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지난 월요일, 삼각김밥으로 저녁을 때우려고 편의점에 갔다. 근데 모 회사의 삼각김밥을 두 개 사면 서비스로 콜라 한 캔을 준다는 게 아닌가? 길게 생각하지 않고 그걸 집어들었다. 계산대에 김밥을 올려놓았더니 아저씨가 그냥 김밥만 준다.
“여기 보면 행사 기간에 콜라를 서비스로 준다고 되어 있는데요?”
사장인 듯한 아저씨가 말한다.
“아, 그거 떨어졌어요.”
김밥 개수랑 콜라랑 맞춰서 들여놓았을 텐데 떨어졌다니. 기분이 확 나빠진다.
“저 그럼 안살래요.”
큰 몸을 돌려 나오는데, 아저씨가 급히 달려나온다.
“한번 더 찾아볼께요.”
결국 아저씨는, 삼각김밥에 그려져 있던 ‘펩시 맥스’ 한캔을 들고 나온다.
“저기 숨어 있었네요.”
어찌나 얄밉던지 김밥을 아저씨 얼굴에 던져 버리고 싶었다. 그 아저씨, 정말 나쁘지 않는가? 서비스 상품을 알아서 주지 않은 게 그 첫째고, 따지니까 떨어졌다고 성의 없게 대답하는 게 그 두 번째다. 난 김밥과 콜라를 들고나와 내 방에 가서 먹었다. 죄는 미워도 김밥은 미워하지 말라는^^
장면 2. 7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는 정말 살인적인 더위가 서울을 강타한 날이었다. 땀이 워낙 많은지라 버스 타러 가는 그 짧은 시간에도 몸이 다 젖고 그랬는데, 친구가 전화를 하더니 밤 7시부터 테니스를 쳐달란다. 약속시간보다 30분이 늦게 목동 코트에 도착을 했고, 늦어서 미안한지라 몸도 안풀고 바로 경기에 들어갔다. 몸살이 아직도 회복이 안되었는지 테니스는 엉망이었지만, 내가 워낙 승부에 강한지라 두 번 다 이겼다. 그 동안 어찌나 땀을 흘렸는지, 몸 안에 폭포가 새로 생긴 느낌이었다.
끈적끈적한 몸으로 같이 테니스를 친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러 갔다. 원래 취지는 “딱 한잔만 하자”였는데, 에어콘이 빵빵한 우아한 맥주집에 앉으니 일어나기가 싫다. 결국 우린, 새벽 1시가 넘도록 수다를 떨었다. 삶과 사랑, 삶에서의 일관성, 인간의 이기성, 자유와 복종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얘기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동안 난 맥주를 4천 cc 가량 마셨고, 화장실을 네 번이나 갔다.
문제는 내가 집에 와서 그냥 잤다는 것. 땀을 많이 흘리긴 했지만 맥주 마시면서 다 말랐고, 보다 중요한 이유로 내가 너무 피곤했다는 거다. 이 말을 들은 한 미녀는 “니가 인간이냐?”고 날 질책했지만, 몇 시간 뒤 일어나 샤워를 했으니 된 거 아닌가? 과연 누가 더 나쁜가요? 콜라를 안준 주인인가요, 아니면 땀을 겁나게 흘리고도 샤워를 안하고 잔 저인가요?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