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바닥에 떨어진 햇빛도 몇 점 되지 않았다. 울창하게 높이 자란 나무들에 하늘 대부분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차 옆에 서서, 고개 쳐들고 하늘 쪽을 보았다. 햇빛의 투과 정도에 따라 나뭇잎들이 연초록부터 청록색에 이르는 다양한 색들로 촘촘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었다.
“햇빛 그물망이구먼.”
정말 오랜만의 햇빛이었다. 오늘 아침에 관광호텔까지 운전해오는 동안에는, 이른 시간인데다가 안개 낀 산간지역이 많아서 햇빛을 볼 수 없었다.
이런 날은 ‘오후 네 시 전까지 이 시골구석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쓸데없는 걱정하며 전전긍긍할 게 아니었다. 아무 데나, 햇빛이 환하게 쏟아지는 장소에 차를 세워놓고 일광욕을 했어야 했다. 그는 뒤늦게 후회했다.
그 때 웬 엔진 음이 들려왔다
아연 긴장한 그는 두 귀를 기울였다. 두 귀가, 동물의 귀처럼 각기 소리의 방향을 찾아 따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전방에서 들려오는 엔진 음이었다.
“텅, 텅, 텅……”
경운기이거나 낡은 화물트럭일 것 같았다.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닥쳤다. 꼬부라진 길모퉁이 저편이라 정체는 안 보이는 채 ‘텅, 텅 , 텅’커지는 소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메아리까지 만들어내며.
비좁은 길에서 충돌할 사태였다. 그는 차에 탄 뒤 경적을 눌렀다.
“빠바방 빠바방……”
‘텅, 텅, 텅’ 엔진 음과 그 메아리도 그쳤다. 상대편이 그의 존재를 알아챈 것이다.
그가 조심스레 차를 몰고 모퉁이를 돌자, 눈앞 오 미터쯤 되는 거리에 경운기가 있었다. 새마을 모자를 쓴 노인이 양 팔로 경운기 핸들을 벌려 잡고 멈춰 선 모습이, 마치 사마귀가 앞의 두 다리를 벌리고 선 듯 괴기스러웠다.
경운기라도 교차될 길이 아니었다. 그가 난감한 표정으로 운전대만 잡고 있자 노인이 경운기를 후진하기 시작했다. 꼬부라진 길에, 적재함까지 달렸는데도 간간이 뒤돌아보며 후진해 가는 능숙한 솜씨였다. 그의 차도 조금씩 전진해 갔다. 십 미터쯤 갔을까, 갑자기 넓은 터가 훤하게 나타났다.
경운기가 그 터에 들어가 멈추자, 그는 편하게 따라 들어가 주차했다. 버스도 주차할 수 있는 넓은 터였다. ‘어떻게 이런 넓은 터가 산속에 있었을까?’ 놀라 주위를 살핀 그는 어이가 없었다. 한 쪽에 이런 나무 팻말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 생태학교 주차장’
얼결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주차장 주위의 나무그루들과 같은 색이어서 미처 몰랐었는데 통나무들로 만들어진 ‘행복 생태학교’ 정문이 코앞에 있었다.
그가 놀라고 있을 때 노인의 경운기가‘텅, 텅, 텅’, 후진했던 그 길로 사라져버렸다. 고맙다고 인사드릴 기회를 그는 놓쳤다.
‘행복 생태학교’
어제 밤에는 인터넷 정보로 만났고, 오늘은 오전 열 시 경부터 방금 전까지 내내 원망스러웠던 존재가 눈앞에 있다니…….
감개무량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정문이 안쪽으로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