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다. 아파트에 산다면 매달 부과되는 관리비를 납부하며 살겠지만 단독주택은 그런 일 없이 산다. 대신 스스로 알아서 집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관리에 소홀했다가는 집의 외형적 피해는 물론 금전적 손해가 발생한다.

단독주택에서 겨울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오늘이 223. 겨울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봄 햇살이 화창하다. 이제부터는 지난해 늦가을, 겨울이 닥치기 전에 서둘렀던 겨울나기의 해제다.

 

첫째, 수도계량기 함에 넣어둔 보온 팩을 거두어 들어야 한다. 사실 보온 팩을 그대로 둬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매달 계량기를 검침하는 분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불필요하게 훼방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둘째, 마당에 있는 수도의 꼭지를 시계바늘 가는 방향의 반대로 돌려 수돗물을 개통시켜야 한다. 아내가, 마당의 물청소를 못해 몸살이 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현재 마당에는 겨우내 바람 타고 들어온 쓰레기나 먼지가 곳곳에 박혀 있다. 쓰레기는 그렇다 치고 먼지까지 마당 구석을 자리 잡은 광경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겨울 먼지는 다른 계절의 것과 달리 무게가 있는가? 아니면 가벼운 먼지는 다른 데로 날아가고 무거운 먼지만 남았나? 어쨌든 우리 집 마당을 음울하게 차지하는 겨울 먼지는 이제 청산을 앞두고 있다. 아내가 수도꼭지에 고무호스를 연결한 뒤 사정없이, 마당 곳곳을 세찬 수돗물로 들이대는 광경이 눈앞에 선하다.

셋째, 지붕에 있는 태양광 장치의 열선을 뽑아두어야 한다.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만큼 전기세도 오를 뿐만 아니라 열선 그 자체도 삭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이 집을 지을 때 태양광 사업을 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지붕에 설치한 이래, 몇 년에 한 번 히터봉(태양광 열을 모으는 장치)을 돈 주고 가는 불편 이외에는 큰 불편 없이 식구들이 온수를 잘 쓰고 있다.

넷째, 유리창마다 덧붙인 뽁뽁이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번 겨울도 뽁뽁이가 없었더라면 추위에 밤잠 이루기 힘들었을 게다. 뽁뽁이는 바깥의 찬 기운을 막아주면서바깥의 신선한 공기까지 차단해서 실내 공기가 환기되지 못하는 불편도 주었다. 세상의 일은 동면의 양면처럼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도 따른다는 사실이다.

 

글로 적고 보니 하찮은 일을 공연히 대단한 듯 적은 듯싶다. 하지만 삶은 이런 하찮은 일들의 쌓임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런 하찮은 일들의 쌓임이 지속되는 게 행복이 아닐까 싶다. 맞는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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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4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농사짓겠다는 데에 딱히 제약은 없다. 집 마당 가장자리를 삽으로 파서 작은 밭을 만든 뒤 상추를 재배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옥상 있는 집에 산다면 옥상으로 흙을 날라 밭을 만든 뒤 고추를 재배할 수도 있다. 여하튼 밭이 있고 농사짓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의미의 농사는 법적인 의미의 농사와 차이가 있다. 법적인 농사는 밭 넓이가 최소한 1000(300)이 되어야 한다. 만일 그 넓이가 못되는 밭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법적으로는 '농부'가 못된다. ‘농부로 인정되면 비료라든가 농자재 등을 구입할 때 정부 보조로 할인 혜택을 얻는다. 비료 같은 경우에는 시중가의 반값 정도이다. 그 외도 갖가지 혜택이 있다.

밭에 놓는 농막 또한 법적으로 인정하는 농막이 있다. 가건물이되 그 넓이가 20(6)을 넘어서는 안 된다. 만일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불법 시설물이다

 

 

무심 내외의 춘심산촌은 넓이가 1000이상이어서 명실상부한 밭이다. 밭 가장자리에 설치한 컨테이너 농막 또한 20가 채 안 된다. 하긴 몇 년 전 농사를 처음 시작할 때 내외는마음 편히 농사짓자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법 준수만큼 마음 편한 일이 어디 있을까. 컨테이너 농막 또한 법이 허용하는 면적의 것으로 정한 게 그 때문이다.

