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세상의 창조 이야기부터 다양한 영웅 설화들이 소개된다. 사실 이 지역의 신화라는 것이 각 거점들(도시들)마다 저마다의 전설들이 있었기에, 큰 틀과 인물은 유사해도 내용상 차이가 있는 경우들이 많았을 것이다. 또한 수메르인에서 아카드인으로 주도세력이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의 변용들이 생겼을 것이고. 어느 정도 강력한 중앙권력이 나타난 후에야 어느 정도 이런 것들이 정리되었을 텐데, 책에는 그런 식으로 정리된 결과물들이 실린 것 같다.
메소포타미아의 천지창조 이야기는 확실히 복잡하다.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고, 인간은 부속품으로, 신들의 도구로 창조된다. 신들 사이의 계급이 나뉘고, 자신이 낳은 신들을 불쾌하게 여겨 전쟁을 일으키는 티아마트와 그녀의 몸을 조각내 세상을 창조한다는 이야기는 어질어질하다(종종 이런 신들 사이의 싸움은 그 신을 주신으로 섬기던 도시들 간의 싸움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잘 알려진 길가메쉬 이야기는 홍수에 관한 내용 때문에 창세기의 노아 이야기와 자주 비교된다. 흥미로운 건 이런 홍수 전설은 여기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고대 신화 속에서 전설이라는 모양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점.(예컨대 인디언들의 신화나, 심지어 고대 중국 신화 속에서도 발견된다) 어떠면 이건 인류 공통의 “원기억” 같은 건 아닐까 싶기도. 참고로 길가메쉬의 홍수 이야기는 소재 말고는 세부 내용의 경우 노아와 비슷한 게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