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의 일각이란 말은 강물의 바위들에도 해당된다. 수면 위로 나온 게 저 정도라면 분명 강물 속에서는 집채만 한 바위다. 그렇다면 큰 쏘가리가 서식하고 있지 않을까? 강을 몇 달째 다니면서 저절로 알게 된 사실인데 대개 물속의 큰 바위에는 큰 쏘가리들이, 작은 바위에는 작은 쏘가리들이 살고 있었다. 정말 웃기지 않는가. 마치 평수 넓은 아파트에는 부자들이, 평수 작은 아파트에는 가난한 이들이 사는 인간세상 같아서.

옆의 박 사장한테 말했다.

저기 저 강물 깊은 데서 솟은 흰 바위 말입니다. 저 바위가 물속에서는 엄청나게 크겠죠? 그렇다면 쏘가리도 엄청 큰 놈들이 살지 않겠어요?”

뜻밖에 그는 긍정도 부정도 않고 침묵했다. 하는 수 없이 자문자답하듯 내가 또 말했다.

분명 큰 쏘가리들이 살고 있을 겁니다. 우리, 다음번에는 저 바위 있는 데로 입수해 그 놈들을 잡읍시다.”

박 사장이오늘 쏘가리를 처음 잡은 주제에 무슨!’하는 뜻의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실소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침묵하다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이 슨상. 저곳이…… 아주 위험한 데레요. 왜냐면, 저 바위 밑 물속에는 소용돌이가 있걸랑요. 여름에 이 강변에서 캠핑하다가, 괜히 저 바위까지 헤엄쳐 가 본다고 나섰다가 소용돌이에 휘말려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드래요. 올여름에도 경찰이 부탁해서 내가 하는 수 없이 저기 들어가 익사체 한 구를 건져줬잖소. 그러니까 저기가 위험하고 기분 되게 나쁜 데거든요. 여기 강은 아예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올여름 한 달은 내가 방학 중 교직연수를 받느라 박 사장과 강을 다니지 못했다. 그 새 그런 일이 여기서 벌어졌다니……. 그건 그렇고 그 어둑한 깊은 물속에서, 소용돌이를 따라 흔들리는 시신을 두 손으로 잡아 올리는 박 사장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며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쳤다. 정말 왕년에 해병대로 월남전에 참전한 사람이 아니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하지만 얼굴은 축 쳐진 눈에다가 매우 순하게 생겼다.

어서 갑시다.”

박 사장의 말에 나는 다시 차에 1단 기어를 넣으며 출발했다. 우리는 바로 한 시간 전, 하류에 있는 여울목 부근 물속에서 쏘가리들을 잡고서 귀가하다가 여기 강 풍경이 너무 좋아 잠시 정차했던 거다. 시월의 금빛 햇빛 아래 찬란하게 흘러가는 강물과 그 한가운데 깊은 데서 솟은 흰 바위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사실, 조수석의 박 사장은 별 생각 없었다. 운전대를 잡은 내가 풍경에 홀려 일방적으로 차의 운행을 멈췄었다.

잠시 머물렀지만 눈에 뜨인 강마을 주민이라고는, 근처 미루나무 그늘의 평상에 앉아 쉬는 할머니 두 분밖에 없었다. 집이 열 채 남짓한 조그만 강마을도 도시화의 추세에 밀려 노인만 남은 것 같다.

기어를 3단으로 올린 뒤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박 사장이 잡은 쏘가리 다섯 마리가 뒷좌석의 ‘20kg들이 비닐포대안에서 버스럭거린다. 산 채로 잡는 그의 작살 솜씨는 늘 경탄스럽다. 나도 쏘가리를 한 마리 잡았는데 처음이다. 죽은 채로 고급 방수망에 담겨져 박 사장의 비닐포대 옆에 놓여 있다. 오늘은 이렇지만 머지않아 박 사장처럼, 나도 산 채로 여러 마리 잡을 날이 올 거다. 차를 운전하는 지금도 한 시간 전, 여울목 부근 물속 바위틈에서 플래시 불빛으로 쏘가리를 발견한 순간이 생생하다. 뒤이어 쏜 작살에 그 쏘가리가 꽂혀 퍼덕이던 순간의 희열은 또 어떻고. 지난번에 처음으로 박 사장이 쏘가리들을 찾는 비결을 일러준 덕이다.

