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아침에 ‘ 내 새 자리가 어딜까?’하고 가슴 설레는 건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교사인 나도 가슴 설렌다.
오늘 아침이 바로 그런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아침이다. 3월초 아침 특유의 싸늘한 기온 속에서 나는 내 새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교무실의 어느 자리일 텐데 이상하게도 금세 나타나지 않는다. 사무용구와 교재를 담은 간단한 짐 보따리를 들고서 ‘쉽게 자기 자리를 찾아서 기뻐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혹은 무덤덤하거나 한 갖가지 표정들로 자리에 앉은 동료 교사들’을 보며 나는 마음이 다급해진다. 좋든 싫든 어서 내 새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교무실이 운동장처럼 넓어서 한 30분은 내 새 자리를 찾아 헤매야 할 것 같은 거다.
순간 나는 눈치 챘다. 내가 잠자면서 꿈을 꾸고 있는 것임을.
그러면 그냥 꿈을 깨면 되는 건데 … 내 새 자리가 어찌나 궁금한지 억지로 잠을 더 자면서 그 꿈을 유지했다.
그래도 쉬 나타나지 않는 내 새 자리.
결국 나는 꿈을 깨고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교직을 나온 지 17년째. 그 후 1년에 한두 번은 오늘 아침 같은 꿈을 꾼다. 꿈을 꾸면서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하고 눈치를 채는 꿈 말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