세상이 편리해져서농막을 쉽게 설치했다. 컨테이너를 제작해 파는 공장에 갔더니 각양각색의 컨테이너 농막들이 널려 있던 것이다. 마치 슈퍼마켓의 진열된 물건들처럼 말이다.

무심 내외는 녹색 컨테이너를 택하고 값을 치렀다. 분홍색 같은 튀는 색보다는 담백한 녹색이 밭에 어울릴 듯싶었다.

세상 좋아진 게 이뿐 아니다. 농막에 전기도 잇고 관정에서부터 물도 이어서, 간단한 음식조리는 물론 농사 틈틈이 쉬는 공간으로 충분하다. 농막의 전기 공급은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었다.

 

 

무심 내외가 함께 춘심산촌에 가서 농사지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더러는 무심 혼자일 때도 있다. 아내가 봉사활동 하느라 시간이 나지 않는 경우다. 그러면 무심은 혼자 차를 몰고 춘심산촌으로 간다.

무심 혼자 밭일 하다가 쉬고자 할 때 농막이 제 역할을 한다. 라디오를 켜서 음악방송을 찾는 것이다. 외진 골짜기 춘심산촌이지만 FM이 잡힌다. 나중에 알았지만 백여 리 먼 데 있는 화악산 덕분이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그 산 정상에 전파중계소가 있다는데 그 덕을 보는 셈이다.

 

 

5평 남짓한 농막 안에 혼자 누워 FM음악을 듣는 즐거움! 세상 시름 다 잊고 음악 속에 익사(溺死)한다. 고백한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같은 대단한 음악가의 음악을 듣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듣는다. 태진아의 옥경이’, 채은옥의빗물’, 김범수의 하루등이 작은 공간을 꽉 채울 때 무심은 어느덧 노후에 이른 세월의 무상함마저 잊는다.

그러다가 시장기가 느껴지면 라면을 끓여먹는다. 반찬이라고는 김치 하나밖에 없지만 반찬 많은 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오히려 낫다. 반찬 가짓수가 적은 만큼 라면 맛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평생 살아가는 맛 중에음식 먹는 맛을 빠트릴 수 있는가.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한겨울이다. 농막이 아닌 집의 서재에 앉아 있다. 농막은 문이 잠긴 채 춘심산촌 밭을 지키고 있다. 어서 이 추운 겨울이 지나 농막 문을 열고 그 정겨운 공간에 들어설 새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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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1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소설 <잡초>가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만간 다시 페이퍼를 하나 더 쓸까 봅니다~^^

무심이병욱 2019-02-18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1집을 낸 뒤, ˝ 잡초˝가 좋았다는 분들이 많아 놀랐던 기억입니다. 쉽게 쓰인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 카알벨루치님의 서슬퍼런 페이퍼를 고대합니댜.

카알벨루치 2019-02-18 17:52   좋아요 0 | URL
<그분을 기억한다> 는 페이퍼로 선물 주신 마음 대신하려니 마음이 안되서요 ㅎㅎ

무심이병욱 2019-02-18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 전 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그분을 기억한다‘에 대한 제 생각을 몇 줄 썼습니다.😃

무심이병욱 2019-02-18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개인적으로는 제 1집에 수록된 12편 중 ‘그분을 기억한댜‘에 가장 공을 많이 들여 쓴 기억입니다. 그런데도 별 주목을 못 받은 듯해서 그 동안 가슴 아팠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2-19 00:20   좋아요 0 | URL
제가 공들여 쓰신 단편을 잘 캐치했나요? ㅎㅎ 아무래도 세심한 정성이 더 묻어있어 그런가 봅니다 그냥 너무 재미있었고 훈훈했습니다 어릴적 이야기들은 배경은 다르지만 다들 공통분모가 있나봐요 그래서 더 잘 읽혔습니다 ^^

무심이병욱 2019-02-19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1집에는 각양각색의 삶이 아기자기하게 담겨 있지요. 그에 비해 제2 집에는 대체로 무겁고 깊은 느낌의 작품들이 수록된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제 1집의 작품믈 부분적으로 보고는 혼자 재미있어할 때가 있댜니까요 .자신이 써 놓은 작품을 보며 재미있어 하다니, 정말 무심에게는 재미있는 구석이 있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2-19 18:16   좋아요 0 | URL
자전적 이야기story가 가장 강력한 강장제가 아닐까요~ ^^
 

 

세상에.