절대 그런 비결을 알려줄 사람이 아니었다. 드러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이 지역 강의 쏘가리들은 다 자기 재산인 것처럼 여기며 사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몇 달째 함께 강을 다니면서 자기만 쏘가리들을 잡고 나는 항상 빈손인 딱한 상황이 계속되자 어쩔 수 없이 미안해졌던 게 아닐까? 낮술에 불콰해진 낯으로 망설이다가 이런 말을뱉었으니 말이다.

이 슨상. 쏘가리를 찾으려면 말이요, 그냥 맨눈으로 바위틈을 봐서는 안 되고…… 수중 플래시로 비춰봐야만 되거들랑요. 그 때 쏘가리가 보이면 작살로 쏴 잡는 거드래요.”

그랬구나! 그런 줄을 정말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동안 한 번도 그가 수중 플래시를 들고 있는 모습을 못 본 것 같으니 어찌된 일일까? 내 표정을 읽은 박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 플래시를 갖고 와 보여주었다. 크기가 한 손 안에 들어갈 만큼 작은 거라서 그 동안 내가 한 번도 못 봤을 법했다.

……해서 나는 급히 주문택배로 수중 플래시를 장만했고 그 결과 오늘 쏘가리를 처음 잡았다. 지금 운전대를 잡고는 있으나 쏘가리가 작살 촉에 꽂힌 순간 퍼덕거리던 감촉이 손에 여전하다. 기분 좋은 날이다.

십여 분 후 박 사장네우정 식당앞에 도착했다. 박 사장 사모님이 밖으로 나와 남편의 비닐포대를 받더니 수조에 쏘가리들을 다 넣었다. 내가 수조에 다가가 표범처럼 얼룩덜룩한 무늬에 아래턱이 나온, 거만한 생김의 쏘가리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데 사모님이 조심스레 말했다.

슨상님. 즘심식사를 준비해도 되겠어요?”

집에 가서 먹을 건데요.’하려다가 관뒀다. 오늘은 이 식당의 매상을 올려줘야 할 것 같아서다.

아침을 늦게 먹었거든요. 그러니까 밥은 말고 쏘가리회나 한 접시 부탁합니다. 허허허.”

회를 기다리는 동안 박 사장이 작살 촉을 숫돌에석석갈기 시작했다. 스테인리스로 된 내 작살과 다르게 그의 작살은 철사로 만든 거라 쉬 녹이 슨다. 강에만 다녀오면 그가 촉부터 부지런히 숫돌에 가는 이유다. 물론 내 스테인리스 작살은 속초에서 살 적에 스쿠버 샵에서 돈 주고 장만한 거다. 고물장사한테서 공짜로 얻은 철사로 손수 만들었다는 그의 작살과 격이 다르다. 어디 작살뿐인가. 나는 특수재질로 된 스쿠버 잠수복을 입지만 그는 제주도 해녀들이 입는 싸구려 고무 잠수복이다. 그 탓에 그의 잠수복은 여기저기, 물속 바위 모서리 같은 데 걸려 찢어져서 본드로 때운 자국들이 많다. 그런 복장으로 물속을 다니면서도 쏘가리 잡는 솜씨 하나만은 기가 막히다.

사모님이 쏘가리회와 소주 한 병을 내왔다. 작살 촉을 다 간 박 사장을 모셔놓고 회를 안주로 소주잔이 오갔다. 나는 차 운전 때문에 처음 한 잔만 마실 뿐 사실 그가 다 마신다. 취기가 오르자 그의 습관적인 한탄이 시작됐다.

여기 강이 말이드래요, 십 년 전만 해도 내가 공기통 메고 들어갔다 하면 큼지막한 쏘가리들을 비닐포대 가득히 잡았지 않갔소? 마릿수로는 스무 마리가 넘어드랬지요. 그런데 해가 바뀔수록 쏘가리들이 줄어들더니, 오늘만도 다섯 마리? 나 참, 어이가 없어스리. 강물이 예전보다 많이 지저분해진 탓도 있는 것 같고 어느 나쁜 새끼덜이 몰래 약을 풀어 쏘가리들을 떼로 잡아가는 것도 같은데 어떤 새끼덜인지 당체 알 수가 없으닝께 나 참!”

소주 한 병이 비워졌다. 내가 얼른 사모님을 불러 음식 값을 치렀다. 그가 뒤늦게 손사래 치며 말렸다.

이 슨상. 그냥 가도 되거들랑요!”

