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2 - 우리 동네 집값의 비밀에서 사무실 정치학의 논리까지, 불확실한 현실에 대처하는 경제학의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2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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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1권을 읽은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2권을 고르지 않았을까 싶다. 전편보다 뛰어난 속편이 없다는 통설이 있지만, 영화와 달리 책의 영역에서는 훨씬 뛰어난 속편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더 뛰어나다고까지 말하는 건 오버겠지만,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팀 하포드의 글쓰기 능력은 2편에서도 변함이 없다. 1편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자는 우리 생활 속에 잠재한 경제학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는 언어로 풀어주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달은 것 같은 뿌듯함이 몰려온다.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았는데, 그건 감옥의 존재가 범죄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는 거였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감옥이 있지만, 감옥은 오히려 범죄자들의 인맥을 만들어 줌으로써 더 많은 범죄를 양산한다는 게 내 시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 의하면 "범죄자들은.....수감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다. 따라서 감옥은 범죄를 줄여준"단다. 썩 개운치 않은 결론이긴 하지만 말이다. 책에 나온 얘기를 하나만 더 해보자면, 도시에 사는 남자는 미녀와 결혼할 확률이 더 높단다. 왜? 도시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으니까. 우리나라도 보면 시골에는 남자가 많고, 감옥에 있는 사람 중엔 남자가 압도적이니, 도시 사람들 중엔 여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숫자의 불균형이 남자로 하여금 자신의 조건보다 더 좋은 여자와 결혼할 수 있게 해주고, 그 대표적인 예가 직장이 천안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출퇴근을 하면서 서울서 버틴 나다.


정재승 씨가 <과학 콘서트>를 저술한 이래 '콘서트'란 책은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한 양식이 되고 있는데, 그 책들의 성공비결은 우리의 삶과 전문지식을 연결시켰고, 책에서 선정한 주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었다는 데도 있지만, 저자가 쉽고도 재미있게 글을 썼다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이런 류의 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한마디만 더. 그 수많은 '콘서트' 중 <경제학 콘서트>는 단연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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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양 2008-05-26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밤에 안주무시고 뭐하셔요? ㅎㅎ

마태우스 2008-05-26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모과양님 안녕하세요? 내일, 아니 오늘까지 제출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요... 좀 전에 끝냈는데 잠이 안오네요. 밤 새우려고 작정하고 낮에 좀 잤더니만... 이렇게 된 거, 밀린 리뷰나 쓰려고요. 아니 근데 모과양님은 이 밤에 뭐하시나요???^^

2008-05-28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8-05-29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고마워요 ㅁㄱ님!!!
 
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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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놓고 말들이 많다. 둘만 낳아 잘기르자는 표어를 들으며 자라온 난 이런 급격한 변화가 몹시 헷갈리지만, 주위를 보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를 능히 짐작할 만하다. 예컨대 엊그제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내가 연락책을 담당했다. 내가 들은 답변이다.

"오늘 우리 아들이 6시까지 시험보거든. 집에 데려다주고 밥 먹이고 나갈게."

"난 애가 셋이잖아. 집사람한테 모두 맡기면 미안해서 못갈 것 같다"

모임에 나온 사람이라고 거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으니, 그날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아이를 더 좋은 대학에 붙이느냐였다. 우리 나이면 애들 나이가 기껏해야 중학생이지만, 요즘의 입시전쟁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하니 말이다.


무자식을 필생의 신념으로 굳힌 우리 부부는 불안한 시기엔 손만 잡고 자고, 태몽 비슷한 걸 꾸면 각방을 쓰는 등 철저히 조심을 한다. 그런 내게 누군가가 선물해준 <다섯째 아이>는 정말이지 공감이 팍팍 가는 책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 부부는 막연하게도 아이를 많이 갖자는 생각을 했고, 그걸 실천하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태어난 다섯째 아이가 무시무시한 아이로 자란다는 게 이 책의 골자인데, 이해가 안가는 건 다섯 번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만 해도 그네들 둘은 충분히 힘들었다는 거였다. 보채기만 하는 아이들 넷을 둘이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네들이 아이들로 인해 행복감을 느꼈다고 해도 끊임없이 애를 봐줘야 했던 친정어머니나 어쩔 수 없이 계속 돈을 대줘야 했던 시아버지의 희생에 대해서는 좀 생각을 해봐야지 않을까? 책을 선물해준 사람의 의도가 "넷만 낳아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무자식을 신념으로 택하길 잘했단 생각을 했다.



