 옮김 / 복있는사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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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20세기의 유명한 신학자 중 하나인 칼 바르트가 생의 마지막으로 했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일종의 신학서론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신학의 기초는 어디에 세워져 있는가(하나님의 말씀과 그 말씀을 들은 증인들, 그리고 그 증언들을 전수해 온 공동체, 이 모든 것을 이끄시는 성령!), 실제로 신학 작업을 할 때 신학자가 겪게 되는 상황들(놀람과 당황, 신학자의 의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믿음에 관하여), 신학이라는 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들(고독과 의심, 시험들, 하지만 그럼에도 갖게 되는 희망)에 관한 언급을 지나, 말 그대로 신학에 임하려는 후학들에게 하는 조언들(기도와 연구가 함께 가야하며, 봉사하는 자세로, 사랑 위에서 하라)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이 책을 가지고 두 번의 모임을 하면서 가장 자주 했던 말이 구조가 참 멋지다는 것이었다. 말씀-증인-공동체-성령, 고독-의심-시험-희망 등으로 이어지는 서술의 구조는 멋지다는 말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단순히 실용적인 목적(서술의 논리성)을 따라 가는 것을 넘어 각각의 주제 전체를 감싸줄 수 있는 마무리로 각 장을 마무리하는 능력은 확실히 완숙미를 보여준다.

 

 

     물론 이 책은 그가 연구해 온 신학의 본격적인 연구를 설명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신학을 공부하려는 젊은 학생들에게 하는 강의이기에, 겨우 이 책 한 권을 읽고 바르트 신학이 어떻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이 두껍지 않은 책을 읽고도 바르트라는 신학자의 겸손함(실제 성격이 어땠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학이라는 작업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확실히 겸손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과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을 거의 예술적인 경지에까지 올려놓는 깊은 통찰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바르트의 작업은 익히 알려진 대로 자유주의, 혹은 현대주의에 의해 왜곡된 기독교의 정통적인 신학을 다시 세우기 위해 애썼던 인물이다. 이 책 안에도 현대주의자들이 거의 완전히 폐기하거나 원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변형시켜버린 개념인 믿음, 성령, 소망 등을 되살려낸다. 이런 차원에서 정통적인 신앙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꽤나 친숙해야 할 것 같은데, 또 그렇지만은 않다. 일단은 그의 글은 지독히도 어렵고(!), 특히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것처럼 그의 성경관에 있어서 약간 다른 부분이 발견되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이 책을 통해서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한편 바르트는 독일 교회 대부분이(그리고 이 중에는 그의 스승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히틀러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결국 일하고 있던 독일의 대학에서 쫓겨나 고국인 스위스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인지 교회에 대한 그의 관점은 상당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고 있는데, 이를 텐면 교회라는 어둡고 짐이 되는 단어(44)’와 같은 표현들이 그것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싶기도 하다.

 

 

     책에 실린 내용이 좋긴 하지만,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기에는 서술 방식이 지나치게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책에 실린 강의가 이루어졌을 당시에는 확실히 획기적인 내용이었겠지만,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 책에 실린 내용을 훨씬 쉽고 보다 논지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좋은 책들도 많이 나왔으니까. 물론 고전급에 해당하는 책들의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거긴 하지만, 우리가 읽어야 할 책들은 너무나 많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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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한국 교회의 얼굴 - 한국 교회 무엇이 문제인가
박영돈 지음 / IVP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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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한국 교회는 여러 부분에서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 이 책은 그런 한국 교회의 문제점들을 차분히 집어가면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한 신학자의 노력을 담고 있다.

     책에서 저자가 가장 먼저 심각하게 보는 문제는 대형교회 지상주의이다. 목회의 성공과 교인수의 증가, 혹은 거대한 예배당 건축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려는 이 성공주의적 태도는 신학적으로도 큰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다양한 문제들을 일으켜왔다. (현재의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 추락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기인한다) 문제는 작은 교회들도 사실상 대형교회를 지향하게 되면서 한국교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

     이어서 저자는 강단에서 행해지는 설교의 문제로 넘어간다. 진지한 신학적 배경과 성찰 없이 이뤄지는 설교 준비와 설교는 교회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며 나아가 교회를 엉뚱한 길로 인도하기 마련이다.

     책의 세 번째 파트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언을 담고 있다. 특별히 설교 준비 부분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부분과 함께 바른 교회론에 입각한 전도와 평신도들의 신앙적인 삶 등에 관한 조언들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 아픈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야 했다. 확실히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교회는 여러 질병들을 앓고 있다. (그 구체적인 예들이야 책에서도 충분히 지적되었으니 굳이 여기에서까지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으리라) 교회라는 이름의 큰 공동체 안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고, 사이사이로 삐져나오는 일탈행위들로 인해 이제는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 또한 문제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인식 그 다음이 문제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는데하는 느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처음부터 함께 몸을 담기를 거부했던 사람들이야 욕하고 그냥 지나가면 그만이겠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만은 없다. 문제가 있으니 해체시키고, 없애버리라는 식의 단순한 지시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다. 해체된 조직은 사라지지 않고 어느 틈엔가 다른 조직 사이로 스며들어가 이전의 행태를 계속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다시 문제 자체로 돌아가야 한다. 왜 그런 문제들이 나오게 되었고,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이렇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집어야 한다. 감정적이기만 한 비판은 도리어 문제 해결을 방해한다. 이런 차원에서 현대 교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을 학문적으로 되 집어 보고 설명하려고 시도한 이 책은 나름의 의의가 있다. 게다가 저자는 이 과정을 물어뜯기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세우기위해서 하고 있으니까(애정 없는 비판은 훨씬 더 아플뿐더러 다시 일어설 힘까지도 뺏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두루뭉술하게 비판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형교회주의나 목회자들의 깊이 없는 설교 같은 부분은 실명을 밝혀가며 지적한다. 어떤 이들이 보기에는 불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책 속에 언급되고 있는 교회나 목사들의 이름은 한국 교계에서 꽤나 유명하다고 여겨지던 분들이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교회와 목회자들이다. 이 정도의 비판은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를 기회로 성공이라는 이름의 면죄부를 사용해 손쉽게 자기합리화를 시켜오지는 않았는지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게 많지 않을까.

     책 후반의 해결방안에 관한 부분이 좀 더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저자가 전반부에서 지적했던 대형교회의 문제점들 중 상당수가 실제적인 운영방식에 있어서의 문제였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 점은 더더욱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아프기는 하지만 한 번쯤 곱씹어 볼만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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