무슨 말씀을. ,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럼 집에 가보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도 날씨가 괜찮으면 강에 가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식당을 떠나기 전 나는 강에서 다 쓴 빈 공기통을 식당 뒤편 컴프레서 보관 창고 앞에 갖다 놓기를 잊지 않았다. 박 사장이 컴프레서를 가동해서 공기를 충전해줄게다. 사실, 내가 우정 식당에서 가끔씩 비싼 쏘가리회를 팔아주는 것은 공기통 충전 비를 직접 건네기 뭣해 하는 일이다. 속초의 스쿠버 샵에서는 충전비가 통 당 만원이었다.

 

 

지난 일들이 떠오른다. 3월초에 속초에서 이 읍의 중학교로 전근온 뒤 한동안 무척 무료한 일요일을 보냈었다. 속초에서 살 때는 일요일만 되면 스쿠버 동호회 사람들과 바다 속을 누비며 한 주 간의 스트레스를 푸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산골 읍에 쳐 박힌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읍에도 깊은 강은 있었다. 하지만 잠수하는 데 필수적인공기통을 충전해 주는 특수 컴프레서가 있는 스쿠버 샵 같은 데가 없으니 잠수 활동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가 두 달 지난 5월 초순의 어느 날이다. 교무과 회식 자리에 갓 잡은, 신선도가 좋은 쏘가리회가 나왔기에 내가 그 횟집의 주방장을 불러 한 마디 물어본 게 천재일우처럼 특수 컴프레서를 만난 계기였다.

대체, 이런 팔팔한 쏘가리는 어디서 구합니까?”

아 예, 박 준연씨라고 다른 동네에서 쪼그만 식당을 하는 분인데 그 분이 공기통 메고 강에 들어가 쏘가리를 잡아다가 자기 식당에서도 쓰고 우리 식당에도 넘기고 그러죠.”

뭐라고요? ‘공기통을 메고 강에 들어간다고 그랬습니까?”

, 우리 고장에서 공기통 메고 다니며 쏘가리 잡는 박 사장을 모르면 간첩이죠.”

그 분이 한다는 식당이 어딥니까?”

해서, 다음 날 내가우정 식당을 찾아가 박 사장과 첫 대면이 이뤄진 거다. 그 날도 그는 작살 촉을 숫돌에 갈고 있다가 나를 맞았다.

그러잖아도 궁전횟집의 주방장한테서 중핵교 슨상님이 우리 식당에 찾아올 거라는 전화가 있었드래요. 어쩌신 일로?”

다름이 아니고요, 잠수할 때 쓰는 공기통을 충전하는 특수 컴프레서가 박 사장님 댁에 있다는 말씀을 듣고 그 걸 한 번 보고 싶어서입니다.”

그 기계, 별 거 아닌데.”

하면서도 막상 식당 뒤편의 널빤지 창고 문을 열어 컴프레서를 보일 때에는 아주 자랑스러운 어조로 변해 있었다.

내가 이걸 부산까지 가서 사 왔다는 게 아닙니껴? 시외버스 운전수한테 따로 돈을 줘서 버스 아래 짐 싣는 칸에 싣고 장장 오백 리 길을 갖고 온 기라요. 이 읍에서는 우리 집밖에 없는 보물이재. 내가 이것 갖고 쏘가리 잡으며 먹고 산 지 딱 십일 년이 됐드래요.”

다시 식당으로 들어와 앉은 뒤 사모님한테쏘가리회 한 접시와 소주 한 병을 주문하고는 그에게 말했다.

제 나이 마흔이거든요. 박 사장님이 저보다 다섯 살 위인 거로 얘기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말을 놓으셔도 됩니다. 허허허.”

아니래요. 시골에서는 핵교 슨상님이 최고가 아닙니껴? 말을 놓다뇨?”

친근감부터 형성하려했던 내 의도는 무산됐다. 잠시 후, 사모님이 내온 쏘가리회를 안주로 소주가 몇 잔 오간 뒤 나는 박 사장한테 이 식당을 찾아온 실제 목적을 비로소 밝혔다. 내가 예상하기에는 이런 화답이 올 줄 알았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이 시골에서 함께 잠수할 사람을 만나다니 얼마나 반가운지. 좋습니다. 우리 집 컴프레서를 같이 쓰면서 쏘가리를 잡읍시다.’

현실은 달랐다. 그의 낯이 어두워지더니 혼자 뇌까리듯 말했다.

그러잖아도 강의 쏘가리들이 해마다 줄어들어서 걱정인데……

그 말뜻은, 나까지 강을 다니며 쏘가리를 잡게 되면 자신의 생업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걱정이었다. 내가 이 식당을 찾아온 실제 목적을 밝힐 때저도 작살이 있으니까 박 사장님을 따라 다니며 쏘가리를 잡을 겁니다.’고 말을 덧붙인 게 잘못이었다.