아이가 없으면 불편한 건 주위 사람들로부터 애 낳으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어야 한다는 거다. "나이가 들면 어떡할래?"는 흔히 들먹여지는 이유,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허리가 휘는 우리 어머니를 보면, 그리고 혼자 쓸쓸히 늙어 가시는 할머니를 보면 자식의 존재가 노년의 심심함을 잊게 해주는 건 아닌 듯하다. "널 닮은 애가 있으면 좋지 않냐"는 말 역시 내가 자라온, 별반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유년기를 그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할 듯한데, 이런 얘기를 계속 들으면서도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건, 그런 얘기를 시시때때로 듣는 게 직접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개 두 마리와 더불어 사는 지금의 삶을 존중해 줄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거라는 것, 그리고 미래가 어찌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난 참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여의도공원에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가서 아내가 한 말, "여보, 결혼해줘서 정말 고마워. 이게 내가 꿈꾸던 삶이었어." 나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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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6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분의 뜻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도 멋진 삶인거 같아요. 손만 잡고 자도 행복한 두 사람의 모습이 영화처럼 떠오르는대요.^^

마태우스 2008-05-2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휴...님 덕분에 무플을 막았네요 호호. 저희의 뜻을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05-31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어교육을 많이 받아봤자 울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건,

평소 영어를 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보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국내에서 보낸 나 역시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고, 그러다보니 웬만한 사람치고 나보다 영어 못하는 사람은 없다.

 

연구윤리위원회 실사라는 게 대구에서 2박3일간 열리고 있다.

태국사람과 호주, 필리핀, 대만 사람이 대구가톨릭병원에 와서

그네들이 연구윤리를 잘 지키는지 심사를 하고

나를 비롯한 몇명은 그걸 참관하고 심사위원들과 수시로 얘기를 나누며 심사를 돕는다.

우리조원 세명 중 한명은 영어를 무지 잘하고

한명은 나보다 조금 낫고

나머지 한명이 나다.

호주의 미녀가 지도하는 조에 편성되어 기뻐했는데

그 미녀가 영어 못한다고 난 상대도 안한다 ㅠㅠ

나머지 둘이 심부름을 갔을 때 그제서야 날 보더니만

영어로 뭐라고 질문을 한다.

잘 못알아들었지만 추측으로 답변했다.

한명이 오니까 그 질문을 다시한다.

내 답변은 완전 봉창 뚫는 소리였고,

그 후부터 미녀는 다신 내게 질문하지 않았다.

지네끼리 영어로 떠드는 걸 보고 있자니 확 나가버릴까 싶은 마음이 열한번쯤 들었지만

끝까지 참아준 내가 대견하다.

 

대견하면 뭐하나. 한마디도 못하는데.

자기 소개를 할 때 난 이랬다.

"My name is Min Seo from Dankook University........ "

이렇게만 끝내면 좀 없어 보이니까 한마디를 덧붙였다.

"I hope...good result!"

 

오늘은 세시간째 진행되는 마라톤회의에서 용케 한마디도 안하고 버텼는데

거의 끝날때쯤 대만 남자가 날 가리키며 한마디 하란다.

그래서 이랬다.

"Sudden question, I am surprised!"

 

일년에 한두번은 영어 좀 잘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정말이지 몰입교육이라도 받았으면 이렇게는 안될텐데 싶은 마음도 든다.

외국연수는 갈 마음이 없고,

그렇다고 따로 공부하는 것도 아니니 영어가 도무지 늘질 않는다.

엊그제, 학교 경비로 학생들한테 한달간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의 면접을 맡았는데

학생들이 어찌나 영어를 잘하는지, 마냥 부러웠다.

