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이 좀 많다보니 글도 급하게 날림으로 쓰게 됩니다. 모자란 점 있으면 날카롭게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이드님처럼요^^
----------------
추석날 남동생과 함께 큰집에 놀러갔다. 다른 집처럼 나와 형들은 앉아서 형수님들이 차려주는 상을 편히 받아먹으면서 술을 마셨고, 또 훌라라는 카드게임을 했다. 그런데 큰형님은 형수님을 부를 때 꼭 “어이!”라는 호칭을 썼다. 어이. 그 단어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아버님 생각이 났다.
아버님은 살아생전 한번도 어머님을 ‘여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늘 “어이!”였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어이는 다음과 같은 말이란다.
1. 짐승의 어미 2. 어처구니 3. [부사]‘어찌’의 옛스러운 말 4. [옛말] 어버이
설마 4번의 뜻으로 불렀을 리는 없을 터, “어이”는 그저 특별히 친하지 않은 아랫사람을 지칭하는 호칭일 것이다. 부부관계가 위아래 사이도 아닌데 아버님은 왜 그런 말로 엄마를 불렀을까. 엄마만 괜찮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우리 어머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난 여러번 들었다.
“어이가 뭐야? 여보도 아니고”
<댄서의 순정>에서 위장결혼을 한 문근영이 슈퍼에서 춤선생에게 “여보!”라고 할 때의 모습은 얼마나 귀엽던가. 아버님 세대에서는 그게 쑥스럽고 남자 체면을 깎아먹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민이 엄마”라고 불렀어도 되고, 좀 거리감은 있지만 “선자 씨”라고 해도 될 터,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는 좀 심했다. 21세기에 이르러 형수님을 부를 때 “어이”를 외치신 큰형님도 마찬가지지만, ‘어이’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애정이 전혀 없어 보인다.
요즘 젊은애들은 연애할 때 “자기”라는 말을 많이 쓴다 (나 또한 그 호칭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결혼 후에도 ‘자기’를 고수하면 될 것이고, “우리 엄마 이름은 여보이고요 우리 아빠 이름은 당신이래요”라는 노래에 나온 것처럼 ‘여보’나 ‘당신’같은 말을 쓰면 훨씬 예뻐 보일 것 같다. 그런데 젊은 애들이라 해도 결혼 후에는 좀 달라지는 듯하다. 애가 생기면 무조건 애 이름으로 부른다. ‘아내’라는 말 대신 ‘wife'를 쓰는 것도 이상하고, ’집사람‘이라는 말도 희한하긴 마찬가지다. 외국 애들은 자기 배우자를 ’honey'라고 부르던데, 우리는 왜 여보, 당신, 자기가 쑥스러운 걸까? 남자들이여, 우리 모두 외쳐보자. 여보!라고.
* 투표해 볼께요. 당신의 남편은 당신에게 뭐라고 부릅니까?