사장님도 참! 제가 쏘가리를 잡아야 몇 놈을 잡겠습니까? 그저 맨손으로 물속을 다니기 허전해서 작살을 들고 다닌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모르죠, 눈 먼 쏘가리가 잡힐라나? 허허허. 절대 걱정 마십쇼. 자아, 어서 한 잔 드십쇼. 우정 식당은 쏘가리회가 일품이라더니 과연 소문대로네요!”

 

센머리가 대부분 빠져 대머리나 다름없는 할머니가 말했다.

그려, 저기 흰 바우 부근이 무진 깊어. 긴 장대로 강바닥을 짚으며 다니는 조각배 있잖수? 그 배를 몰고 다니며 그물 던져 괴기 잡던 영감도 말했어.‘저 바우 부근은 얼마나 깊은지 장대도 닿지 않는다. 그래서 그 부근으로는 절대 가지 않는다 했더랬지. 그 영감이, 어느 해 홍수에 배가 떠내려가 버리고는 괴기 잡는 일도 못하고 쏘주만 마셔대더니만 재작년에 속병으로 죽었지.”

옆의, 머리 염색 흔적이 흐릿하게 남은 할머니가 이어서 말했다.

저기 깊은 데에는 물귀신이 살아. 어른들이 말했어. 이 강에서 괴기 잡으며 먹고 살려면 반드시 저 바우에 상 차려놓고 무당까지 불러 제대로 고사를 지냈다는 거야. 그랬다는데 그 영감이돈도 없는데 무슨 무당까지 불러?!’하면서 그냥 간단히 막걸리 한 잔에 북어 하나 갖다 놓는 거로 고사라 치고는, 괴기 잡으며 살다가 결국 물귀신 미움을 사 그 꼴을 당한 거지.”

대머리 할머니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광맹천지에 무슨 물귀신은?”

이거 보라고. 물귀신이 있응께 그 영감 말고도 해마다 사람덜이 저기서 빠져죽은 게 아니갔어?”

무슨 소리하고 있어? 해마다라니? 재작년부터는, 여름 되면 읍내에서 순경이 와 갖고 강변을 지키는 뒤로는 한 사람도 저기서 빠져죽은 이가 없는데. 순경 오니까 쥐 죽은 듯이 있는 게 무슨 귀신인감?”

아냐 분명 물귀신 있어. 요즘도 비 오는 날 오밤중에 저기를 보면 희끄무리한 게 보일 때 있어. 그게, 물귀신이 바우 위에서 노는 거야.”

원 할망도. 그건 바우가 허얘서 그리 보이는 거야. 무식하기는!”

내가 바우 색깔을 몰라 그런 줄 아나?”

내가 급히 중재에 나섰다.

아이고 할머니들. 그만들 하세요. 제가 괜히 흰 바위 있는 데를 물어본 것 같습니다. 이제 됐습니다. 충분히 얘기 들었습니다. 허허허.”

두 할머니는 말싸움을 멈추고는 다시 건빵들을 먹는다. 두 분 다 치아가 성치 않아 건빵을 깨물어먹지 못하고 침으로 오물오물녹여 먹는 모습들이다. 내가 인사 삼아 나눠 드린 건빵들이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모처럼 어른을 대접하는 기특한 청년(?)을 봤다는 듯 미소까지 짓는 할머니들이다. 나는 다시 운전석에 올라 강마을 앞을 떠났다. 오늘은 나 혼자서 여울목 부근 강을 다녀오는 길이다. 박 사장이 전날 상가(喪家)에서 마신 술이 여태 안 깼다며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쏘가리를 두 마리나 잡고서 기분 좋게 귀가하다가, 미루나무 그늘에서 먼젓번처럼 쉬고 있는 두 할머니를 보고는 차를 세우고 말을 건네 본 거다.

이제 쏘가리 잡기는 아무 것도 아니다. 바위틈만 잘 찾으면 된다. 바위틈에 플래시 불을 비췄을 때 그저 컴컴하면 허탕 친 거고 날카로운 가시의 등지느러미가 보이면 바로 쏘가리 놈이다. 바위틈이란 게 구멍이라기보다 갈라져 생긴 비좁은 틈새이므로 쏘가리는 그렇듯 몸을 옆으로 뉘어 숨어 있었다. 오늘 여남은 바위들을 뒤져 그 중 한 군데에서 놈들을 잡았다. 안타까운 것은 놈들이 작살에 맞은 순간 한두 번 퍼덕이고는 죽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작살로 잡되 산 채로 잡는 박 사장의 신묘한 비법을 배울 일만 남았다.