외국 간 적도 없다는데 발음이 거의 외국인 수준이라 못알아들을 지경...

근데 내가 앉아서 면접을 하고 있다니 아이러니했다.

그네들의 집주소는 대부분 강남...

그러다 집주소가 천안인 남학생이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콩글리쉬로 자기소개를 하니

고국에 온거 모양 반가웠다.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나 영어 배우는데, 사람들끼리 모여서 특정 주제를 놓고 두시간 정도 떠드는 거야.

커피값만 내면 돼!"

오늘 따라 그 모임이 생각나는 건,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해서만은 아니다.

"참석자들이 대부분 여자인데, 다 미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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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5-2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런데 전국민이 영어 잘하기 광풍에 휘말린 것 같아 어째 이런 현상이 기괴하기도 합니다. 저는 반대로 초중고 몇 년을 수학을 배웠는데 왜 난 3억과 30억도 헛갈릴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해요.

조선인 2008-05-20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전 어학능력보다 중요한 건 대화하려고 하는 의지라고 생각해요. 얼마전 스웨덴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독일어와 영어를, 전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썼는데, 그래도 얘기는 다 되더라구요. ㅋㅋ

Mephistopheles 2008-05-20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커피값은 있습니다 마태님..

클리오 2008-05-20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허니문이 끝나셨나요. 미녀 마나님을 두고 다시 미녀 타령을 하시니 어쩐지 친근감이 들면서... ㅋㅋ

마늘빵 2008-05-20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영어 별 필요성을 못느껴서 배울 생각이 아직도 없습니다. :) 남들 다 하는건 이상하게 하기 싫다능. 남들 안하는 인도어 이런거나 배워볼까요. 흐흐. 근데 시간도 없다능.

다락방 2008-05-20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den question, I am surprised!"


이 문장 하나로 저는 마태우스님을 그전보다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어쩐지 점점 더 멋있게 느껴진단 말씀이죠. 흣 :)

전호인 2008-05-20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그래도 간간히 지껄이신(?) 것을 보니 대단한 순발력이네여.
그게 어딥니까 훌륭하셨어요.
그읏뜨(ㅋㅋ, 이것두 영어 져? 오랭지랑은 비교가 안되지만서두)

바람돌이 2008-05-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캐나다인과 한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습니다. 딱 두마디 알아들었고 각 질문에 한단어씩 두단어로 대답을 끝냈습니다. 그 다음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밥 먹을때 자리를 가리게 되었습니다. ㅠ.ㅠ

무스탕 2008-05-21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닥치니 하더라구요. 저도 외국애들이랑 몇 개월 같이 수업을 들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손짓발짓눈짓 통해서 어떻게든 이야기가 되더라구요.
둘 다 수준이 낮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춤추는인생. 2008-05-2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 미녀라는 말에 아 예전의 마태우스님이 여전히 살아계시는구나 했어요.^^결혼하셨으니 아마도 모범적인 집안의 가장이시겠지만, 가끔 이렇게 예전 모습도 보여주세요 마태님!! 참고로 저도 영어수업시간에는 맨날 딴짓이예요 주로 소설책을 읽는데, 그시간만큼 집중이 잘되는 시간이 없어요 ㅎㅎ

2008-05-23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8-05-26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그, 그게 아니라 일정이 넘 타이트해서 말야...무섭다뇨 전혀 그런 게 아니옵니다.
춤인생님/흠, 영어는 수업시간에 배우는 게 아니니만큼 딴짓해도 뭐 괜찮을 듯합니다. 혹시 친구가 말한 모임에 나가시는 미녀님이 춤인생님??
무스탕님/맞아요 닥치면 대부분은 하지요. 저도 일정이 2개월만 되었다면 훨 나았을 겁니다. 바보는 바보지만 아주 바보는 아니거든요^
바람돌이님/호호, 님 에피소드 들으니 와락 반갑네요 저랑 어쩜 그리 똑같으세요^^
전호인님/아잉...간간이 지껄인 건 그거라도 안하면 바보라는 걸 들킬까봐 그런 거예요...!!
다락방님/어맛 저도 요즘 부쩍 님이 가깝게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프님/좋은 생각이십니다 울나라가 인도유럽어족이잖습니까... 글구 전 어차피 연수도 안갈건데 영어 안하고 버틸 겁니다^^
클리오님/아이, 제가 어딜 가나요 전 저구 계속 그렇게 살거예요 호홓ㅅ
메피님/혼자 들어가면 쑥스러우실테니 저랑 같이, 어때요?^^
조선인님/아네요 전 정말 의지는 차고 넘쳤어요!!! 의지만으로 되는 건 아니더라구요!
주드님/그러니까 일단 제게 30억을 주시면 제가 3억을 님께 드릴께요. 그러고나면 저얼대 안헷갈릴 거예요!!!^^
 
