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버들 한 그루가 우리 내외도 모르게 슬그머니 농장 입구에 자리 잡고서 꽃들을 화사하게 피우더니  진달래들까지 농장을 에워싸고 예쁜 꽃들을 피우려 한다.

나무시장에 가서 돈 주고 사다가 심은 철쭉들보다 먼저 개화를 서두르는 진달래들. 그녀들 또한 호랑버들처럼 우리 내외 모르게 농장에 자리 잡았으니 야생의 자생(自生)은 놀랍기만 하다.

 

산속에서 밭농사 짓다가 반가운 일은, 산의 진달래들이 알게 모르게 밭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서 꽃 피우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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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참나무?’란 제목의 글을 써서 페북에 올렸었다. 물음표를 단 건 나무 수종(樹種)을 확신 못해서였다. 그런데 지인인 ‘Lee Kangnyeon’ 님이 내게 그 나무를 근접 촬영한 사진을 보내달라하기에 그리했더니 이틀쯤 지나 정확한 수종을 일러주었다. 갈참나무가 아니라 호랑버들이라고.

정명(正名)이 서자 물음표가 떨어졌다.

 

순간 고구려 2대 왕인 유리왕의 전설이 떠올랐다. 이런 전설이다.

유리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 주몽이 동부여를 떠났기 때문에 유리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 성장한 후 아버지 주몽이 남긴 징표인 부러진 칼을 일곱 모 난 주춧돌과 소나무 기둥 사이에서 찾아냈고, BC 19 4월 고구려를 세워 동명왕이 된 주몽을 찾아가 이 부러진 칼로 아들임을 인정받고 태자에 올랐다. 그 해 9월 동명왕이 죽자 왕위에 올랐으니 2대 유리왕이다.”

농장 입구에서 저절로 큰 나무가 호랑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떠오른 전설치고는 너무 거창한가?

 

 

https://blog.naver.com/ilovehills/222285868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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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장의 나무는 나무시장에서 돈 주고 사왔거나, 지인한테서 선사받았거나 한 것들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농장 입구의 작은 창고(컨테이너) 부근에서 근거를 알 수 없는 나무 한 그루가 언제부턴가 기세 좋게 크는 것이다. 도대체 나무이름부터 알 수 없어서, 여기저기 자료들을 뒤진 끝에 아마도 갈참나무인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그 때문에 아직도 물음표를 첨부한다.



요즘 들어 다른 나무들은 겨울잠에서 막 깨어나는 듯싶은데 이 갈참나무만 기세 좋게 꽃들을 만개했다. 놀라운 일이다. 이식된 근거가 분명한 나무들은 꽃 필 생각조차 없는데 이 갈참나무만 활짝 꽃 피우고서농장 입구에 자리 잡은 때문에 마치 농장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보인다.

봐라.

이렇게 아름다운 수문장이 어디 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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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나는 꼬리치레도롱뇽을 만났다. 인적 없는 산 속의 물 맑은 곳에 사는 꼬리치레도롱뇽을야경(夜景)이 아름다운춘천의 모 처에서 만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꼬리치레도롱뇽과 장장 3시간이나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암컷이 알들을 낳고서 떠난 자리에 수컷이 남아서 그 알들을 온몸으로 지킨다는 꼬리치레도롱뇽의 부성애(父性愛) 얘기에 나는 뜨겁게 감동했다.

 

착시(錯視)했다.

 

 

꼬리치레도롱뇽의 생태를 20년 넘게 연구한다는 제자를 만나서, 야경이 아름다운 모 처에서 3시간이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그가 꼬리치레도롱뇽으로 보이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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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아침에  내 새 자리가 어딜까?’하고 가슴 설레는 건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교사인 나도 가슴 설렌다.

 

오늘 아침이 바로 그런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아침이다. 3월초 아침 특유의 싸늘한 기온 속에서 나는 내 새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교무실의 어느 자리일 텐데 이상하게도 금세 나타나지 않는다. 사무용구와 교재를 담은 간단한 짐 보따리를 들고서 쉽게 자기 자리를 찾아서 기뻐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혹은 무덤덤하거나 한 갖가지 표정들로 자리에 앉은 동료 교사들을 보며 나는 마음이 다급해진다. 좋든 싫든 어서 내 새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교무실이 운동장처럼 넓어서 한 30분은 내 새 자리를 찾아 헤매야 할 것 같은 거다.

순간 나는 눈치 챘다. 내가 잠자면서 꿈을 꾸고 있는 것임을.

그러면 그냥 꿈을 깨면 되는 건데  내 새 자리가 어찌나 궁금한지 억지로 잠을 더 자면서 그 꿈을 유지했다.

그래도 쉬 나타나지 않는 내 새 자리.

결국 나는 꿈을 깨고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교직을 나온 지 17년째. 그 후 1년에 한두 번은 오늘 아침 같은 꿈을 꾼다. 꿈을 꾸면서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하고 눈치를 채는 꿈 말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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