그런데 참, 아까 대머리 할머니 말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재작년부터 여름에는 순경이 강변을 지키기 때문에 익사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는데 그렇다면 지난번에 박 사장이 내게 한 말은 무언가? 분명히 올여름에 경찰 부탁으로 익사체를 건졌다고 했다. 할머니가 내게 없는 사실을 말할 까닭이 없으니…… 그가 지어낸 말이 아닐까?

먼젓번에 수중 플래시 사용이라는 비법을 술김에 털어놓고는아차!’싶은 후회의 빛이 그의 표정에 스쳤던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또한 여태 한 번도 쏘가리를 산 채로 잡는 비법을 말해준 적이 없다. 그렇다. 그가더는, 강의 쏘가리에 관한 비밀을 털어놓아서는 안 된다!’고 작심한 듯싶다.

흰 바위가 있는 깊은 강물 속에 큰 쏘가리들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는 부자들이 은행금고에 거금을 보관하듯 그곳에 큰 쏘가리들을 숨겨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 강마을 앞을 전부터 여러 번 지나다녔지만 단 한 번도 입수 장소로 삼지 않았다.

 

 

남한강 상류인 이 고장의 강은 넓게 흐르는 본류와, 좁은 지류 여럿으로 구성돼 있다. 본류와 지류들의 강 길이를 모두 합친다면 삼백여 리는 될 듯싶다. 삼백여 리 되는 강에서 박 사장이 애써 외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곳은 그 강마을 앞 강이 유일하지 않을까?

우정 식당 앞에 도착했다. 빈 공기통을 꺼내들고는 식당 문을 열며 소리쳤다.

박 사장님. 공기통을 창고 앞에 갖다 놓겠습니다.”

박 사장의 대답 대신 사모님이 식당에 딸린 작은 방에서 파마머리가 헝클어진 모습으로 나왔다.

슨상님. 그이가 이부자리에서 일어나는가 싶더니 또 소주를 시작했걸랑요. 나쁜 새끼덜이 강을 다 죽여 놓았다나 뭐라나, 속상해서 마신다는데…… 뭔 일이 날 것 같아요. 슨상님. 그 이 좀 말려주실래요?”

박 사장은 그러잖아도 쳐진 눈이 술기운에 더 내려앉았다. 눈동자도 보이지 않는 낯으로 쥐고 있는 그의 소주병을 내가 빼앗아 치웠다.

더 마시면 안 됩니다. ……그나저나 나쁜 새끼들이 강을 죽였다는 사연이나 들려주세요.”

거 참! 아는 경찰이 조금 전에 전화를 주었거들랑요. 어젯밤에 외지에서 온 나쁜 새끼덜이 몰래 고무보트를 타고 다니며 전기빳데리로 여기 강의 물고기들을 조지다가, 적발됐다는 게 아니요? 반 가마니나 건져 올렸다는데 그 새끼덜, 분명히 도시에 있는 식당들에 팔려고 그 짓거리를 한 거라요. 본서로 이첩됐다는데…… 내 짐작하기에 그 새끼덜이 이번뿐만 아니라 전부터 틈만 나면 그랬을 것 같은기라요. 나 참! 아무리 먼 데 살아도 차만 있으면 이 시골까지 찾아와서 못된 짓 할 수 있는, 드럽게 편한 세상이 아닙니껴? 그 외지 새끼덜이 기껏해야 벌금 내고 말겠지만…… 요는, 일단 강바닥을 빳데리로 지져놓으면 감전돼 죽은 물고기는 그렇다 치고 살아남은 것들도 번식을 못하게 돼 결국 강에 물고기 씨가 말라버리기 시작한단 말이래요. 나처럼 여기 강에서 쏘가리 잡아 하루 이틀 먹고 사는 사람은 점점 더 먹고 살기 힘들어진 게 아닙니껴? 나 참, 속상해서…….”

삼백여 리 되는 강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나쁜 짓들을 어떻게 다 통제할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어제 밤의 그 나쁜 작자들도 경찰에 적발된 순간 재수 없게 걸렸다는 생각부터 들지 않았을까?

인적 뜸한 외진 강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거나, 독약을 풀거나, 어제 밤처럼 전기밧데리로 지지거나 하는 나쁜 짓이 수시로 벌어지는 각박한 세상이다. 무분별한 남획이 여기 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작살 하나로 쏘가리를 잡아 생계를 잇는 박 사장 같은 분이 보호받아야 할 까닭이다. 대낮부터 술에 취해 한탄하는 박 사장을 보며 내가 해 본 생각이다.

