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신화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야지마 후미오 지음, 김정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로 불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구약성경의 배경이 되는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식과 사고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는 다시 기독교를 통해 서양 문화와 문명에도 그 흐름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의 이름은 낯익어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들의 이름은 좀처럼 귀에 익지 않은 것이 사실. 이 책은 바로 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화를 정리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건설자들은 수메르인이다. 물론 그들 이전에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은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전모를 살피는 건 불가능하다. 수메르인은 세계 최초의 문자인 설형문자(쐐기문자)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겼고, 이들은 다시 셈어족에 속하는 아카드인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아카드인들도 수메르인들에게 쐐기문자를 배워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겼다.


이 지역에 흔한 진흙을 말려 만든 점토판에 기록된 이야기들은 건조한 기후 덕에 오랜 시간이 지난 후까지 남았고(일부는 불에 탄 덕분에 더 강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근대의 학자들에 의해 비로소 그 의미가 조금씩 해독되기 시작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그 결과물인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깨지고 사라진 것들 때문에 일부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책에는 세상의 창조 이야기부터 다양한 영웅 설화들이 소개된다. 사실 이 지역의 신화라는 것이 각 거점들(도시들)마다 저마다의 전설들이 있었기에, 큰 틀과 인물은 유사해도 내용상 차이가 있는 경우들이 많았을 것이다. 또한 수메르인에서 아카드인으로 주도세력이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의 변용들이 생겼을 것이고. 어느 정도 강력한 중앙권력이 나타난 후에야 어느 정도 이런 것들이 정리되었을 텐데, 책에는 그런 식으로 정리된 결과물들이 실린 것 같다.


메소포타미아의 천지창조 이야기는 확실히 복잡하다.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고, 인간은 부속품으로, 신들의 도구로 창조된다. 신들 사이의 계급이 나뉘고, 자신이 낳은 신들을 불쾌하게 여겨 전쟁을 일으키는 티아마트와 그녀의 몸을 조각내 세상을 창조한다는 이야기는 어질어질하다(종종 이런 신들 사이의 싸움은 그 신을 주신으로 섬기던 도시들 간의 싸움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잘 알려진 길가메쉬 이야기는 홍수에 관한 내용 때문에 창세기의 노아 이야기와 자주 비교된다. 흥미로운 건 이런 홍수 전설은 여기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고대 신화 속에서 전설이라는 모양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점.(예컨대 인디언들의 신화나, 심지어 고대 중국 신화 속에서도 발견된다) 어떠면 이건 인류 공통의 “원기억” 같은 건 아닐까 싶기도. 참고로 길가메쉬의 홍수 이야기는 소재 말고는 세부 내용의 경우 노아와 비슷한 게 없다.





이런 책은 일본인 저자가 쓰는 경우가 많은 게 참 부럽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일본 국내 대학에서만 공부하고 교수까지 된 저자가 쓴 것인데, 이 책이 연구적 수준이 높다기 보다는 기존에 연구된 내용 가운데 본문을 잘 정리해 낸 수준이긴 하지만, 이런 책들이 꾸준히 쌓여야 더 깊은 작업이 나올 테니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25-07-23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세기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서구에 소개되면서 처음에는 성서의 아류인줄 알았다가 실제 성서시대보다 천년이상 앞선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서구의 학자들이 멘붕에 빠졌다고 하지요,
그리고 해외로 유학을 가지 않은 일본인 학자들이 메소포타미아 신화같은 책들을 저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본의 무지막지한 번역문화때문입니다.실제 온 세계 언어의 책들이 번역되어서 일본의 학자들은 굳이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이건 문학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그러다보니 보통의 일본인들의 외국어 습득능력은 매우 떨어진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