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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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세계명작 콤플렉스가 있다. 어릴 때, 지적 성장을 위해 꼭 읽어야 할 세계명작들을 전혀 읽지 않았기에 지금 아무리 책을 읽어봤자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는 생각 말이다. 다시 돌아간다면 책만 싸매고 있을 것 같지만, 그때는 왜 그리도 책을 읽는 게 싫었는지 모른다. 세계명작 중에 내가 읽은 거라곤 달랑 <데카메론> 하나고, <여자의 일생>은 특정 부분만 읽었으니 읽은 거라고 칠 수도 없다. 한가지 기특한 건, 거의 읽은 사람이 없는 채만식의 <탁류>를 대학 1학년 때 읽었다는 것. 하지만 그거 하나로 버티기엔 좀 무리가 있었고, 난 남들이 독서에 관한 토론을 할 때면 기죽어 지냈다.


이제라도 세계명작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어릴 적 우리집에 있던 세계명작들은 쥐톨만한 크기에 세로쓰기라 읽기가 심히 힘들었지만, 민음사 전집은 글자도 크고 시원시원할뿐더러 번역마저 잘돼 있어 독서욕구를 부추겼다. 그래서 <양철북>을 비롯한 민음사 전집을 한권두권 사서 읽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사정이 좀 어려워 한 열댓권을 사야 할 일이 생겼다. 그때 산 책 중 하나가 바로 <부활>이고, 그 열댓권 중 이 책이 가장 먼저 선택되었던 까닭은 톨스토이에 대해 특히 콤플렉스가 심했기 때문이리라.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2권에 가서 속도가 죽어서 그렇지, 1권을 읽을 때는 다음에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 틈만 나면 책을 펴들곤 했다. 마지막에 좀 황당하게 끝난 감이 있지만, 중요한 건 <부활>을 읽음으로써 그간 나를 억압해오던 콤플렉스의 커튼이 걷히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고나서 친구에게 부활을 읽었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읽었지!"란 대답이 돌아온다. 혹시나 싶어 아내에게 물었다.

"너무 어릴 때 읽어서 기억이 안나!"

그렇구나. 사람들은 <부활>을 다 읽었구나. 난 어릴 적에 도대체 뭘 했을까? 야구만 봤다. 중3 때까지는 고교야구에 미쳤었고, 고1 때부터는 프로야구에 빠져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상심해 있을 필요는 없다. 어릴 적에 안읽었다면 지금이라도 읽으면 된다. 지금 읽는다고 뭐라고 할 사람 하나도 없다(난 뭐라고 할까봐 걱정했었다). 게다가 어릴 적 읽었다면 잘 몰랐을 것들을 지금은 대충 아니, 이해가 더 잘되고 재미도 더 있었다. 이를테면 지식인들의 부조리라든지, 법의 맹점 같은 거 말이다. 내게 있어서 올해는 세계명작 콤플렉스를 완전히 깨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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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5-1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부활을 읽다가 다 못 읽었어요. 저도 재도전 할 거예요. 민음사 전집이 명작에 대한 애정을 불태워주죠? 근데 제 책장엔 꽂혀만 있으니...ㅜ.ㅜ

stella.K 2008-05-19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초등학교 때 어린이 명작으로 읽고, 그리고 아주 오래 전 범우사판으로 읽었네요.
누가 그 유명한 <부활>도 안 읽었냐고 타박할까 봐.ㅋ 그런데 솔직히 좀 지루했어요.
나이먹고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까요? 전 언제고 <죄와벌>에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한번 읽긴했걸랑요.^^