이농현상에 도시화 추세까지 겹쳐 산골의 이 읍도 인구가 부쩍 줄어들면서 읍 자격마저 잃을까 전전긍긍이란다. 작년만 해도 박 사장의 산 쏘가리들을 받는 식당이 세 집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한 집이 폐업하여 두 집으로 줄어들었다지 않은가. 이런 어려운 처지의 박 사장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 식당의 쏘가리회를 팔아주는 일밖에 마땅히 없는 듯싶다. 그런데 중학교 교사의 박봉으로는 그 비싼 회를 자주 팔아줄 수가 없으니…….

나까지 덩달아 무거운 침묵에 빠져 있는데 박 사장이 불쑥 이랬다.

오늘 쏘가리를 몇 마리나 잡았씀껴? 지난번에 딱 보니까, 이제 슨상님도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한 것 같거덜랑요.”

나는 식당에 오기 전에, 쏘가리 두 마리를 담은 고급 방수망을 다른 때와 달리 차 트렁크 안에 숨겼다.

허허허.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허탕입니다. 그 나쁜 새끼들이 여울목 부근 바위들도 어쨌는지…….”

거기는 지난번에 우리가 다녀왔던 데 아니드래요? 다른 델랑 가 보덜 않고 왜?”

사장님 없이 혼자 강을 들어가려니까 겁이 나서, 익숙한 데를 간 거죠.”

껄껄껄박 사장이 웃었다. 한탄하는 표정보다는 보기 좋았다. 방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밝아졌다.

사장님이 올여름에 그 흰 바위 있는 깊은 데서 시체를 건졌다는 얘기를 지난번에 했잖아요? 그러니 어디 무서워서 혼자 강을 아무 데나 들어가겠습니까?”

익사체가 아무 데나 있지 않거들랑요. 그 흰 바위처럼 소용돌이가 있거나, 강가 가장자리 같은 데에 있드래요.”

, 그 흰 바위 있는 데에서 익사체를 몇 번 건져봤나요?”

거기는…… 생각만도 기분 나쁜 곳이니까 더 얘기하지 맙시다.”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모님이 걱정 많던데, 이제 술은 그만 하시고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도 날씨가 괜찮으면 들르겠습니다.”

가만 있자…… 다음 주 일요일에는 강물이 크게 휘는 곳, 있잖소? 오랜만에 그리 입수합시다.”

제가 사장님과 5월에 처음으로 같이 들어간 데, 말씀하시는 거죠?”

거럼요.”

 

 

전날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비가 그치지 않은 채 일요일 아침을 맞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박 사장한테 전화를 건 뒤강물이 크게 휘는 곳에 갈 채비를 서둘렀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비가 오면 컴프레서를 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중의 습한 공기를 공기통에 넣고 물속을 다니며 마신다면 폐에 매우 안 좋을뿐더러, 공기통 자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나는 일요일 하루를 아파트에서 낮잠 자며 보낼 수밖에 없었다. 깊게 자는 잠이 못된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애가 시험지를 갖고 와 아빠 이거 좀 설명해 주세요.’하면뭐라고?’하면서 깰 수 있다. 발코니에서 채소를 다듬으며 구질구질한 날씨 탓을 하는 아내의 푸념도 아련하게 듣는다. 오후 늦게 들어서는 낮잠도 더 이뤄지지 못했다. ‘강물이 크게 휘는 곳의 물속 풍경이 선하게 떠올랐다. 읍 앞에서 하류 방향으로 십리쯤 똑바르게 흐르는 강물이 해발 800 미터쯤의 산을 만나는 순간 90도 가까이 휘며 흐르는데 바로 그곳 물속 풍경이다. 5월 하순 어느 날, 그 물속에 처음 들어갈 때 박 사장이 말했다.

여기 물살이 드세거들랑요. 조심해드래요.”

동해바다도 파도가 치면 물살이 드셌죠. 여기 강의 물살은 얼마나 드센지 이참에 맛볼까 합니다. 허허허.”