내 두 번째 작품집 'K의 고개'가 'Daum' 화면에 홍보되다니! 책을 낸 출판사가 아닌, 온라인 '인터파크'라는 곳에서 자발적으로 해 준 홍보이기에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 지난 번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란 제목의 글을 써 블로그에 올리면서 '두 번째 작품집을 낸 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는데 바로 이런 경우일까? 

이 홍보 화면을 발견하기는 어제 밤이다. 그런데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내 생일날이라 기쁨이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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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9-02-1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 ^

무심이병욱 2019-02-11 15:3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에 문득 깨달았다. 대학교 동문들 중에 북평 출신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내가 강원대를 다니던 70년대만 해도 북평은 까마득하게 먼 데 있는 소()읍이었다. 춘천에서 북평을 가려면, 경춘선 기차를 타고 서울 청량리역까지 간 뒤 다시 영동선 기차로 밤새워 태백산맥을 넘어가야 했다. 즉 가는 데만도 12일이 걸리는 오지 느낌의 시골이었다.

그 먼 시골에서 많은 학생들이 여기 춘천의 강원대로 진학했다니.

 

놀라운 그 까닭을 헤아려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70년대 당시 북평 역에 수시로 들르던 영동선 기차가 그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자극을 준 게 아니었을까? 우렁찬 기적소리가 널따란 북평 벌에 울려 퍼질 때마다 저 기차를 타고 태백산맥 너머 도시로 가 살아봐야겠다!’는 욕구가 훨훨 불타올랐을 거라는 짐작이다.

왜냐면 여기 춘천에서도 경춘선 기차 기적 소리 때문인지 대처(大處) 서울로 대학을 간 고교 동창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춘천이나 북평이나 기차의 기적소리가 젊은 청춘들의 혈기를 북돋우는 역을 톡톡히 했으리라는 뒤늦은 깨달음.

 

이제는 슬그머니, 아무 소리 없이 다니는 서울 춘천 간 전철을 보며 기적소리 우렁찼던 지나간 어느 한 시대를 그려보는 연휴 마지막 날 아침이다 

 

사진출처 : https://cafe.naver.com/nob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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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0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부모님은 북평5일장에 자주 다니십니다. 집이 삼척이다보니. ^^
청량리역서 탄 영동선 정말 빙빙돌아 목적지에 닿았던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무심이병욱 2019-02-0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까? 사실은 저도삼척읍에 살면서 북평에 놀러다니던 추억이 있습니다. 물론 한창 젊었을 적이었지요
 

 

심석희 선수를 둘러싼 구타 문제가 성폭행 문제까지 비화되었는가 하면 결국 근본해결책으로 이제는 소수 정예 위주의 엘리트 체육을 지양하고 모두가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등장했다.

사실 그간의 엘리트 체육은 교육현장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 교직생활을 오래했던 무심의 기억 속에서 어떤 운동부 지도 선생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전국체전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거둔 덕에 방송에 출연해 한 인터뷰 내용이다.

우리 운동부는 학교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오전수업만이라도 늘 받았거든요!”

 

사실, 어불성설이다. 예를 들어국어과목을 본다. 국어수업이 월요일에는 오전시간에, 화요일에는 오후시간에 편성돼 있기 때문에 운동부 학생이 오전수업만 받는다면 수업내용이 이어지지 못해 아무 실효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전수업시간에 교실에서 보는 운동부 학생들은 대부분 엎드려 자기 일쑤였다.

솔직히 그런 수업태도라면 교실 말고 운동장에 나가 운동하는 게 당사자의 앞날을 위해 더 좋을 듯싶었다.

이제 체육정책의 선회가 거론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두가 체육을 즐기도록 하되 단 기량이 뛰어난 사람은 따로 운동선수로 키우는중도 타협책이 나올 수 있다. 즉 학교에서 운동선수를 맡아 관리하는 정책이 조심스레 재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때 오전수업만 받고 오후에 운동 연습한다.’말도 안 되는 짓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학교의 운동선수. 공부도 손해 안 보고 운동도 잘되는 좋은 방법이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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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이병욱님 설연휴 잘 보내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미소 넘치는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무심이병욱 2019-02-02 0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님도 즐거운 설연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