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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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을 잘 안빌려준다. 빌려줘봤자 받는 일이 드물기도 하지만, 내 소심한 성격도 이유가 된다. 즉,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면 그걸 언제, 어떻게 받을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받는 순간까지 머리가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런 나지만 딱 한명에겐 책을 빌려주는데, 그건 바로 우리 학교에 있는 조교선생이다. 매일 만난다는 건 받을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 그녀는 한번도 빌려간 책을 안돌려준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책선물도 곧잘 해준다).


내가 <완득이>를 알게 된 건, 어느날 그녀가 그 책을 읽고 싶다고 해서다. 주문을 했고, 그녀가 먼저 읽었는데, 다 읽고 난 뒤 이렇게 말하는 거다.

"선생님, 나 그 책 그냥 가지면 안될까요? 너무 재미있던데."

그러라고 했다. 슬그머니 호기심이 생겼다. 그 정도로 재미있단 말이지, 음. 나 잠깐만 빌려주면 안될까,라고 말하려는 찰나, 아내가 내게 말한다.

"그래 스물넷에 포인트가 좀 있는데, 사고 싶은 책 있어?"

<완득이>는 그렇게 내 손 안에 왔다.


어제, 아는 선생님의 자제분이 결혼을 했다. 강남까지 가는 지하철에서 난 <완득이>를 읽었다.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아는 사람들과 식사를 같이 했다.

"간만에 만났는데 오늘 어디서 술이나 할까?"

누군가의 제의에 몇 명이 동의했을 무렵, 난 사정이 좀 어렵다고 봐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잽싸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면서 내내 <완득이>를 읽었다. 토요일 저녁이라 열다섯 정거장을 서서 와야 했지만, 갈 때 그랬듯이 별로 힘들지 않았다. <완득이>는 힘듦을 잊을 정도의 재미를 내게 선사해 줬다.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벼락 맞아 죽게 하든가, 자동차에 치여 죽게 하든가."

책 첫머리에 완득이는 교회에서 기도를 한다. 담임인 동주 선생을 죽게 해달라고. 초반부에 하는 걸 보아하니 그 담임은 죽어도 싸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고, 어느 순간부터 난 그런 담임 밑에서 보낼 수 있다면 고교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책의 주인공은 완득이지만, 몇 년 후까지 내 기억에 남아있을 사람은 너무도 인간적인 그 담임 선생님일 것이다. 동주 선생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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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5-19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러시기예요? 가시관에 머리가 찔려서 잘 안돌아가세요?'(p.37)

하하. 완득이는 정말 좋아요. 완득이며 똥주며 암튼 다 좋단말이죠. 흐흣 :)

마태우스 2008-05-2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님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