박 사장 말이 괜한 게 아니었다. 강 복판으로 들어서자,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물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잔잔히 흘러오던 강물이 산모서리를 만나 크게 휘면서 회오리바람 같은 역동이 일어난 듯했다. 물살도 거센데다가 강바닥이 불그레죽죽한 빛의 화강암 지대여서 그 황량하고 음산함이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물속에서 겁먹거나 당황하면 아주 위험하다. 나는 발의 물갈퀴를 죽어라고 파닥거려 물살에 맞서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그 결과 강 복판을 피해 강가 쪽으로 이동했더니 다행히 물살이 잔잔했다. 강가 쪽 물속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런데 동해바다와 달리 시커멓거나 허옇거나 한 무채색 바위들뿐이라 하나도 구경거리가 못 되었다. 동해바다 속 바위들은 해초와 불가사리, 해삼, 멍게, 조개들로 총천연색 모습이었다. 무채색 강물 속 풍경에 실망해서 30여 분만에 강변으로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박 사장은 20여 분 더 있다가 강변으로 나왔다. 세상에, 쏘가리들을 아홉 마리나 아가미 틈새로 넣은 끈을 주둥이 쪽으로 빼내어 한 손에 든 채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준비해온 비닐포대를 강물로 채운 뒤, 끈에서 쏘가리들을 한 마리씩 빼내 그 안에 집어넣자 모두 살아서 퍼덕이는 거다.

아니, 어떻게 산 채로 잡았습니까?”

내 물음에 박 사장이 그 조잡한 쇠 작살을 한 번 쳐들며 말했다.

이걸로 쏴 잡았잖소.”

그리곤 더 말하지 않았다. 내 생각이 바뀌었다. 나도 작살로 쏘가리를 잡고 싶었다. 원시시대부터 비롯됐을 사냥본능이 나도 모르게 되살아난 걸까? 그 후 일요일마다 박 사장을 따라 강을 다니게 되었다…….

이번 일요일은 비 때문에 아파트에서 낮잠이나 자며 보내지만 다음 일요일은 박 사장을 따라 공기통을 둘러메고물이 크게 휘는 곳에서 지낼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그 순간 전화가 왔다. 박 사장이었다.

이거 어쩌지? 콤프레써가 고장 나 부렸으니. 창고가 지랄같이 빗물에 새면서 콤프레써가 엉망이 된 거야.”

취한 목소리로 평소와 다르게 반말하고 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심상치 않다. 짐작이 갔다. 그는 이제 고장 난 기계를 핑계로쏘가리 잡는 데 부담스런 존재처럼 돼 버린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것이다. 혼자서 낡은 100cc 오토바이를 타고 강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 몇 달 간 그는 내 차에 편승했었다.

컴프레서가 고장 났다니 하는 수 없죠. 당분간 일요일이 되면 낮잠이나 자며 지낼 수밖에요. 허허허.”

당분간이 아니라 오래 걸릴 것 같은기라. 이 콤프레써를 고칠 수 있는 데가 부산 항구에 가야 있거든. 그리로 화물차 편에 보내면, 수리한 뒤 여기로 보내고 해서 아마 열흘은 걸리지 않겠어? 모르지. 하도 오래된 고물이라 고치기 힘들다고 연락 올지도.”

저한테는 부담 갖지 마세요. ……시간 날 때 한 번 우정 식당에 들르겠습니다. 강에 들어가는 것 때문이 아니라 쏘가리회가 먹고 싶어서죠. 허허허.”

마음에 없는 빈말을 했는데 놀라운 대답이 왔다.

거럼, 우리 우정 식당의 쏘가리회는 알아주지. 매운탕은 또 어떻고.”

컴프레서가 정말 고장이 났다면 나올 수 없는 대답이 아닐까? 더는 통화하고 싶지 않았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오른쪽 발목에 찬 비상단검까지 재차 확인한 뒤 강변에 섰다. 강변에서 흰 바위까지 거리는 100미터쯤. 이런 경우에는 스노클링으로 바위 솟은 데까지 간 뒤 수면 아래로 입수해야 한다. 공기통의 공기를 아껴 쓰기 위해서다.

토요일인 어제 나는, 차를 몰고 태백산맥 너머 속초까지 달려가서 아는 스쿠버 샵에서 공기통을 충전해 왔다. 왕복 300여 리를 오직 공기통 충전 차 차를 몰았으니 나도 참 어지간한 사람 같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에 이어 이번 일요일도 강물에 못 들어간다면 홧병이 날 것 같았다. 불원간 박 사장이 흰 바위 부근 물속에 들어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한몫했다.

오늘 날씨는 하늘가에 먹구름이 끼어있어서 좋은 편은 못 된다. 하지만 동해바다라면 모를까 강물로 들어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는 날씨다.

