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의 글쓰기에 관하여 - 우리는 평생 글쓰기를 한다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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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권의 루이스 발췌집이 나왔다. 몇 년 전부터 두란노에서 내기 시작한 시리즈로, 이번이 다섯 번째 책이다. 신앙과 기도, 책읽기를 내더니 직전엔 아주 두껍게 그냥 “문장들”로 가는 걸 보고 이제 끝인가 했는데, 얼마 전 이 책이 새로 나왔다. 이번에는 제목처럼 “글쓰기”다.


사실 앞서의 책들을 읽으면서 반가운 마음과 함께 아쉬운 느낌도 함께 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그 안에 담긴 글들이 대부분 새롭지 않았다는 것. 이미 루이스의 글을 잔뜩 읽어 놓은 나 같은 독자에게는 단순한 반복(물론 주제별로 정리되어서 일종의 색인처럼 기능할 수도 있긴 하지만)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책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특히나 초반의 몇 개의 글은 분명 다른 느낌이다. 역시 그 이유는 기존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온 단행본들이 아닌 아직 번역되지 않은 루이스의 편지 모음(서간집)에서 가져온 글들이 많았기 때문. 덕분에 조금은 신선한 느낌으로 루이스의 글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여기에 기존의 홍성사 번역본에서 일관되게 경어체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 시리즈 특유의 평어체도, 상대에 따라 경어체가 사용되기도 하고, 오히려 평어가 맞는 경우도 있고 하니 좀 더 거부감이 덜 든다.





발췌집이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에 관해 할 말은 딱히 없다. 다만 부분부분 인상적인 구절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특히 책 초반 글쓰기를 하려는 사람에게 주는 루이스의 조언이 꽤나 와 닿는데, 평범해 보이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조언이라는 느낌.


당장 첫 번째 글인 ‘글 쓰는 한 아이에게 건네는 조언’에서는, 문장을 쓸 때는 항상 말뜻을 명확하게 표현하라거나, 길고 모호한 단어보다 간결하고 직설적인 단어를 고르는 것이 좋고, 구체적인 명사로 표현할 수 있을 때는 절대 추상 명사를 사용하지 말하는 것, 그리고 독자가 느꼈으면 하는 감정을 그냥 형용사로 서술하지 말고, 묘사를 통해 독자가 그 감정을 느끼게 만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말 그대로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조언.


크게 나누면, 초반에는 “글쓰기” 자체에 관한 내용을, 중반에는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에 관한 조언을, 그리고 후반의 몇 장은 몇몇 작가들에 대한 루이스의 문장평이 담겨 있다. 루이스가 작정하고 문장론 같은 글을 쓰지 않은 것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맛을 볼 수 있는 건 다행이다. 간만에 기쁘게 읽었던 루이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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