락스 2008-05-1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딴소리인데요.이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남들에게 읽어 봤다는 얘기 한마디하기위해서라면 저는 포기할래요.문학사적 의의에서 읽어볼 만한 것이라면 모를까요.어렸을 적 펼쳐들었다 너무 지루해서 덮고는 다시는 안들여다본 저로서는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네요.

마태우스 2008-05-2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스님/어...전 이 책을 다른 분께 권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제게 남아있는 컴플렉스를 깨고 싶다는 말이었는데요, 제가 쓴 글 어디에도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말은 없는데요..
스텔라님/약간 지루한 면은 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구요. 글구 주인공이 미인이라니 계속 읽게 되더라는...^^
마노아님/정말 그렇습니다 민음사 전집이 욕구에 불을 지피더군요^^

다락방 2008-05-20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저! 아직 [부활] 안 읽은 1人 이어요. 그런데 제목부터 너무 지루할 것 같아 여전히 읽기가 망설여진단 말이죠. 휴.

마태우스 2008-05-26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흠, 두글자 제목을 지루해하시는군요. 저도 세글자가 좋아요 사실. 다.락.방 님처럼요!
 
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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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을 잘 안빌려준다. 빌려줘봤자 받는 일이 드물기도 하지만, 내 소심한 성격도 이유가 된다. 즉,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면 그걸 언제, 어떻게 받을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받는 순간까지 머리가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런 나지만 딱 한명에겐 책을 빌려주는데, 그건 바로 우리 학교에 있는 조교선생이다. 매일 만난다는 건 받을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 그녀는 한번도 빌려간 책을 안돌려준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책선물도 곧잘 해준다).


내가 <완득이>를 알게 된 건, 어느날 그녀가 그 책을 읽고 싶다고 해서다. 주문을 했고, 그녀가 먼저 읽었는데, 다 읽고 난 뒤 이렇게 말하는 거다.

"선생님, 나 그 책 그냥 가지면 안될까요? 너무 재미있던데."

그러라고 했다. 슬그머니 호기심이 생겼다. 그 정도로 재미있단 말이지, 음. 나 잠깐만 빌려주면 안될까,라고 말하려는 찰나, 아내가 내게 말한다.

"그래 스물넷에 포인트가 좀 있는데, 사고 싶은 책 있어?"

<완득이>는 그렇게 내 손 안에 왔다.


어제, 아는 선생님의 자제분이 결혼을 했다. 강남까지 가는 지하철에서 난 <완득이>를 읽었다.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아는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간만에 만났는데 오늘 어디서 술이나 할까?"

누군가의 제의에 몇 명이 동의했을 무렵, 난 사정이 좀 어렵다고 봐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잽싸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서 내내 <완득이>를 읽었다. 토요일 저녁이라 열다섯 정거장을 서서 와야 했지만, 갈 때 그랬듯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완득이>는 힘듦을 잊을 정도의 재미를 내게 선사해 줬다.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벼락 맞아 죽게 하든가, 자동차에 치여 죽게 하든가."

책 첫머리에 완득이는 교회에서 기도를 한다. 담임인 동주 선생을 죽게 해달라고. 초반부에 하는 걸 보아하니 그 담임은 죽어도 싸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고, 어느 순간부터 난 그런 담임 밑에서 보낼 수 있다면 고교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의 주인공은 완득이지만, 몇 년 후까지 내 기억에 남아있을 사람은 너무도 인간적인 그 담임 선생님일 것이다. 동주 선생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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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5-19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러시기예요? 가시관에 머리가 찔려서 잘 안돌아가세요?'(p.37)

하하. 완득이는 정말 좋아요. 완득이며 똥주며 암튼 다 좋단말이죠. 흐흣 :)

마태우스 2008-05-2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님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