강물의 흐름을 비스듬히 거스르며 스노클링으로 가는데 2주 전보다 물이 훨씬 더 차가웠다. 지난주 비가 내린 뒤 한층 싸늘해진 가을이다.

멀리서 바라만본 흰 바위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물새들의 배설물이 군데군데 있는 것 외에는, 두어 평 넓이의 평범한 너럭바위였다. 유영을 멈춘 뒤 부력조절기의 공기를 뺐다. 그러자 부력을 잃은 내 몸이 서서히 수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예상한 대로 물속에서는 집채만 한 큰 바위여서, 얼마나 깊은 곳에 박혔는지 그 밑동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바위와 1미터 정도의 사이를 두고 내려가는데 수심 3미터까지는 그런 대로 시야가 나오더니 이내 어두워졌다. 허리에 건 수중 플래시를 왼손으로 잡아들었다. 박 사장 것에 비해 두 배는 크고 더 비싼 제품이다. 스위치를 눌렀다. 눈앞의 물속 어둠이 확 벗겨지면서 가로로 길게 난 바위틈이 드러났다. 작살을 꼬나 쥐고는 그 틈 안을 플래시로 비춰봤다. 아무 것도 없었다. 다시 바위와 1미터 거리를 두고 내려가는데 고막이 뻐근하게 아파왔다. 수압이 닥친 것이다. 코를 잡고하며 부는 이퀄라이징을 했다. 수심 5미터 지점이었다. 더 내려가자 또 다른 바위틈이 나타났다. 플래시로 비춰봤으나 역시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박 사장을 오해한 게 아닐까?

수심 7미터다. 더 내려가자 얼마 안 가 물갈퀴가 강바닥에 닿았다. 수심 9미터. 강을 다녀본 중에 가장 깊었다. 얼결에 이 강의 최대수심에 닿은 것이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깊고 컴컴한 물의 무게. 수심 9미터의 강바닥은 의외로 흔한 모래밭에 자갈들이 널린 풍경이었다. 문득 그 풍경이 아주 느리게 회전하고 있음을 느꼈다. 깨달았다. 박 사장이 말했던 흰 바위 아래 소용돌이의 정체였다. 그의 얘기대로라면 내 몸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야 했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체감되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소용돌이였다. 피서객들이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라기보다는 이 부근이 워낙 깊고, 멀리서 헤엄쳐 오느라 체력이 다한 때문에 변을 당한 게 아니었을까.

박 사장이 허풍을 친 거다.

괜히 맥이 빠져서 그대로 수면을 향해 올라가려다가, 바위의 뒤편을 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뒤편으로 돌아선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어린애만 한, 두 자 크기의 쏘가리 한 마리가 바위에 밀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달째 우정 식당의 수조 안을 살펴봤지만 이렇게 큰 쏘가리는 없었다. 쏘가리와 나는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눈알 하나만도 왕방울만 한 놈. 워낙 몸체가 커서, 들어가 있을 만한 바위틈을 못 찾고 그냥 바위벽에 붙어있는 게 아닐까. 나는 쿵쿵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작살의 고무줄을 조용히 잡았다. 놈은 달아날 수 있음에도 그대로 있었다. 아마, 놈으로서도 그 깊은 수심에서 사람과 맞닥뜨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작살의 고무줄을 길게 잡아당겼다가 탁 놓았다. 작살 촉이 몸체에 꽂힌 순간 놈은 한 번 꿈틀하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잡았구나!’나는 긴장이 확 풀리면서 작살을 쥔 채로 강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때다. 물속 전체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환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물속에서 겁먹거나 당황하면 위험하다. 천천히, 쏘가리가 꽂힌 무거운 작살을 두 손으로 쥔 채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수면에 오르자마자 요란한 소리와 얼굴을 후려치는 물방울들에 정신이 없었다.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번쩍번개가 친 뒤 얼마 안 가쾅쾅쾅천둥소리가 나기도 했. 강가로 나가는 걸 포기하고 흰 바위 위에 쏘가리가 꽂힌 작살을 올려놓은 뒤 내가 오르려는데…… 여의치 않았다. 손으로 잡을 데 없이 온통 매끄러운 바위에 빗발까지 더해진 탓이다. 얼마나 세찬 빗발인지, 강마을도 보이지 않는다.

빗물이 유입되면서 강물이 느닷없이 부풀었다. 험한 바위들이 많이 박혀 있는 강이다. 내 몸을 강물 흐르는 대로 방치했다가는 다른 바위들에 부딪쳐 크게 다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공포에 사로잡힌 나는 기를 쓰고 흰 바위 위로 기어오르려하는데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워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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